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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자진사퇴 "황우석은 주홍글씨"...靑 "더 낮은자세로"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8.1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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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자진사퇴에 대해 청와대는 본인의 의사를 존중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더 낮은 자세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도록 노력하겠다."

과학계와 시민사회, 정치권에서 거센 사퇴 압력을 받아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 신설 부처의 차관급 수장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자진사퇴에 대한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의 서명 브리핑 반응이다.

‘촛불민심을 받드는 인사’를 요구해온 국민과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고 인사 검증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최악의 과학논문 조작 사건으로 남아 있는 ‘황우석 사태’에 연루된 이후 10일 정책간담회 자리에서 11년 만에 지각 사과를 했지만 사퇴 여론에 맞서 자진사퇴를 거부했던 박기영 본부장이 하루 만에 전격 사퇴했다.

2004년 1월부터 2년간 노무현 정부에서 정보과학기술보좌관을 맡으며 당시 황우석 교수의 연구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데에 중심 역할을 했던 박기영 본부장. 지난 7일 국가 연구개발(R&D) 사업에 대한 20조원의 예산 심의·조정 권한을 행사하고 연구성과를 평가하는 과학기술 정책 집행 컨트롤타워에 임명되자 들불처럼 번진 임명 반대와 철회 여론에 뒤늦게 백기를 든 것이다.

전날 박기영 본부장이 지각 사과에도 사퇴를 거부하자 청와대는 "박기영 본부장의 과(過)와 함께 공(功)도 함께 평가해야 한다"고 힘을 실어주면서도 여론의 향배를 살피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그러나 여론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으로 악화됐다. 건강과대안, 녹색연합, 보건의료단체연합, 서울생명윤리포럼, 시민과학센터, 참여연대, 한국생명윤리학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등 12개 시민사회단체들은 11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박 본부장 경질을 거듭 촉구했다. 사흘 전 박기영 본부장 임명 철회 요구 때보다 3개 단체가 늘었다.

이들은 2차 성명에서 '공과를 모두 살펴야 한다'라는 청와대 주장에 대해 "황우석 사건은 정부가 과학계 및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제쳐두고 막무가내로 밀어붙인 잘못된 과학기술정책이 빚어낸 참사"라며 "당시 박기영 보좌관이 주도한 이러한 잘못된 과학기술정책이야말로 개발독재의 유산이며 과학 적폐"라고 강조했다.

또 박기영 본부장의 사과에 대해서도 "기자회견 형식도 문제다. 일부 원로들에 둘러싸여 입장을 밝힌 후 위로를 받으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11년 전 황우석 박사의 병풍 기자회견을 연상하게 했다. 구국을 운운하는 모습은 황우석 박사의 애국심 마케팅과 너무나도 닮았다. 이러한 태도는 시민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들뿐"이라고 비판한 뒤 “시민사회는 청와대가 박기영 본부장의 임명을 철회 할 때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밝혔다.

서울대 교수 288명도 이날 "박기영 교수가 자리를 지킨다면 이는 황우석과 그 비호세력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며 "황우석 사태 이후 한국의 대학 사회, 학문 사회가 연구 윤리를 정립하기 위해 기울여온 노력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것이며 한국 과학계에 대한 전면적인 모독"이라고 박기영 본부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11년 전 “조용히 떠나는 것으로 매 맞는 것을 대신했다”는 박기영 본부장은 이번에는 시끄럽게 매를 맞고 떠나게 됐다. 빅 본부장은 사퇴서를 통해 "11년 전 황우석 박사의 논문 조작사건은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였다. 국민에게 큰 실망과 지속적인 논란을 안겨드려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사과드린다"는 사퇴의 변을 남겼다. "논문 조작 사건이 임기 중에 일어났다고 해서 제가 황우석 논문 사기 사건의 주동자나 혹은 적극적 가담자로 표현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생각한다"고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떠났다.

박기영 본부장 사퇴에 대해 과학기술계는 일제히 환영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박기영 본부장이 임명되자 '한국 과학기술의 부고(訃告)를 띄운다'는 성명을 냈던 민주노총 공공연구노조는 "문재인 정부가 연구 현장과 과학기술계, 시민사회의 의견을 따라 어려운 결정을 내린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박기영 본부장 임명 반대 서명에 나섰던 과학기술인단체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측도 "실수를 인정하고 교정하는 과정을 통해 정부도 실력을 쌓아가길 기대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구의 진실성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과학기술계의 정서를 너무 안이하게 판단해 11년 전 파문을 낳았던 박기영 순천대 교수를 컴백시켰던 청와대는 과학계,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 속에 네 번째 인사 실패를 낳았다.

박기영 본부장의 사퇴로 새 정부 출범 이후 자진사퇴 형식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차관급 이상 고위공직자가 4명으로 늘어났다. 김기정 국가안전보장회의 2차장이 지난 6월 5일 연세대 교수 시절 처신 논란으로 퇴진한 뒤 안경환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허위 혼인신고 파문 끝에 후보를 자진사퇴했다. 이어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청문회까지 마쳤으나 음주운전 관련 거짓해명 등의 의혹이 큰 가운데 국회 정상화의 절충 카드로 희생돼야 하는 상황까지 맞은 끝에 지명 32일 만에 자진사퇴를 선택했다.   조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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