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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논객마당] 귀화시대, 동포선수도 품자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2.2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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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앞으로 다가온 평창 올림픽의 리허설인 테스트 이벤트가 한창이다. 종목별로 월드스타들이 출동해 미리 보는 올림픽으로서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점검하고 있는 가운데 평창 드림을 꿈꾸는 한국 대표선수들도 이 같은 프레올림픽은 물론 동계아시안게임, 월드컵 등 각종 국제무대에서 선전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이 화룡점정하는 글로벌 메가 스포츠 이벤트에서 기대하는 성적은 금 8, 은 4, 동메달 8개로 종합 4위. 그 목표를 달성하고 동계스포츠의 활성화를 위해 가동되고 있는 '평창 프로젝트'에는 귀화 전략이 포함돼 있다.

2011년부터 외국의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특별귀화를 통해 취약종목인 아이스하키, 바이애슬론, 루지에서 12명에게 한국 여권을 내줬고, 피겨스케이팅 등에서 4명의 추가 귀화도 추진하고 있다. 평창에서 출전 규모가 130여명으로 예상되는 한국 대표선수 중에서 귀화 올림피언은 최대 16명에 달하게 된다.

개최국의 대거 귀화는 겨울 올림피아드에선 이미 대세다. 전략종목과 취약종목에 전략적으로 귀화선수를 보강하기 때문이다. 4년 전 소치에서는 14명을 귀화시킨 러시아가 13개 금메달 중 6개를 국적 바꾼 올림피언의 손을 빌려 따내면서 20년 만에 종합 1위를 탈환했다. 한국에서 귀화한 빅토르 안(안현수)이 쇼트트랙 3관왕으로 부활하며 귀화 파워를 이끌었다. 2010년 밴쿠버에서 캐나다는 16명을 앞세워 사상 첫 종합 우승을 차지했고 2006년 토리노에서는 이탈리아가 20명을 귀화시켜 종합 9위로 재도약했다.

우리나라에서 특별귀화는 이중국적도 허용하기 때문에 성적 지상주의라는 논란을 부른다. 단기 처방일 뿐 '먹튀' 가능성이 있어 스포츠를 통한 국민화합에도 도움이 안 된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그러나 기회와 꿈이 어울려 피부색과 민족색채의 편견을 허문 스포츠 노동인구의 국제 이동이 보편화되고 있는 추세에서 귀화는 경쟁력을 높이고 저변을 확대하는데 기여하는 효과가 크다.

한국이 동계올림픽에서 수확한 메달 53개는 모두 빙상에서만 나왔다. '빙상 코리아'의 편향성을 탈피하려면 그늘종목에 빛이 들어야 한다. 평창올림픽은 변곡점이 될 수 있다. 거의 전 종목에 출전해 세계의 벽을 두드리면서 경쟁력을 높인 이후 종목별로 지평이 넓어진 '서울올림픽 효과'를 다시 기대하는 데에 귀화선수는 그 마중물이다.

그들에게서 메달만 바라는 게 아니다. 러시아에서 귀화한 여자 바이애슬론의 예카테리나 에바쿠모바가 최근 한국 동계스포츠 세계선수권에서 역대 최고 성적(5위)을 기록, 평창행 출전 쿼터를 늘려줄 가능성을 높였다. 귀화한 3명을 포함해 더 많은 대표들이 출전할수록 사격과 스키를 합친 이 생소한 종목을 널리 알려 저변을 넓힐 수 있다. 최근 프랑스 르몽드지는 2012년 영국이 런던올림픽을 개최하면서 이중국적 선수를 많이 활용했다는 것을 상기시키며 "외국선수를 귀화시키는 목적은 메달 획득이 아니라 이들이 우리 선수들을 성장하도록 도울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라는 대한바이애슬론연맹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의 올림픽 귀화 특징을 조망했다. 기회의 땅에서 올림피언의 꿈을 실현하게 되는 이들이 이끌 저변확대가 씨줄이라면 얇은 선수층에 경쟁을 유도하는 '메기효과'는 날줄이 되는 것이다.

귀화 러시를 이끄는 아이스하키는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그 메기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캐나다, 미국, 러시아 등 빅6와 나머지 국가 간의 전력 차가 너무 커서 국제아이스하키연맹이 귀화를 폭넓게 허용하고 있는데 한국에도 개최국 자동출전권을 어렵게 내주면서 내건 전제조건의 하나가 대거 귀화다. 1998년 나가노에서 일본은 8명을, 2006년에서 이탈리아는 무려 11명을 귀화시켜 탈꼴찌에 성공했다.

한국은 남자 대표팀에서 수비수 1명을 보강하면 7명으로 늘어난다. 캐나다 동포 여자대표 2명을 포함하면 모두 9명이 된다. 한 살 때 캐나다로 이민 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스타 출신 백지선 감독이 치밀한 리쿠르팅으로 확보한 귀화선수들을 융화시켜 34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을 꺾었고 유로챌린지 첫 우승 결실도 맺었다. 여자 대표팀 역시 15전 16기로 아시안게임 사상 첫 승을 거뒀다. 이처럼 올림픽 귀화의 지렛대 효과는 국내 아이스하키리그에 대한 관심도 끌어올릴 수 있어 반갑게 다가온다.

