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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골, '쏘니 핑거3'는 그렇게 찬연했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3.13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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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손흥민 3골에 핑거 3.

토트넘의 '쏘니(Sonny)'는 엄지 검지 중지를 펼쳐들었다. 2015년 9월 3일. 아시아선수 역대 최고액인 400억 원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손흥민의 골 뒤풀이였다. 토트넘 핫스퍼 역대 이적료 3위의 대우로 입성한 런던서 데뷔전도 치르기 전, 러시아 월드컵 2차예선 라오스전에서 해트트릭을 세운 손흥민으로선 3골의 의미가 남달랐기에 손가락 셋을 치켜들며 빅리그 도약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손흥민 자신의 A매치 첫 해트트릭. 한국대표팀도 4년만의 A매치 해트트릭을 기록한 그 때의 감흥이 다시 살아났다.

손흥민이 13일 밀월과의 FA컵 8강전 종료 직전 통렬한 왼발 발리슛으로 6-0 대승의 쐐기골을 폭발, 잉글랜드 진출 이후 첫 해트트릭을 완성하는 순간 세 손가락을 펴보이며 환호하고 있다. [사진=토트넘 핫스퍼 페이스북 캡처]

18개월 만에 세 손가락을 펴보였다. 13일(한국시간) 잉글랜드 FA(축구협회)컵 준준결승. 손흥민 골은 소나기처럼 터졌다. 리그1 클럽 밀월을 6-0으로 대파하는 쐐기골을 작렬한 뒤 엄지 검지 중지 펼쳐든 손흥민 골 뒤풀이에 화이트 하트레인의 홈팬들은 열광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토트넘 입성 이후 첫 해트트릭. 단숨에 올 시즌 14골까지 휘몰아친 손흥민 골 세례.  그 세 손가락에 세 가지 의미도 담겨 있다.

먼저 아시아선수, 아니 한국선수들을 괴롭혀온 인종차별을 당당히 극복해낸 손흥민의 골 사냥이었다. 설기현, 이청용도 밀월과 맞붙었을 때 악명높은 야유와 맞서야 했다. 이날도 마찬가지. 밀월 원정 팬들은 '저지 판매용 유색인종'으로 비하해 지칭하는 'DVD'를 외쳐댔다. 손흥민이 볼을 잡을 때마다. 손흥민이 2-0으로 달아나는 왼발 중거리골을 폭발하자 조금 잦아들었다. 후반 시작 9분 만에 화려한 발리슛으로 밀월 골네트를 시원하게 갈라내는 손흥민 골이 작렬하고 얀센의 골까지 어시스트하자 밀월 팬들의 야유는 탄식으로 바뀌었다.

전광판이 멎은 뒤 다시 한 번 골문을 열어제친 손흥민 골은 가랑이 사이로 놓쳐버린 수문장의 허망한 표정만큼이나 밀월 팬들을 절망에 빠뜨렸다. 손흥민 골 세례는 어떤 편견과 차별도 피치에서는 용납돼서는 안 된다는 강렬한 메시지를 실력으로 보여준 것이다. 그래서 손흥민 골 셀리브레이션에서 치켜든 손가락들은 그들의 심장을 서늘하게 겨냥한 듯 보였다.

손흥민 골 폭죽은 토트넘 공격에도 희망이다. 이날 프리미어리그 득점 선두 해리 케인이 경기 시작 7분 만에 태클로 부상을 당해 피치를 떠난 뒤 손흥민이 골 사냥으로 4골의 주,조연을 담당했으니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에게 더 없이 든든한 신뢰를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4강 진출 뒤 포체티노는 "케인을 잃었을 때 모두 손흥민을 떠올릴 것"이라며 "손흥민은 골을 기록했고 그는 스트라이커로 뛸 수 있다"고 믿음을 표시했다.

올 시즌 초반 케인이 없을 때 손흥민이 골 사냥으로 최전방 공격수 몫까지 톡톡히 해주며 토트넘 최고의 경기들을 이끌었던 기억을 되살려낸 것이다. 그래서 손흥민이 골을 터뜨릴 때마다 동료들은 더욱 뜨겁게 손흥민과 포옹했다. 단순한 손흥민 골 폭발에 대한 축하가 아니라 연대의 힘을 이어가자는 무언의 약속처럼 보였다.

손흥민 골의 세 번째 의미는 개인적으로도 최고의 시즌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이다. 이번 손흥민 골 수치는 14골까지 치솟았다. 리그에서 7골이다. 11경기 남은 리그에서 한 골만 보태면 기성용이 보유한 아시아선수 한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다골과 동률을 이루고, 더 한 골 얹으면 대망의 최다골 기록을 경신하게 되는 손흥민이다. 또한 2014~201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기록한 손흥민 자신의 시즌 최다 17골에도 도전한다. 손흥민은 당시 2골 모자라 넘어서지 못한 전설의 '차붐' 차범근 전 감독의 한국인 한 시즌 유럽무대 최다골 대기록 경신에 5골을 남겨놓고 있다.

분데스리가에서 두 번 세운 해트트릭을 런던에서도 마침내 보여준 손흥민 골 퍼레이드. 그렇게 특유의 몰아치기 골이 이어진다면 손흥민 골 수확 목표는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 토트넘에서 맞은 첫 시즌 때는 42경기에 나와 8골을 기록했던 손흥민이지만 멀티골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이번 시즌은 달랐다. 손흥민 멀티골은 이번이 네 번째. 리그와 FA컵서 두 번씩 손흥민 골 몰아치기는 유감없이 발휘됐다. 지난해 9월 스토크시티, 미들즈브러를 상대로 2골씩 기록한 손흥민은 '9월의 선수'에 뽑히며 '미스터 셉템버'로 성가를 높였다. FA컵서도 손흥민은 지난 1월 위컴비전서 2골을 몰아쳤다. FA컵 득점 공동선두까지 올려놓은 손흥민 골 세 방은 그래서 더욱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골 감각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손흥민 골 폭발 스타일도 이날 전광석화와 같은 두 번의 발리슛을 명중시켰다는 점에서 강렬한 임팩트를 찍었다. 29경기에서 14골. 밀도 높은 골 수확이다. 손흥민 골 퍼레이드는 다시 화려하게 시작됐다. 오는 23일 중국과의 월드컵 최종예선 어웨이 매치에는 옐로카드 누적으로 출격하지 못해 마음의 빚이 남아 있는 손흥민. 하지만 28일 시리아와 홈 매치에서 러시아 가는 길을 밝혀줄 희망의 골 사냥을 약속이라도 하듯 손흥민 골 폭격은 그렇게 런던에서부터 예열됐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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