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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희, 20년 거슬러 올라간 그 예리한 촉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2.18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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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탈북한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지난달 한국으로 들어온 뒤 월간조선과 인터뷰에서 30년 전의 KAL 여객기 폭파범 김현희 씨에 대한 음모설을 정면 반박했다. 1987년 폭파사건 당시 북한 외무성 유럽국에서 근무하던 태 전 공사는 "김현희 씨가 오스트리아를 경유해 이라크 바그다드로 건너갔다. 사건 직후 오스트리아 정부가 김현희 씨의 출입국 기록을 가지고 북한에 공식 항의했다"고 밝혔다. 오스트리아는 지난 13일 피살된 김정남이 2004년 11월 중순 오스트리아에 방문했다가 암살될 위기에 놓였지만 정보기관이 사전에 적발한 뒤 북한에 강력히 항의했던 나라다.

태 전 공사는 오스트리아 외교 문서뿐 아니라 인터폴에도 김현희 씨와 관련된 자료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북한이 '김현희는 가짜'라며 폭파 사건 이후 줄기차게 주장해왔던 조작설을 반박한 것이다.

그 김현희 씨가 이번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피살된 시기가 북한 관련설을 보여주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김현희 씨는 17일 일본 요미우리신문과 서신 인터뷰를 통해 김정남 살해 사건이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75번째 생일(16일)을 앞두고 발생했다는 점을 20년 전 이한영 사건과 연관지었다.

김정남의 이종사촌인 이한영 씨가 1997년 2월 15일 성남 분당 자택에서 북한 공작원의 총에 맞아 열흘 뒤 사망한 사건이다. 피살 현장 목격자의 진술로는 이 씨가 의식불명에 빠지기 전에 "간첩"이라고 말했다. 김정남의 생모인 성혜림의 언니 성혜랑의 아들이 이한영 씨. 본명은 리일남으로 1982년 스위스를 거쳐 한국으로 망명했다. 북한은 이 씨가 '대동강 로열패밀리'란 책을 내며 북한 권력층의 실상을 폭로하자 응징 차원에서 공작원을 남파해 살해한 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김현희 씨는 이한영 씨가 피살된 날도 김정일 생일 하루 전날 밤이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북한이 20년 뒤 다시 국제적인 테러 네트워트를 이용해 김정남을 살해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정일 생일에 앞서 북한 세습정권에 위협이 될 소지를 없애려는 차원의 암살이란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현희 씨는 동남아 여권을 소지한 여성 용의자 2명이 바로 체포된 것과 관련해서는 “혹독한 훈련을 받은 공작원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다”며 “동남아 여성을 고용한 청부살인”이라고 규정했다.

김현희 씨의 분석대로 북한 사주의 증거가 18일 나왔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 암살의 네 번째 용의자로 북한 신분증을 소지한 40대 남성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전날 밤 체포된 이 용의자는 '리정철'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인 노동자에게 발급되는 말레이시아 신분증을 지니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년을 거슬러 올라간 테러범 출신 김현희 씨의 그 예리한 촉대로 한 꺼풀씩 북한의 배후가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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