올림픽 특별귀화는 이렇듯 많은 효과를 기대하게 하지만 이번 기회에 장기적으로 귀화선수나 동포선수들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다듬어나갈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나 국제대회가 닥쳐서 귀화로 전력을 보강할 것인가. 핵심자원을 찾을 때의 해외 수급 시스템을 정비해 스포츠문화로 정착시켜나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일회성 귀화 논란도, 백의민족 순혈주의에 갇힌 폐쇄성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바깥으로 눈을 돌려 보자. 해외 동포 700만 시대다. 그에 비례해 동포선수들도 많다. 아버지가 중국인인 재중동포 주권은 프로야구 최초의 귀화선수다.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중국대표팀에 뽑혀 출전하게 된 것을 두고 최근 논란이 불거졌다. 야구의 세계화를 위해 조부모의 국적까지 대회마다 언제든지 탄력적으로 선택해 출전할 수 있도록 한 WBC 규정에 따른 것인데 '배신' 운운하는 비난으로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아야 했던 주권이다. 한국 대표팀이 예전부터 이 규정을 활용해 동포선수들에게도 눈을 돌렸더라면 이런 논란이 빚어졌을까. 가뜩이나 각종 사고와 부상 등으로 엔트리 구성에 애를 먹으며 역대급 약체 전력으로 평가받는 이번 대표팀에도 미국에서 나름 경쟁력을 갖춘 한국계 선수들에겐 기회가 돌아가지 않았다.

다음 대회부터는 이민 3세 행크 콩거(최현), 입양아 롭 레프스나이더(김정태), 한국인 할머니의 피를 물려받은 다윈 바니,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타이슨-조 로스 형제 등 한국계임을 자랑스러워하는 선수들도 후보 리스트에 올려 자원수급 채널을 다각화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한국계 인재 발굴을 위해 SNS까지 뒤져가며 캐나다 동포 박은정과 임진경을 찾아내 여자 대표팀의 전력 강화카드로 수혈한 대한아이스하키협회의 노력은 칭찬받을 만하다.

최근 미 국무부 스포츠대사로 부모의 나라 한국을 방문한 클로이 김은 어렸을 때 국적을 미국으로 택해 스노보드 월드스타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각 종목 협회에서는 이 같은 해외동포 유망주들을 대상으로 관심을 기울이면서 채널을 유지해나가면 코리안의 자긍심을 살리려는 그들의 선택을 기대해볼 수 있다. 입양아 출신으로 2006 올림픽에서 모굴스키 동메달을 따낸 뒤 평창올림픽 유치를 돕고 한국 대표팀도 맡은 미국의 토비 도슨처럼 뒤늦게 한국인임을 자랑스러워하는 동포선수는 많다. 역시 입양아인 프리스타일 스키 기대주 이미현은 고국에서 전해지는 관심을 평창의 꿈으로 이어가려고 미국에서 국적을 바꿨다.

최근 거스 히딩크 감독은 오는 5월 한국에서 열리는 20세 이하 월드컵에 한국대표 후보감으로 네덜란드에 야스퍼 하이데를 추천해 화제를 모았다. 아약스의 청소년 선수가 아니라 정작 아버지가 입양아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간상으로 촉박해 귀화는 사실상 불발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올림픽팀 등 다른 연령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지 따져보면서 꾸준히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입양아가 많은 유럽에서 이 같은 사례의 유망주들이 더 있는 지 조사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다른 종목에서도 국제대회에 참가하거나 해외에 나가 있는 한국인 지도자나 히딩크처럼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가동해 전도 유망한 동포선수들이나 한국에 도움이 될 만한 인성과 기량을 갖춰 귀화 가능한 대상자들을 인재풀로 데이타베이스화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그리고 지속적으로 소통채널을 열어놓고 공을 들여야 한다.

동포선수들을 품으려면 귀화를 보는 눈이 달라져야 한다. 출신이 다르다는 것에 편견과 차별이 있다면 문화충격으로 고국에서 내미는 손을 잡을 수 없다. 중국에서 태어나 한국인 가정에 양녀들로 입적해 국내 여자프로배구 1호 귀화선수가 된 이영, 그리고 곽방방 당예서 석하정 전지희 등을 잇는 여자탁구 귀화스타를 꿈꾸는 최효주는 최근 들어 만개한 기량을 펼치고 있다. 처음에는 국내선수들의 자리를 빼앗는게 아니냐는 편견 속에 번민도 많았지만 적응기를 거쳐 태극마크를 향해 도전하고 있다. 이들처럼 기회를 찾아 한국에 건너와 애국가를 부르며 당당히 실력으로 꿈을 이루려는 귀화선수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200만 명에 이르는 다민족 다문화 사회다. 귀화 한국인 15만 명의 시대이기도 하다. 프로축구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국내 스포츠 귀화의 역사도 20년이 넘는다. 올림픽 귀화러시까지 이뤄진 이제는 출신을 차별하지 않고 실력과 능력으로 평가해 귀화선수들을 따뜻하게 포용하는 스포츠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월드클래스의 양궁, 쇼트트랙 등에서 올림픽메달 획득보다 어렵다는 대표선발 관문을 뚫지 못해 역귀화하는 코리안들이 그 나라에 가서 차별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한국을 떠난 그들의 꿈을 비난할 수 있을까. 안현수가 러시아에서 인기가 떨어져 차별받아 돌아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최근 불거진 올림픽 특별귀화와 귀화선수 차별 논란은 우리의 스포츠문화와 의식을 되돌아보는 논의로 이어지는 게 생산적이지 않을까. 열린 시각으로 귀화선수들을 품어 안을 때 동포선수, 한국계선수들도 가슴 벅찬 코리안 드림을 꿈꿀 수 있다.

김한석 스포츠Q 스포츠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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