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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첫 시정연설, '일자리-청년-국민' 그 절박함에 대하여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6.1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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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뷰] "한 청년이 있습니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입학했고, 입시보다 몇 배 더 노력하며 취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청년은 이렇게 말합니다. '제발 면접이라도 한 번 봤으면 좋겠어요'

그 청년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수많은 아들딸들이 이력서 백장은 기본이라고, 이제는 오히려 담담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실직과 카드빚으로 근심하던 한 청년은 부모에게 보낸 마지막 문자에 이렇게 썼습니다. '다음 생에는 공부를 잘할게요.'

그 보도를 보며 가슴이 먹먹했던 것은 모든 의원님들이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일자리가 있다고 해서 행복한 것도 아닙니다. 부상당한 소방관은 가뜩이나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동료들에게 폐가 될까 미안해 병가도 가지 못합니다. 며칠 전에는 새벽에 출근한 우체국 집배원이 과로사로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일일이 말씀드리자면 끝이 없을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일자리 추경 시정연설에는 PPT로 청년, 국민들의 절박한 삶에 대한 PPT 자료도 함께 곁들여지는 스토리텔링으로 이어졌다. [사진=청와대 페이스북 캡처]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를 향해 던진 호소다.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식 이후 다시 찾은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통해 11조2000억원의 일자리 추경의 절박성과 시급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사례들을 먼저 스토리텔링으로 풀어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이렇게 국민들의 고달픈 하루가 매일매일 계속되고 있다. 우리 정치의 책임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 분명한 사실을 직시하고 제대로 맞서는 것이 국민들을 위해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취임 33일만의 국회 시정연설. 헌정 사상 최초의 추경 시정연설. 1987년 직선제 대선 체제 이후 가장 빠른 시정연설. 박근혜 전 대통령 때보다 꼭 200일이 빠른 시정연설이다.

풀리지 않은 내각 인선 딜레마 속에 일자리 추경 예산안을 국민에게 설명하고자 국회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의 초점은 절박한 일자리에만 오롯이 맞춰졌다.

실업률은 2000년 이후 최고치, 실업자수는 역대 최고치. 4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통계작성 이후 최고치인 11.2%. 체감 실업률은 최근 3개월간 24% 안팎.

청년 4명 가운데 1명이 실업자인 이런 '취업절벽'의 통계들이 시정연설문에 모두 담겼다.

문 대통령은 한 세대 청년들의 인생을 잃어버리게 될 것을 염려했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에코붐 세대가 주취업연령대에 진입한 반면에 청년들이 취업을 희망하는 좋은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며 "이에 대한 특단의 대책이 시급히 마련되지 않으면 에코붐 세대의 주취업연령대 진입이 계속되는 동안 청년실업은 국가재난 수준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위기의식에서다.

소득 불평등에게 대한 현실인식도 명확히 짚어냈다.

소득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계층의 소득이 지난해 무려 5.6%나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상위 20% 계층의 소득은 2.1% 늘었다고 지적했다. 올해 1/4분기에도 지속되고 있으며 제일 잘사는 계층과 못사는 계층 간에 소득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는 현실에 주목했다. 1분위 계층의 소득감소가 5분기 동안이나 지속되고 있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고 못박았다. 

수출 대기업 중심의 경제지표는 좋아지고 있는데, 시장 상인이나 영세 자영업자, 중소기업 등은 외환위기 때보다 경기가 더 나쁘다고 호소한다고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들의 지갑이 얇아지니 쓰는 돈이 줄어들었다. 시장이며 식당은 장사가 안 되니 종업원을 고용할 수 없다. 그러니 주로 저소득층이 종사하던 일자리가 줄어든다. 1분위 계층의 소득이 감소하게 된 이유"라며 "극심한 내수불황 속에서 제일 어려운 계층이 벼랑 끝으로 몰렸다"고 결론내렸다. 

상위 10%가 전체 소득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이 50%에 육박하는 우리나라 경제불평등 정도가 통계상으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미국에 이어 2위라는 현실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런 흐름을 바로잡지 않으면 대다수 국민은 행복할 수 없다. 지속적인 성장도 어렵다. 통합된 사회로 갈 수도 없다"며 "민주주의도 실질이나 내용과는 거리가 먼 형식에 그치게 된다"고 강조했다.

6.10 민주항쟁 30주년 기념식에서 밝힌 경제민주주의의 기조를 거듭 강조한 것이다. "시민들이 투표에 참여하는 대의민주주의에 만족하지 못하고 거리로 나서게 되는 근본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했다. 6·10 항쟁 기념식에서 "밥이 민주주의가 되고 민주주의가 밥이 되는" 경제민주주의의를 강조했던 것처럼 일자리 추경이 소득향상을 통한 성장에 최소한의 마중물이 될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해법은 딱 하나, 좋은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고용 없는 성장이 계속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다. 성장의 결과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늘려 성장을 이루는 '경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경제는 적절한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현재의 실업대란을 이대로 방치하면 국가재난수준의 경제위기로 다가올 우려가 있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할지도 모른다"며 "문제의 중심에 일자리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물론 단번에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도 인정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만큼은 해야 한다고 했다. "추경을 편성해서라도 고용을 개선하고, 소득격차가 더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대목에서 문 대통령의 목소리는 한껏 높아졌다.

일자리 추경안 편성 배경을 이같이 밝힌 뒤 추경예산을 어디에, 어떻게 쓰려고 하는지를 보고했다.

