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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정부 무능 무책임했다', 세월호 사과와 약속

  • Editor. 업다운뉴스
  • 입력 2017.08.16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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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인이 무엇이든 정부는 참사를 막아내지 못했다. 대응에 있어서도 무능하고 무책임했다. 유가족들을 따듯하게 보듬어주지도 못했고, 오히려 국민들을 편 가르면서 유가족들에게 더 큰 상처를 안겨주었다. 정부의 당연한 책무인 진실규명마저 회피하고 가로막는 비정한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세월호 생존자와 피해가족 207명을 초청해 면담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이전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대신 공식 사과하면서 "늦었지만 정부를 대표해서 머리 숙여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후보 시절부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공약한 문 대통령이 약속을 이행하겠다는 취지에서 마련한 만남의 자리였다.

생존자와 유가족들은 모두 세월호를 상징하는 노란색 옷을 맞춰입었고 유가족들의 노란 티셔츠에는 '그리움, 별이 되다', '부모이기에 포기할 수 없습니다' 등의 문구를 담겼다. 청와대는 행사장 뒷편에 '304명 희생된 분들을 잊지 않는 것, 국민을 책임지는 국가의 사명입니다'라는 글을 내걸어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의 뜻을 담았다. 연단 양 옆으로 세월호를 잊지 않겠다는 뜻의 노란 리본 모양도 갖췄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세월호 피해자 및 가족들과 2시간 동안 무릎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무엇보다 귀하게 여기는 나라다운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서 세월호 희생이 반드시 헛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정부는 국회와 함께 세월호 참사의 진실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가족의 여한이 없도록 마지막 한 분을 찾아낼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고 힘주어 말했다.

선체 수색이 많이 진행됐는데도 아직도 미수습자 5명의 소식이 없어 애가 탄다며 기도하고 있다는 문 대통령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도대체 왜 그렇게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던 것인지, 그 원인이 무엇인지, 정부는 사고 후 대응에 왜 그렇게 무능하고 무책임했던 것인지, 그 많은 아이들이 죽어가는 동안 청와대는 뭘 하고 있었던 것인지, 너무나 당연한 진상규명을 왜 그렇게 회피하고 외면했던 것인지, 인양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린 이유는 무엇인지, 국민들은 지금도 잘 알지 못하다"고 했다. 3년이 넘도록 해결 기미가 안 보이는 세월호 진상규명 문제를 짚은 것이다.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 자체가 피해자 가족들의 한을 풀어주고, 아픔을 씻어주기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그런 참사가 재발되지 않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기 위한 교훈을 얻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진상규명을 위해 정부가 국회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분명한 것은 그 원인이 무엇이든 정부는 참사를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선체 침몰을 눈앞에서 뻔히 지켜보면서도 선체 안의 승객을 이전 정부의 미흡한 사태 수습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 여기까지 오기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 늦게나마 마련된 이 자리가 여러분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을 주는 자리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응어리진 마음속에 담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뉴시스에 따르면 유가족들은 사전에 준비해온 선물을 문 대통령에게 전했다. 노란 보자기 안에는 액자, 약전, 보석함이 들어있었다. 약전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교사, 아르바이트생에 이야기를 소설가, 동화작가, 시인, 극작가, 기자 등으로 구성된 139명의 작가단이 희생자 가족과 친구를 인터뷰해 기록한 책이다. 조심스럽게 보자기를 푼 문 대통령은 취재진을 향해 들어보이며 "아이들 한 명 한 명에 대한 기억들을 담은 기록"이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약전이다. 제가 처음 나왔을 때 페이스북에 이것을 읽을 소감을 올린 적이 있는데 다시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를 전했다.

이어 보석함을 가리키며 "우리 어머니들이 한 분 한 분 손작업으로 직접 만든 이것은 세월호를 잊지 말자는 기념품인 것 같다. 마음 잘 받겠다"고 하자 선물을 전달한 박혜영 씨가 참았던 울음을 끝내 터뜨렸다. 보석함 위에는 '세월호 아이들이 대통령 내외분을 만납니다. 무지개 나비에 평화와 약속을 노래하는 아이들의 조화로움을 담았습니다. 세월호, 소녀상, 사드, 백남기 어르신, 반도체, 스텔라 데이지, 가습기 피해자 등 연대의 염원을 나비에 담았습니다. 잊지 않고 늘 기억해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엄마 아빠-'라고 적힌 엽서가 붙어 있었다.

이런 애틋한 분위기에서 세월호 생존자와 유가족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피해가족을 대표해 "무엇보다 4·16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그에 따른 응당한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박근혜 정부가 불법 부당하게 자행한 수사 방해와 은폐조작 행위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는 강력한 법적 조사기구가 제대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 차원의 조사기구 '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재건, 4·16 안전공원의 건립, 4·16 재단 설립 등을 요청했다.

피해자 가족 11명의 발언이 이어진 가운데 생존학생 대표로 나온 이예림 양은 "왜 친구를 잃어야만 했는지 꼭 알고 싶다. 그리고 우리 친구들이 지금 여러 곳에 흩어져 있는데 우리 추억이 서려 있는 안산에 모여 있을 수 있도록 해달라"며 울먹였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은 간담회 뒤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세월호 선체를 보존해 안전체험 및 교육관으로 활용하자는 의견, 범정부 차원의 피해자 지원 시스템을 만들자는 의견, 신체·심리 지원 장기 로드맵을 만들고 국립 트라우마센터를 만들자는 의견, 피해자의 사회 복귀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또한 "기한을 정해놓고 미수습자 수색작업을 하지 말고 수습 종료 시까지 계속 수색하겠다는 마음을 가져달라"며 "하늘에서 아이를 만나더라도 너를 찾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의견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세월호 유가족이 청와대를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 2014년 5월 16일 세월호 사고 가족 대책위원회 대표단 17명이 청와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만나 1시간반가량 대화를 나눴지만 대책위원회는 면담 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많은 기대를 갖고 왔지만 결과적으로 아쉽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세월호 진실규명에 대해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에 불만이 쌓여온 세월호 대책위는 길고긴 광화문 집회 투쟁을 이어왔고 새 정부 들어서도 문 대통령과 만나기를 고대해왔다.

청와대 정문을 통해 당당히 들어와 문 대통령이 일일이 내민 손을 맞잡고 포옹하면서 응어리진 마음속 사연을 꺼내고 대책을 호소하게 된 세월호 생존자와 유가족로서는 실로 특별한 날이었을 듯하다. 노란 물결 속에 모두들 문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약속을 확인하며 뜨거운 눈물로 공감을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조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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