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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외신의 눈은 어딜 향해 있나?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3.1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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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경 탈출(Off the hook)' 2004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기각을 선고받은 뒤 나온 외신 타이틀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 같은 제목으로 한국 정치사의 첫 대통령 탄핵 위기에서 살아난 노 대통령의 해금에 주목했다. AP통신은 “비록 탄핵에 이르는 사유가 아니었다 할지라도 정치적, 도의적 책임까지 모두 벗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노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의 사과 대목을 주목하며 노 대통령이 더딘 경제 회복과 북한 핵문제 대치 상황에서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분석했다.

CNN은 '박 아웃(Park Out)'이라는 헤드라인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속보로 전한 뒤 촛불 민심에서 그 요인을 찾았다. [사진=CNN 홈페이지 캡처]

일본 요미우리 신문은 노 대통령이 ‘대립의 정치’에서 ‘타협의 정치’로 전환할 수 있을지를 과제로 꼽았다. 일본 산케이신문도 사설을 통해 노 대통령과 여당 모두 탄핵 기각이라는 결과에 자만하지 않기를 기대했다. 대체로 탄핵기각에 대해 외신들은 대통령직 복귀에 자만하지 않고 성숙한 정치를 정착시키는데 대한 책임의식을 강조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2016년 12월 9일. 비선권력의 국정농단을 방치해 헌법을 지키지 못한 혐의 등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로부터 탄핵소추를 당하자 외신들은 대통령이 파면되는 비극을 맞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다. 성난 민심에서 그 탄핵의 근거를 찾는 외신 논조들이 많았다. AFP통신은 "국회 탄핵소추 표결 결과는 깜짝 놀랄 만큼의 추락을 뜻한다"며 “박근혜는 청렴한 정치인으로 그 스스로 누구에게도 신세진 것 없고 ‘나라와 결혼했다’며 청와대에 입성했지만 취임 4년 만에 민주적으로 선출된 한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청와대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수백만 시민의 거대한 항의에 의해 탄핵소추가 급속하게 이뤄진 사실에 주목한 이 통신은 “그간의 부패는 대통령 가족이 많이 연루됐지만 ‘독재자’였던 박정희의 딸 박근혜 대통령은 경우가 다르다”며 비선실세와 연루된 점을 부각시켰다.

영국 가디언은 “탄핵 결과는 대중의 분노를 반영한다”라며 “수십년에 걸쳐 이룬 경제 발전과 자유는 이웃 북한과 극적으로 대비되지만, 한국엔 여전히 부패한 정치인과 산업엘리트 간의 결탁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탄핵이 청구되자 뉴욕타임스는 “박 대통령의 실패는 한국에서 부패와 권력남용이 정치와 경제의 최상층부에 얼마나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박 대통령에게 심판의 날이 도래했다.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경제규모가 큰 한국에 새로운 불확실성의 시기를 열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92일 뒤, “2004년 헌재는 당시 노 대통령의 행위가 대통령직을 박탈할 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봤지만 박 대통령의 혐의는 훨씬 위중해 헌재가 박 대통령을 국정에 복귀시킬 가능성은 낮다”고 AP통신이 예견한대로 박 대통령은 탄핵을 맞았다.

헌재의 탄핵 인용에 대한 외신들의 시각은 직권 남용을 용서하지 않는 국민의 힘으로 대통령을 파면시켰다는 쪽으로 쏠렸다. 미국 LA타임스는 ‘6개월 동안 한국의 정치와 경제를 휘젓고 보통 국민을 격분케 했던 탄핵사건이 헌재의 결정으로 드라마틱하게 끝났다’고 평했다. ‘헌재가 스캔들로 타격을 입은 한국 대통령을 몰아냈다’는 제목으로 탄핵 인용 사실을 전한 영국 BBC는 “국민 신임을 배반한 것이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위법행위”라는 이정미 헌재소장 대행의 탄핵 인용 사유에 주목했다. CNN은 "수백만명의 한국인이 추위를 이겨내고 거리에 나와 박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며 용감하게 나섰다"며 그 촛불 시위의 힘으로 탄핵 인용의 결과물을 얻어냈다고 분석했다.

탄핵 인용을 한국 민주주의의 전환점으로 바라보는 외신의 관점이 있다. 뉴욕타임스는 "폭력없이 평화적으로 이뤄진 촛불 시위는 한국의 민주주의가 진화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했다. 이 신문은 "이것은 기적이며,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튼튼하게 하고 제도화하는 데 있어서 새로운 이정표"라는 강원택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의 평가를 소개하며 의미를 부여했다.

외신들은 박 대통령 탄핵 인용에 따른 향후 전망도 내놓았다. 일본 NHK는 박 전 대통령은 파면에 그치지 않고 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관측했다. 가디언은 “이제 한국 대중의 분노는 한국식 재벌들의 막대한 부와 그를 활용한 정치적 영향력에 다시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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