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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기자회견, 지치지도 않는 혐오의 직설법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2.17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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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잇따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 현안에 대한 소신과 철학을 피력했다. 그러나 회담 뒤 트럼프가 기자회견에서 보여준 언행이 논란을 불렀다.

지난 10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가진 기자회견에서 트럼프는 통역기를 사용하지 않아 논란을 낳았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아베 총리가 트럼프를 옆에 두고 일본어로 발언하는 동안 트럼프는 정작 귀에 동시통역 이어폰을 끼지 않았다.

여기까지는 예의가 없었다고, 실수였다고 쳐도 아베 총리가 연설하는 동안 트럼프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알아듣는다는 제스처를 취한 게 문제로 지적됐다.

15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20여 년간 지지해 왔던 중동분쟁 해결책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공존 해법’의 폐기를 공개적으로 거론해 외교적인 불씨를 지폈다. 이스라엘 강경파는 환영하고 나섰지만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무함마드 압바스 수반은 “2국가 해법이 무산된다면 극단주의로 치닷게 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러시아, 이스라엘과 신 밀월관계가 관측되는 트럼프 대외정책의 일단이 기자회견에서 드러나 중동의 화약고를 다시 들쑤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런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최장시간으로 기록된 17일 기자회견은 그야말로 난장판으로 변했다. 노동장관 새 후보를 간단히 소개하려던 게 취임 한 달 기념 기자회견 자리가 된 것까지는 좋았으나 트럼프 특유의 독설과 분노에 찬 고성이 1시간 15분이나 이어졌다.

마이클 플린 전 국가안보회의 보좌관의 퇴진을 부른 미 정보기관들의 정보유출 의혹에 대해서 조사를 지시했다는 점을 강조한 트럼프는 "정보유출은 팩트이고 뉴스는 가짜다"라고 언론에 대한 반감을 예의 드러냈다. 지난달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 "당신네는 가짜뉴스다"라며 질문권을 요구하던 CNN 기자에게 면박을 줬던 트럼프. 이번 기자회견에서도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우리를 가짜뉴스라고 했는데..."라는 CNN 기자의 말머리를 싹둑 잘라낸 트럼프는 "그러면 말을 바꾸겠다. 진짜 가짜뉴스다"라고 했으니, CNN은 '역사에 남을 어메이징 모멘트-트럼프 기자회견'이라는 기사 타이틀로 응수했다. 트럼프는 "내가 발광하는 게 아니고 당신네들이 정직하지 못하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라고 자신의 언행에는 결코 문제가 없음을 강변했다.

대선과정에서부터 기자들을 향해 자신을 흡집내기에만 열을 올린다며 '추잡하다' 등의 표현을 서슴지 않고 써왔던 트럼프. 취임 첫 기자회견에서도 대척점에 선 언론들을 향해 '쓰레기' 취급하며 연신 '가짜뉴스' 타령으로 공세를 퍼부었던 그 트럼프의 격한 직설법은 누그러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거칠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영국의 가디언조차 "트럼프 기자회견은 그가 결코 대통령답게 되지 않을 것임을 입증해보였다"고 비판할 정도였다. 어쩌다 갖는 기자회견에서 만나기만 하면 기자들과 '썰전'을 넘어 으르렁대니 이쯤되면 트럼프 행태를 '언론 혐오증'으로 불러야 할까.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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