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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경영 퇴진, 95세에 꺼지는 '풍선껌 신화'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6.24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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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한일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인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직에서 물러나면서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롯데 창립 70주년을 맞은 2017년 ‘신격호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된 것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24일 도쿄 신주쿠 하쓰다이 본사에서 주주총회를 열고 이번에 임기가 만료된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을 새 이사진에서 배제한 인사안을 의결했다.

롯데홀딩스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신 회장의 친형 신동주 전 부회장이 상정한 본인 등 4명의 이사 선임안과 신동빈 회장 등 현 경영진의 이사직 해임안을 부결했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롯데 일본 계열사의 지주회사일 뿐 아니라 한국 롯데의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의 지분 19%를 보유한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의 ‘원톱체제’로 2세 경영의 기반을 확고히 다지게 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롯데홀딩스 이사 선임을 통해 경영 복귀를 시도했다가 좌절된 것은 지난해 3, 6월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장남-차남의 경영권 경쟁으로 주목을 끈 이른바 '왕자의 난' 과정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경영 퇴진 움직임이 일자 이번 주총에서 아버지의 명예를 반드시 회복시키겠다고 전의를 다졌지만 이번에도 패했다.

올해 95세인 신격호 총괄회장은 건강상의 문제 등으로 정상적인 사무처리 능력이 부족해 그동안 경영활동을 하지 못해왔던 게 결정적인 경영퇴진의 사유로 꼽힌다.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비리 첫 재판에서 보여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언행으로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공개적으로 제기된 바 있다.

휠체어를 탄 채 법정에 들어선 신격호 총괄회장은 재판장이 생년월일 등 인적사항을 묻자 "여기가 무슨 자리냐"고 반문했다. 재판장이 "재판 중인 건 아세요?"라고 물어도 혼자말을 되뇌이기만 했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옆에 앉은 두 아들에게 말을 건넸고, 차남 신동빈 회장은 일본어로 '하이(네)‘라고 답했다. 재판장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거냐"고 묻자 신 회장은 "여기 계신 분들이 누구냐고 물으신다"고 부친의 말을 전했다.

재판장은 신격호 총괄회장 측이 공소사실을 부인하는 입장을 밝히자 퇴정을 지시했다. 롯데 측 직원이 자신의 휠체어를 밀고 법정을 나서려고 하자 신 총괄회장은 이를 제지한 뒤 다시 법정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는 "이 회사는 내가 100%를 가진 회사다. 내가 만든 회사인데 어떻게 나를 기소할 수 있느냐. 누가 했느냐"고 따져물었다.

이어 신격호 총괄회장은 마이크를 내팽개치며 일본어로 소리를 지린 뒤 지팡이를 비서와 경호원에게 휘두르며 퇴정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상세히 전해졌다.

지난 1일에는 한국 대법원이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해 한정후견인을 지정하도록 최종 결정했다. 대법원은 지난해 8월 서울가정법원이 공익 기여를 위해 설립된 사단법인 선을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한정후견인으로 정한 결정은 최종 확정됐다.

한정후견인이란 일정한 범위 내에서 노령, 질병 등으로 사무 처리 능력이 부족한 사람의 법률행위를 동의·대리하거나 신상에 관한 결정권을 갖는 법정대리인이며 법원이 지정하게 된다.

앞으로 사단법인 선은 2개월 이내에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재산목록 보고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게 된다. 재산분쟁 관련 소송행위는 물론 변호사 선임, 재산보전에 필요한 분쟁 처리 사무, 취소권 행사 등의 업무 등도 수행한다. 법원이 부여한 권한 내에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재산을 관리하고, 의료행위나 주거·거소지 결정 등 신상에 관한 사항도 맡게 된다.

신격호 총괄회장은 지난해 롯데제과와 롯데호텔 이사직에서 물러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롯데쇼핑 이사직도 내려놓는 등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수순을 순차적으로 밟아 왔다. 이 같은 상황으로 볼 때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 중에서도 롯데알미늄 이사직만 유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임기가 만료되는 오는 8월에 물러날 가능성이 높다.

돈을 벌 작정으로 일본에 가기로 결심하고 부관연락선의 밀항선으로 몸을 실었던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 일본에서 1948년 주식회사 롯데를 설립하면서 처음 시작한 비즈니스가 ‘껌 사업’. 배고픔을 이겨내는 게 우선이었던 전후 시대에 비싼 주전부리인 껌으로는 성공할 수 없는 회의적인 시선을 날려버린 '풍선껌 신화'로 일약 일본 10대 재벌로 성장가도를 달렸다.

2015년 신동빈 회장이 한일 통합경영을 한 뒤 2년 만에 롯데그룹은 신격호 총괄회장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 70년 신격호시대의 '풍선껌 신화'가 그렇게 꺼지게 되는 것이다.

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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