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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이식 성공, 그 빛에 가려진 그늘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2.03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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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대구에서 국내 최초로 팔 이식 성공 소식이 3일 전해졌다. 신체 장기 이식이 날로 발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신체 장기 이외에 더 이상 치료법이 없을 때 다른 사람의 장기로 대체하는 이식 수술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의료의 정수다. 신체 장기 이식의 역사는 지난 세기 중반부터 성공을 거두며 투병하는 인류에 새 삶을 안겨다 주는 메신저가 됐다. 1954년 쌍둥이 사이의 신장 이식을 시작으로 1963년 간장 이식, 1966년 췌장 이식, 1967년 심장 이식, 1968년 심폐 동시 이식 등으로 몸 속의 장기 이식은 완전정복됐다.

신체 부위 중에서는 피부접합와 면역체계 문제로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던 팔 이식 성공은 1998년 9월 이뤄졌다. 사고로 오른팔을 잃은 프랑스 남성 사업가 클린트 할람이 프랑스 리옹에서 사망한 오토바이 선수의 팔을 기증받아 세계 최초로 팔 이식 성공의 첫 수혜자가 됐다. 2008년 7월엔 독일 뮌헨의 농부 칼 메르크가 세계 최로로 두 팔 이식 성공으로 새 삶을 찾았다.

우리나라의 신체 장기 이식의 역사는 1969년 신장 이식 성공으로 시작됐다. 뇌사자로부터 이식받은 장기로는 1979년 신장 이식이 국내 최초 사례다. 1988년 간 이식, 1992년 췌장 이식, 심장 이식, 1996년 폐 이식 성공까지 이어져 모든 장기를 정복했다. 우리나라에서 장기 이식은 신장, 간장, 심장, 췌장, 폐 순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여기에 세계에서 20여 차례 사례밖에 없는 국내의 팔 이식 수술 성공은 국내 의료계로선 경사로 받아들여진다. 영남대병원은 2일 오후부터 수부외과 분야 전문가인 우상현 W병원장과 영남대병원 의료진이 함께 참여해 10여 시간의 수술 끝에 팔 이식에 성공했다고 3일 밝혔다. 이날 수술은 지난 1일 오후 팔을 공여할 뇌사 기증자가 나타나 급히 추진됐다. 

팔 이식 성공을 계기로 다른 신체 이식은 어디까지 왔는 지도 관심을 끈다. 2011년 7월 스페인 발렌시아에서는 교통사고로 양 무릎 위를 절단한 남성 환자가 세계 최초로 두 다리 이식 수술 성공으로 더 이상 휠체어에 의존하지 않게 됐다. 2005년 11월 뇌사자 여성으로부터 얼굴 피부와 근육 등을 이식받은 프랑스 여성 이사벨 디누아르가 세계 최초로 안면 이식에 성공했고, 2014년 10월엔 자궁을 이식받은 터키 여성은 세계 최초로 출산까지 해서 지구촌의 축하를 받았다.

2015년 5월 미국 남성 짐 보이슨에 대한 두개골-두피 이식이 세계 최초로 성공하자 여러 논란에도 머리 이식에 도전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해 1월 중국 하얼빈대 의료팀이 원숭이 머리 이식 수술에 성공한 뒤 국제 협업으로 올해 말 세계 최초로 인간의 머리 이식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의학계에서 논란을 불렀다. 척수성 근위축증이라는 희귀 유전질환을 앓고 있는 러시아 청년이 이식 대상이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으나 객관적인 임상결과도 없고 기증자가 사형수라는 의혹이 제기되는 등 윤리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희귀병이나 불의의 사고로 절망 속에 살아가는 인류에게 신체 장기 이식 성공은 햇살이다. 그러나 이번 국내 최초의 팔 이식 성공이 기증자를 못 구해 더 앞당겨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내 장기기증 문화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지난해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장기 이식 관련 통계를 보면 2015년 한해 동안 총 4107건의 장기 이식 수술이 이뤄졌지만 장기 이식 대기자는 6배가 많은 2만7444명이었다. 이식 수술 건수는 2011년 3798건에서 증가하는 추세인데 이식 대기자도 같은 기간 2011년 2만1861명에서 늘어나고 있다. 장기 기증자 수는 2011년 2497명에서 2015년 2565명으로 큰 변동이 없는 게 현실이다.

국내 최초의 팔 이식 성공으로 우리나라 장기 이식 수술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장기 기증은 뇌사자 기증, 생존자 기증, 사후 각막 기증 등 3종류로 나뉘는데, 우리나라는 특히 뇌사자의 장기 기증 수가 부족한 상황이다. 보통 뇌사자 한 명은 신장, 간장, 췌장, 심장, 폐 등 장기와 뼈, 피부, 혈관 등 인체조직을 기증해 최대 9명에게 새로운 생명을 줄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14년 기준으로 인구 100만명 당 뇌사 기증자 수가 9명으로 첨단 장기이식 수술이 진행되는 스페인(35명), 미국(27명) 등에 비해 크게 낮다. 반대로 생존자가 신장, 간 등을 기증하는 생존기증률은 한국이 100만명 당 37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공장에서 일하다 왼팔을 잃은 30대 젊은이에게 새로운 삶을 선사한 국내 최초 팔 이식 성공을 계기로 장기 이식 수술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기증률은 세계 최저 수준인 우리나라 장기 기증문화를 되돌아봐야 할 때다. 국내 최초 팔 이식 수술 성공은 40대 뇌사자의 숭고한 뜻에 대한 수술진의 혼을 담은 화답이었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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