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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어 10년은 고사하고, ‘세젤예’라도 알면...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1.1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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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면 강산도 변하건만, 신조어 10년 수명은 얼마나 될까. 신조어의 70%가 10년이 지나면 거의 쓰이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흥미를 끈다.

14일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남길임 경북대 국문과 교수가 2005∼2006년 신조어 938개의 대중매체 출현 빈도를 조사한 결과, 신조어로 등록된 이듬해부터 2015년까지 모두 20회 이상, 그리고 5개년 연평균 한 차례 이상 매체에서 사용된 단어는 26.6%인 250개에 그쳤다. 신조어 10년 생존율이 30%에도 못미친다는 것이다.

그만큼 10년이면 신조어의 대부분이 사라져버리는 인스턴트 유행어이다 보니 의사소통에서 혼란을 겪는 게 다반사다. 그렇다면 신조어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체감지수는 어떨까.

성인 남녀 10명 중 3명은 신조어로 소통하는데 곤란을 느낀다는 결과가 있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모바일 설문조사 플랫폼 두잇서베이가 조사한 '2017년 신조어 점검' 결과, '신조어로 인해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36%가 수긍했다. 신조어를 익혀야겠다는 의지를 묻는 질문에는 부정적인 답이 42%에 달한 반면 '의지가 있다'는 답은 14%에 그쳤다.

그렇다면 최근의 신조어는 얼마나 많이 알고 있을까. 2016년 신조어 중에 알고 있는 단어를 묻는 질문에 '츤데레‘가 17%로 가장 많은 응답률를 보였다. 앞에서는 무심한척 하지만 뒤에서는 챙겨주는 사람이란 뜻이다. 그 다음이 잉글랜드 축구클럽 리즈에서 유래한 말로 가장 좋았던 전성기를 뜻하는 ’리즈시절‘이 1% 포인트 차로 2위를 기록했다. 인기 드라마에서 유래된 어차피 남편은 류준열이라는 ‘어남류’가 10%로 6위에 오른 것도 눈에 띈다.

신조어 테스트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를 보여준 다음, 알고 있는 단어를 선택하게 했더니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는 '세젤예‘를 가장 많이 꼽았다. ’ㅇㅈ(인정)‘과 'ㅇㄱㄹㅇ(이거레알)', ’갠소(개인소장)‘, ’취존(취향존중)‘이 그 뒤를 이었다. 신조어 10년 주기에서는 쉽고도 재미있는 축약어나 초성들이 많다. 간편함과 재미가 신조어를 쓰는 이유 1, 2위로 꼽힌 것과 무관하지 않다.

10년 정도면 신조어가 대부분 바뀌는 가운데 지난해 공감한 신조어를 조사한 결과도 흥미롭다. 최근 취업포털 '사람인'이 조사한 '2016년 공감 신조어'에서 ‘나홀로족’이 32.3%로 톱에 올랐다. 1인 가구 증가로 혼자만의 여유를 중시하는 문화가 젊은층에 퍼지면서 혼밥, 혼술, 혼영, 혼행 등 나홀로족 관련 신조어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이다.

최순실 씨 국정농단의 여파로 국민에게 허탈함과 무력감을 안겨다준 신조어 ‘순실증’이 버금자리를 차지했다. 취업대란 속에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구직자들의 스트레스와 불안의식을 반영하는 ‘일자리 절벽’ ‘취업난포비아’가 그 뒤를 이었다. 모든 사람과의 관계에서 권태기처럼 다가오는 20대의 심적 방황을 뜻하는 ‘관태기’, 퇴직 후에도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중장년층의 구직현실을 풍자한 ‘반퇴세대’ 등이 세대별 특징을 반영하며 공감을 얻은 신조어로 꼽혔다.

10년 신조어 주기론에서 그래도 오래 살아남는 단어는 버블세븐, 반값아파트, 된장녀 등 자신들이 느끼는 불안감과 사회적 현실을 풍자하는 것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말장난 같은 유행어는 10년 정도면 실종되지만 왕따 같이 새로운 사회현상을 꼭 집어 함축하는 신조어는 생명력이 긴 편이다. 신조어를 모른다고 도태된다고 스트레스 받을 일도 아니다. 주위와 무작정 공감하려고 배워도 휘발성 신조어가 워낙 많은 만큼 금수저, 흙수저, 열정페이처럼 이슈와 화제를 담아내는 기본적인 신조어 정도를 잘 익혀두고 쓰는 수준이면 족하지 않을까. 어차피 10년이면 신조어도 대폭적인 세대교체를 단행하니 말이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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