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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장성 넘은 태극 셔틀콕, '골드코스트의 대반란' 그 의미는?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5.29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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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태극 셔틀콕은 지난해 리우 올림픽에서 동메달 하나에 그쳤다. 1992년 올림픽에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한국 배드민턴은 금 6, 은 7, 동메달 4개를 수확하면서 효자종목으로 든든하게 올림피아드 메달 사냥의 한 축을 맡아왔으나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 올림픽에서 연속 동메달 하나씩에 그치며 쇠락의 기미를 보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셔틀콕 황제' 박주봉 감독이 이끄는 일본(금 1, 동메달 1개)에도 밀려 충격에 휩싸였다.

이후 특정스타에만 기대는 올림픽 도전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각성하고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2008년 한국의 마지막 올림픽 셔틀콕 골드 메달리스트 이용대의 '살인윙크'도 태극유니폼과 함께로는 볼 수 없게 됐다. 두 번 연속 금메달에 도전했던 이용대의 영원한 단짝 유연성도 태극 라켓을 놓았고, 고성현 김사랑 배연주 등 베테랑들도 줄줄이 국가대표 은퇴로 후배들에게 태극 셔틀콕을 물려주었다.

지난해 12월엔 강경진 감독이 대표팀을 맡아 세대교체 작업을 시작했다. 2018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을 넘어 2020년 도쿄 금메달 회복 프로젝트를 위해 젊은피들을 수혈했다.

시행착오는 적지 않지만 사실상 지난 8년의 올림픽 주기에서 단식 등 부분적인 세대교체에 그쳤기에 메달 전략 종목인 복식 부문에 비중을 두고 물갈이가 진행돼 왔다.

그 첫 결실을 28일 호주 골드코스트에서 금빛 쾌거로 이뤄냈다. 세계 최고의 셔틀콕 국가를 가리기 위해 격년제로 펼쳐지는 세계혼합단체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실로 14년 만에 만리장성을 넘는 기적의 대역전 드라마를 펼쳤다. 세계최강 중국의 7연패를 저지하며 통산 4번째 우승 컵을 탈환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배드민턴 전설의 이름을 딴 수디르만컵으로 불리는 혼합단체 세계선수권은 남녀 단식 2경기, 남녀 복식 2경기, 그리고 혼합복식까지 5경기를 치러 자웅을 가린다.

수디르만컵과는 별도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2014년 코펜하겐에서 고성현-신백철 조가 이용대-유연성 조를 꺾고 우승하고 김기정-김사랑 조가 동메달을 보태면서 남자 복식 포디엄을 독식하는 등 금 1, 은 1, 동메달 2개(여자 복식 포함)로 11년만에 금메달을 따내 부활 기미를 보였다. 당시 중국에 이은 종합 2위의 성가는 이듬해 세계선수권에서는 다시 동메달 2개로 빛이 바랬고 올림픽 부진으로까지 이어졌다. 

이제 세대교체는 새로운 복식조 발굴에 초점이 맞춰졌고 그 실험 속에도 중국을 꺾는 쾌거를 이룬 것은 의미가 깊다.

2013년 세계주니어선수권 단체전을 제패했던 최솔규(22)는 '포스트 이용대'로 주목받는 약관 서승재와 호흡을 맞춘 첫 경기인 남자 복식에서 0-2로 패했지만, 두 경기씩 주고받은 마지막 5경기 혼합복식에서 역시 2013년 세계주니어선수권 2관왕에 빛나는 동갑내기 채유정과 파트너를 이뤄 루카이-황야충을 2-0으로 완파, 4시간 넘는 대사투에 극적인 마침표를 찍었다. 세계 14위 최-채 듀오가 세계 2위 콤비를 제압하며 7개 대회만에 중국의 아성을 무너뜨리는 대반란을 완성한 것이다.

세계랭킹 41위 전혁진(22)은 남자 단식에서 세계 12위 천룽에게 졌지만 소중한 경험을 얻었다. 여자 단식 세계 4위 성지현(26)은 7위 허빙자오를 꺾어 세대교체의 징검다리로 건재를 알렸다. 여자 복식 세계랭킹 3위 장예나(27)-이소희(23) 조도 4위 천칭천-자이판 조를 제압, 태극 바통터치의 무게중심을 지켰다.

2년 전 세계혼단체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 일본에 2-3으로 패해 동메달을 차지할 때 멤버 중에서 성지현, 장예나만 이번 호주 대회에 참가해 정상정복을 이뤘다는 점에서 세대교체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조합을 맞추느라 최상의 멤버가 아닌데도 똘똘 뭉쳐 기적을 만들었다. 이번 우승은 대표팀이 한 단계 성장하는 큰 자산이 될 것"이라는 장경진 감독의 자평처럼 한국 셔틀콕은 부활샷에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수확이다.

복식을 지렛대 삼아 황금계보를 이어간다면 중국을 상대로 반짝 승리가 아닌 지속가능한 정상권 유지를 기대할 수 있다. 이제 한국 배드민턴은 오는 8월 영국 글래스고 세계선수권대회 복식 부문에서 '골드코스트의 반란'을 자신감 삼아 강렬한 스매시를 노리게 된다. 최근 일본에까지 밀린 위기의 태극 셔틀콕은 그렇게 힘차게 새 바람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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