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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사이다' 이런 토크쇼가 있었나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8.04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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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예능이 없다."

방송계의 갈증을 날리는 '뜨거운 사이다'가 왔다.

지난 3일 온스타일 '뜨거운 사이다'에서는 '씨가 마른 여성 예능. 애초에 뿌릴 씨가 있었나'라는 주제로 꾸며졌다.

방송인 김숙, 아나운서 박혜진, 배우 이영진, CEO 이여영, 변호사 김지예, 저널리스트 이지혜 등이 한자리에서 이슈를 선정해 이야기를 나누는 토크쇼라는 콘셉트로 꾸며지는 '뜨거운 사이다'는 온스타일 개편 이후 첫 전파를 탔다.

[사진=온스타일 방송화면]

주제부터 파격이다. '뜨거운 사이다'는 여자들이 한 데 모여 솔직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점에서 방송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 날 방송을 통해 시원한 토크로 시청자들의 관심에 화답했다.

김숙은 "방송국에서 여자 예능은 안 만든다. 출연할 예능이 없다"라고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다른 출연자들은 이에 깊이 공감하며 "남자 예능의 재밌는 포맷을 여성으로 바꾸기만 해서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출연자는 "방송국에서 여자 예능을 만들 줄 모른다. 만들 능력이 안 된다"라고 지적해 출연자들의 공감을 샀다.

이를 듣던 출연자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도 100% 남자다"라고 시스템의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또 출연자들은 기존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날 선 비판도 했다. tvN '알쓸신잡'에 대해 이여영은 "그 프로그램은 피하고 싶다. 20대 때 직장생활 하면서 싫었던 게 부장님이 '내가 좀 알려줄까'라고 하시던 거였다"며 "모두가 강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여성 예능의 한계에 대한 오랜 고민과 갈증이 있었다는 김숙은 "지금 캐릭터를 만드는 데 20년이 걸렸다. 여자 예능인도 노력해야 한다. 개인방송을 통해 캐릭터를 만들었다. 기다리지 말고 준비된 사람이 기회를 잡는다"라고 말했다.

결국, 선택받기 힘들어지자 개인방송을 통해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며 호응을 얻었다는 것. 개인방송은 김숙이 예능에서 활약하는 토대를 만들었다.

김숙의 이 같은 고백은 씁쓸하다. 결국, 여자 예능인과 남자 예능인의 쓰임이 다르고 여자 예능인은 능동적으로 뭔가 해야 하는 게 방송 시장의 현주소라는 씁쓸한 고백이다.

[사진=온스타일 제공]

현재 인기를 얻고 있는 예능을 살펴보자.

'무한도전', '신서유기', '라디오스타', '1박 2일'에 이어 심지어 일반인 전문가 패널이 출연하는 '알쓸신잡'까지 모두 남성 출연자들로 구성됐다.

여자 예능이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무한도전'이 성공하자 같은 포맷에 여성 출연자들로 채운 '무한걸스'가 돛을 올렸다. 그러나 '무한도전'의 포맷에 여성 예능으로만 채우며 차별화하지 못한 채 아쉽게 막을 내렸다. 또 여성 진행자들로 구성된 '비디오스타'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라디오스타'의 여성 버전. 플롯을 그대로 차용해 출연진들만 여성으로 바꾼 셈이다. 그렇기에 여성 예능이라 보긴 어렵다.

왜 그런 걸까. 언제부터인가 방송계에서는 '여자 예능은 흥행이 안 된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들여다보면 제대로 된 여자 예능은 없었다. 여성 예능인은 남성 예능인 사이에 보조하거나 돕는 역할을 주로 했다. 여성들이 만드는 여자 예능은 없었던 셈이다.

국내 방송시장에서 여성 예능은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형국이다. '뜨거운 사이다'의 출연자들이 안타까움에 입을 모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대로 된 여자 예능도 만들어보지 않고 무조건 안 될 거란 식의 외면에 대한 안타까움일 터다.

이 문제에 대해 공감하지만 시원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특히 방송인들이 그러하다.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선 선택받기 기다려야 하는 시장 생리에 비춰보면 이 문제에 대해 함구해왔던 이들을 비난할 수는 없다.

용기를 가져야 하는 이 날 주제는 '뜨거운 사이다'를 통해 다뤄졌고 출연진들은 소신을 밝히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었다. 

국내에 이런 토크쇼가 있었나.

'뜨거운 사이다'에서 여자는 예쁜 외모에 아름다운 목소리로 남성 출연자들을 보조하는 것으로 그려지던 기존의 역할로 비치지 않는다. 예능인, 배우, 변호사, 저널리스트, CEO 등 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여성 출연진들이 자신을 목소리를 낸다는 콘셉트부터 건강하다.

기존에 방송에서 노출되던 일반인 전문가들 역시 대부분 남성이었다. 여성 전문가는 요리나 요가, 필라테스 등이다. 이 역시 방송에서 성 역할에 대한 편견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뜨거운 사이다'는 이 편견에 일침을 가하는 것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뜨거운 사이다'가 본래의 취지를 살려 다양한 주제로 안방 시청자들의 갈증을 날리는 사이다가 될지 주목된다.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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