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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 꼭 7년 전 그날의 행복 피날레처럼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2.23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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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당당하게 누려라'

꼭 7년 전 그날이다. 밴쿠버 동계올림픽 포디엄에서 이승훈은 세계빙속사에 기억될 감동의 축하를 받았다. 스피드스케이팅 1만m에서 세계 최강 네덜란드의 스벤 크라머가 코스 침범으로 실격되는 바람에 금메달로 승격된 이승훈은 뜻밖에도 시상대 양 옆의 메달리스트들 어깨에 올려져 플라워 세리머리를 했다. 한국 장거리 빙속의 첫 골든 피니시에도 머쓱해 하는 이승훈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같은 나라의 크라머가 당한 비운에 시무룩할 법도 했지만 동메달리스트 밥 데용의 미소는 밝았다. 밥 데용의 제의로 목마를 함께 태워준 러시아의 은메달리스트 이반 스코브레프의 얼굴도 환했다.

그들은 이승훈의 도전에 경의를 표한 것이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탈락에도 굴하지 않고 아웃링크로 전향해 올림피아드에서 금빛 피날레로 꽃피운 그 불굴의 의지에 대한 찬탄이었다. 어부지리가 아니라 충분히 금메달리스트의 자격이 있다는 갈채였다.

열흘 전 5000m에서 은메달로 빛난 이승훈의 무한 질주에 강인한 인상을 받았던 그들은 새로운 올림픽 장거리 챔피언의 탄생을 함께 기뻐해준 것이다. 기회와 도전으로 화합하는 올림픽 정신을 구현한 그들의 배려로 이승훈은 행복한 올림픽을 경험했고, 이제 평창에서 3연속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힘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꼭 7년이 흐른 23일.

이승훈은 또 다른 도전의 결실을 맺었다.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빙속 마지막 레이스인 매스스타트를 금빛 피날레로 장식했다. 출전 4개 전 종목을 석권하는 신기원을 열었다. 한국 선수 최초 쿼드러플 금메달리스트의 역사도 썼다. 동계 아시안게임 사상 5번째 최다관왕으로 탄생했다. 전 대회인 6년 전 아스타나 아시안게임에서 3관왕에 오른 것을 포함해 한국선수 아시안게임 최다 멀티메달(금 7, 은메달 1개) 타이기록도 세웠다.

그것은 모두 이승훈이 난관과 한계를 거부한 도전의 전리품이었다. 지난 10일 강릉서 벌어졌던 종목별 세계선수권 팀 추월에서 넘어지며 부상을 당해 삿포로행을 포기할 만도 했다. 하지만 이승훈은 도전을 택했다. 유일한 단체 종목인 팀 추월에서 그동안 땀 흘려왔던 후배들을 포기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결연한 의지. 그 배려의 레이스는 끝내 금메달로 보상받았다. 2011년 아스타나 대회에서 은메달로 유일하게 놓친 한도 그렇게 풀어냈다. 3년 전 소치 올림픽 팀 추월에서도 은메달에 그쳤던 이승훈이기에 후배들과 원팀으로 일군 금메달은 무엇보다도 값진 성과였다.

내년 평창 올림픽을 위해 몸을 아낄 수도 있었지만 쇼트트랙 계주에서 배운 희생과 배려의 가치를 아웃링크에서 실현한 이승훈. 그로 인해 살아난 '원팀' 질주는 삿포로에서도 감동을 선사했다. 빙속이 결코 외로운 '개인주의 레이스'가 아님을 보여준 이승훈의 무한질주는 소치의 세리머니만큼이나 가슴 뭉클하고 행복했던 피날레였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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