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최순실 증언 거부 "피가 거꾸로 솟아"...'프레임' 바꿨다?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7.26 19: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뷰] “피가 거꾸로 솟는다.” 최순실(61)씨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오고도 특검이 딸 정유라(21)씨를 ‘제2의 장시호’로 만들려고 한다고 주장하며 모든 증언을 거부했다. "특검을 신뢰할 수 없다"며 이같이 격앙된 표현까지 썼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 등 5명의 뇌물공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최순실 씨는 "특검을 신뢰할 수 없어 증언을 거부한다"며 "협박과 회유를 너무 많이 받았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씨는 검찰수사 과정에서 작성한 조서를 확인하는 것도 거부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진술을 거부한 이유에 대해 최순실 씨는 "저는 이 (이재용) 재판에 나와서 진술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정)유라 혼자 나와서 혼선이 빚어졌다"며 "그 아이를 (특검이) 새벽 2시부터 9시까지 어디에 유치했는지 부모로서 당연히 물어야 하는데 검찰이 말을 안 한다"고 말했다.

최순실 씨는 특히 정유라 씨의 증인 신문을 언급하면서 “특검을 신뢰할 수 없고 회유와 협박을 많이 받아 정신이 패닉 상태다”라며 “(특검이) 저희 딸을 데리고 가서 신문을 강행한 것은 저를 압박하고 '제2의 장시호'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피가 거꾸로 솟고 ‘삼족을 멸한다’고 했던 검사의 말이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것"이라고 강력 항의했다.

재판부가 최순실 씨의 증언 거부에 왜 출석을 했는지 되묻자, 최씨는 "나오라 그러시니 나왔다"고 답했다. 특검이 "삼성으로부터 뇌물 수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지 않느냐"는 등을 물었지만, 최씨는 모두 "진술을 거부한다. 제 재판과 관련이 있다"고만 진술했다.

최순실 씨는 일관되게 딸의 증언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특검은 얘기를 안 하는데 본인이 자진 출석했다고 해도 위법한 증인 채택"이라며 "유라를 강제로 데리고 나왔다는 생각에 증인으로 특검에 증언할 수 없다"고 거듭 주장한 것이다.

최순실 씨는 지난 17일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도 “애(정유라)를 새벽 2시에 데리고 나간 건 특검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씨는 당시 박근혜 재판에서 정유라 씨가 집을 나서는 CCTV 영상을 공개하면서 “제가 아무리 구치소에 있어도 엄마다. 애가 새벽 2시에 나가서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며 “그래서 CCTV를 (변호인에게) 확인해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이) 협박하고 압박해서 (딸이) 두 살짜리 아들을 두고 나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씨는 지난 12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 재판에 증언을 거부하겠다고 공판 전날 변호인을 통해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했지만 당일 새벽 입장을 바꿔 변호인도 모르게 법장에 깜짝 출석, ‘폭탄’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정씨는 “엄마가 (삼성이 지원한) 말을 '네 것처럼 타라"고 했다“, ”(코치로부터) 엄마가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 황성수 전 전무와 말을 바꾸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들었다“는 등으로 증언했다.

삼성으로부터 승마 지원을 받았으며 삼성 측이 말 이름을 바꾸는 일명 ‘말세탁’을 지시했다는 등의 이같은 증언은 삼성의 단독 지원을 받지 않았다는 어머니 최씨의 주장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최씨는 물론 박 전 대통령, 이 부회장 등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만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딸이 어머니에게 불리할 수 있는 증언을 쏟아내자 정유라 씨도 장시호 씨처럼 검찰에 협조적인 자세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국정농단사태 조사 과정에서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는 특검과 검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면서 ‘특검 도우미’란 별명까지 얻었고, 국정농단 사범 중 유일하게 구속시한 6개월 만료 시점에 석방된 바 있다.

이같은 우려에서 최순실 씨는 ‘이재용 재판’에서도 ‘제2의 장시호 만들기’라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최씨는 딸의 돌발 출석과 증언에 충격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4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 씨 측 인사는 “최씨가 깜짝 놀란 정도가 아니라 기가 찬다고 한다. 최씨는 딸이 이재용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나가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최순실 씨는 "딸과 인연을 끊어버리겠다"며 "굳이 증언하겠다면 내가 먼저 하고 난 다음 나중에 하라고 했는데 말을 안 듣는다"며 격노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순실 씨는 딸에 이어 자신도 ‘이재용 재판’에 증인으로 나서게 된 만큼 딸의 증언 내용을 면밀히 분석했던 것으로 전해졌으나 막상 공판에서는 딸의  진술을 조목조목 반박하기보다는 증언 거부 카드를 꺼내 정면 돌파하고 나선 것이다. 모녀가 법정에서 다투는 모양새보다는 특검을 끌어들여 위법성을 비판하는 비껴가기 전술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에도 딸의 검찰 수사에 따른 스트레스로 인해 이재용 부회장과 법정 첫 만남을 거부하며 증인불출석 사유서를 냈던 최순실 씨. 이날 구인장까지 발부된 상태에서 자진 출석했다고 주장하는 최씨는 정유라 씨의 증언으로 국면이 불리하게 흐른 것을 의식해 특검이 위법한 방식으로 딸을 증언대에 세운 점을 부각시키는 쪽으로 프레임을 바꾼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인서 기자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