문 대통령은 "추경 목적에 맞게 일자리와 서민생활 안정에 집중했다"며 "항구적이고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규모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은 배제했다. 대신 육아휴직급여,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등 지난 대선에서 각 당이 내놓은 공통공약을 최대한 반영했다"고 말했다.

"첫째, 우리의 미래인 청년들에게 최우선 순위를 두어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만들거나, 취업과 창업을 돕는 예산이다.
둘째, 여성들에게 일할 기회를 늘려주고 가정의 행복을 돕는 예산이다.
셋째, 어르신들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을 할 수 있어야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다는 차원에서 어르신들의 일자리와 건강을 위한 예산이다.
넷째, 지역에 밀착한 일자리를 만들고, 취약한 민생과 국민안전을 강화하는 예산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추경으로 지방자치단체에 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총 3조5000억원이 지원되는데 지방정부들도 이번 추경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도록 지원 예산을 일자리 정책과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는 민생 관련 사업에 중점 사용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드린다."

문 대통령은 이같이 5대 방향에서 추경안을 집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약 11만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기고, 서민들의 생활이 조금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응급처방이지만, 꼭 해야 할 일. 일자리는 국민들에게 생명이며, 삶 그 자체라고 다시 강조했다.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국민 기본권이라는 점에서 국민들은 버틸 힘조차 없는데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국민이 힘들면 지체 없이 손을 내밀어야 한다. 국민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며 "그게 정부고, 그게 국가라는 판단으로 편성한 예산"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일자리 추경안 통과를 위해 여야의 협력을 호소했다. 

"마음 놓고 일하고 싶다는 국민들의 절박한 호소에 응답합시다.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고통을 껴안읍시다. 일자리에서부터 국회와 정부가 협력하고, 야당과 여당이 협력하는 정치를 한다면 국민들께도 큰 위안이 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선 본회의장 스크린에 뜬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 자료와 스토리텔링이 눈길을 끌었다. 생중계 방송 화면에는 사상 최초로 대통령 연설 장면과 PPT가 함께 띄워졌다. 청와대  별도로 준비된 22장의 슬라이드 자료는 국회의 협력을 당부하는 대목에서 "함께 합시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이미지로 마무리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29분6초간 이어졌다. 연설 도중 여야 의원들의 박수는 16번 나왔다. 문 대통령은 오후 2시5분쯤 여야 의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입장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여당 의원들만 기립했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인사철회'등 문구가 적힌 소형 플래카드를 의석 컴퓨터 모니터에 부착했다. '국민약속 5대원칙 대통령은 이행하라, 인사실패 협치포기 문재인정부 각성하라, 야당무시 일방통행 인사참사 사과하라' 등의 문구가 적혔다.

예전 4명의 역대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담기도 했던 정치적 파격 발언을 활용하지 않았다. 일자리 창출이 왜 시급하며 절실한지를 전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한동안 쓰기 꺼려했던 '경제 민주화' 대신 경제민주주의의 기본철학을 일자리 창출과 연결지으면서 실용적으로 국민의 삶을 헤아리며 국회에 "함께 합시다"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시정연설 스피치 동안 '일자리'란 단어를 44번 사용했다. '청년'은 33번 등장했다. '국민'도 24번 언급됐다. 시정연설의 테마인 '추경(19번)'보다도 많았다는 것은 그만큼 국회에서 일자리 창출의 취지를 공감해 국민과 청년에게 희망을 안겨줄 수 있는 마중물을 보내는데 협력해달라는 문 대통령의 호소를 담아낸 것이다.

재계는 일자리 시정연설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재계를 대변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 뒤 공식 논평을 통해 "경영계는 일자리 문제가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에 대해 공감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경총은 "새 정부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좋은 일자리를 그 어느 정부보다 많이 만들어 내는 '일자리 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며 "경영계도 경제주체로서 소임을 다해 경제위기 극복과 일자리 창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회의장과 원내대표 회동에선 추경안 심사 합의가 이뤄졌다. 정세균 국회의장 주재로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회동을 통해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가 추경안 심사에 착수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강훈식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그동안 야당에서는 추경 심사 자체를 못한다는 분위기였는데 심사를 하는 데는 합의했다"면서 "이번 추경 심사는 일단 진행하고 여당도 앞으로는 국가재정법을 존중키로 했다"고 전했다.

다만 한국당은 이낙연 국무총리 국회 인준 절차 진행에 반발해 지난주에 이어 이번 회동에도 불참했고 추경을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 등은 한국당을 상대로 설득 작업을 계속하기로 했다.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논평들을 통해 문 대통령의 소통의지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추경안의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그런 가운데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부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조차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에 대해 자신의 SNS를 통해 "시정연설 한마디 한마디가 구구절절 국민을 위한, 청년을 위한, 사람을 위한 소리 격"이라고 호평했다.

평소 정치판의 각종 행태에 대해 "~꼴"이라고 비난 섞인 '꼴'촌평을 해온 신 총재는 "반대를 위한 반대하는 야당이 초라하게 보인 명연설 격"이라고 '격'촌평으로 높인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이 시정연설에서 PPT 슬라이드 자료를 활용한 점에 대해선 "잡스처럼 감성 프레젠테이션 설득력 돋보였고 PPT 이해력 높인 격"이라고도 높게 평가했다. 

고용절벽 앞에서 좌절하는 청년들의 절실함, 소득 양극화 속에 한숨이 깊어지는 국민들의 절박함을 헤아려 보기 쉽게, 느끼기 좋게 '대국민 보고'를 이어간 문재인 대통령 시정연설의 진정성이 추경안 통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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