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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월드컵, '신태용의 아이들'을 깨운 3가지 성과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5.31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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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월드컵은 경험하는 자리가 아니라 증명하는 자리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졸전 끝에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한국 A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좋은 경험이 됐다는 취지의 결산 발언에 대해 이영표 KBS 해설위원이 날린 직격탄이다.

그렇다. 한 나라 축구의 톱 레벨인 A대표팀으로서는 그야말로 세계 속에서 증명하는 무대가 월드컵이 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히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대회 중에서 'U-(under-)'가 붙는 연령별 월드컵의 경우는 다른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23세, 20세, 17세 이하 연령별 대표팀은 끝없이 도전하는 과정에 있다.

23세 이상 선수 3명을 와일드카드로 허용하는 올림픽은 23세 이하가 주축이 되는 성취지향적인 경쟁무대로 의미가 기울어 있지만, 20세 이하, 17세 이하 레벨은 성취보다는 도전에 방점이 찍힌다. 기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성장기에 있는 유망주들의 경연무대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한국에서 열리고 있는 FIFA U-20 월드컵은 '미완의 대기'들이 마음껏 잠재력을 뿜어내는 경연무대다.

한국이 30일 포르투갈에 1-3으로 패해 8강 진출이 좌절된 패인을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세계무대에서 신중하게 수비를 튼튼히 하지 않는 대응으로 한 번 지면 끝장인 녹다운 라운드 첫판부터 너무 공격지향적으로 나섰고, 경기마다 포메이션이 너무 자주 바뀌었다는 지적이 그것이다. 바르셀로나 듀오 이승우-백승호의 환상적인 동반 연속골을 앞세워 기니, 아르헨티나를 연파하고 16강 진출을 조기에 확정지어 기대감이 높아졌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실망도 큰 게 사실이다.

34년 만에 4강 도전에 나섰다가, 그것도 안방 무대에서 너무도 빨리 열기가 식어버린 탓에 문제제기로 실패 원인을 짚는 것은 좋지만 너무 비관적일 필요가 없는 이유가 있다.

세 가지 면에서 '신태용의 아이들'은 의미있는 성과를 남겼기 때문이다.

우선 도전정신이다. 공격지향적이었다. 더 이상 국제무대에서 엉덩이 뒤로 쭉 빼지 않고 당당히 '공격 앞으로'를 외친 도전이었다. 무색무취로 빠져든 A대표팀 '슈틸리케호'와 비견되는 호화로운 공격력에 팬들은 오랜만에 축구보는 맛에 흠뻑 빠질 수 있었다.

신태용 감독의 자평에서 무한도전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분명히 욕을 얻어먹을 것이라 생각한다. 세계대회에서 성적을 내기 위해 수비축구를 하는 것보다 포르투갈 같은 팀과도 대등하게 싸우면서 이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앞으로 더 성장하기 위해, 한국 축구가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강호를 상대로 주눅이 들어 뒤로 물러서지만 않고, '태극투혼'이라는 굴레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창의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주려는 노력들이 엿보였다. 공격지향적이지 않았다면 늘 그랬듯이 아쉬움만 컸을 법했다. 

냉정하게 페널티 박스 안에 버스를 세우는 '텐백'축구로 걸어 잠그다 한방을 노리는 약팀의 역습방정식에 얽매여서는 결코 발전이 없다는 '난놈 감독' 신태용의 도전의식이 아니었다면 실패 속에도 내일의 성공을 위한 단서조차도 찾지 못했을 터다.

4-2-3-1, 3-4-3, 3-5-2, 4-4-2 등 경기마다 바뀌는 팔색조 포메이션으로 다양한 전술 변화를 꾀한 것도 의미있는 시도였다. 2년째 4-2-3-1의 대세 포맷만을 고집해 전술 대응력이 질곡에 빠져 러시아 월드컵 최종 관문에서 고전하고 있는 슈틸리케호와는 너무도 딴판이다.

어린 선수들이 이런 다양성에 호응할 수 있느냐는 반론도 많았다. 하지만 중도에 지휘봉을 잡고 190일 여정 속에도 이만큼 전술 응용력을 갖출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리틀 태극전사들의 눈높이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성과를 낳았다.

20세 이하 선수들은 세대교체의 막내들로 자라나야 하는데 이렇듯 극단적이리만치 공격지향적인 창의성과 다양한 전술 변화를 체득한 것은 중요한 자양분이 될 수 있다. 지금이야 가시적인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2020년 도쿄 올림픽,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이끌어갈 내일의 주역들에게는 실로 소중한 깨우침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자성론으로 깨우친 성과도 있다. 이번에 맞붙는 강호들은 선수 대부분이 리그에서 꾸준히 뛰며 경기력을 유지한 팀들이었다는 점을 '신태용의 아이들'은 피치에서 몸 부딪히며 느낄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바르셀로나 B팀에서 실전 경험을 꾸준히 쌓지 못한 백승호는 포트투갈전에서 막판 교체돼야 했는데 8강 좌절 뒤 펑펑 울고 말았다. 그는 눈물을 훔치며 "우리 선수들은 1학년이라는 이유로 대학팀에서 못 뛰는 경우가 많고, 프로팀에 있어도 나처럼 경기 운영 감각이 조금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 보니 경기 내내 조급하게 경기했다. 프로팀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조금 더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프로팀에서는 2군, 대학팀에서는 비주전으로 경기체력을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는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한국선수들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고서는 '멕시코 청소년 4강 신화' 재현만을 기대하는 것은 약관의 선수들에게 너무도 가혹한 희망사항이다.

신태용 감독도 "국제대회에서 더 좋은 성적을 내려면 리그에서 선수들이 많이 뛰어야 한다. 우리는 프로에서 뛰지도 않으면서 오로지 성적만 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성적은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패장의 변명이 아니고 통렬한 한국축구 현실진단이다.

이런 소중한 경험과 뼈저른 자성이 발전의 동력으로 맞물려 돌아갈 때 피돌기도 제대로 되고 월드컵에서 당당히 한국축구 존재감을 증명하는 태극전사들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박인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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