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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카탈루냐 자치정부 해산 공식화...그 여파는?

  • Editor. 조승연 기자
  • 입력 2017.10.2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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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조승연 기자] 끝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나.

스페인 정부가 분리독립을 추진해온 카탈루냐 자치정부의 자치권을 몰수하고 당분간 카탈루냐를 직접 통치하기로 했다. 카를레스 푸지데몬 수반이 이끄는 카탈루냐 자치정부를 해산하고 6개월 내로 선거를 시행해 새 지방정부를 구성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의회가 강력 반발하고 나섰고 카탈루냐 주도 바르셀로나에서는 자치권 몰수 조치에 반발하는 주민들이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AP통신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까지 카탈루냐에 분리독립 응답을 요구했던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입장 표명이 나오지 않자 21일 긴급 소집한 국무회의를 통해 카탈루냐에 헌법 155조를 발동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 헌법 조항은 중앙정부가 헌법을 위반하거나 정부에 불복종하는 자치정부를 상대로 자치정부 해산과 자치경찰 통제 등 필요한 모든 수단을 집행할 수 있다는 규정이다.

라호이 총리는 카탈루냐의 자치권을 직접 박탈하길 원하진 않는다고 강조한 뒤 자치정부를 해산하고 6개월 내 조기 선거를 진행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라호이 총리는 "카탈루냐 자치정부는 의도적으로 조직적인 반란과 불복종을 조성하고 있다"며 "법과 공존의 원칙을 재건하고 경제를 복구해 정상적인 상황에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카탈루냐 자치권을 끝장내려는 게 아니다. 법의 테두리 밖에서 행동하는 자들의 역할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라호이 총리가 발표한 헌법 155조 발동 결의안은 오는 27일 특별회기로 열리는 상원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 절차는 일주일가량 소요된다. 상원은 집권당인 국민당(PP)이 장악하고 있어 사실상 가결된 상태다. 이날 중앙정부는 제1야당인 사회당과 카탈루냐 지역의 자치를 중단하고 내년 1월 지방선거를 시행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원의 의결이 나오면 자치정부 해산 절차에 돌입해 중앙정부가 카탈루냐를 직접 통치한 뒤 6개월 안에 지방선거를 실시해 정계 개편이 이뤄지게 된다.

스페인 중앙정부와 카탈루냐 지방정부는 평행선 대립 끝에 자치정부 해산과 정계 개편으로 사태가 전환되는 모양새다. 앞서 푸지데몬 카탈루냐 자치정부 수반은 중앙정부가 분리독립 여부를 명확히 하라고 제시한 기한이 만료되자 중앙정부와 대화를 원한다는 입장만을 거듭 밝혔다. 스페인 정부는 일찌감치 카탈루냐 독립 문제는 협상할 사안이 아니라고 일축하면서 독립을 강행하면 헌법 155조를 동원해 자치권을 제한하겠다고 여러 차례 경고해왔다.

1978년 헌법 제정 이후 스페인 역사상 총리가 처음으로 이 조항 발동으로 자치권 몰수 조치에 나선 것에 카탈루냐 정부와 의회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분리독립세력의 수장인 푸지데몬 수반은 이날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프란시스코 프랑코 군부독재 이후 카탈루냐에 대한 최악의 공격"이라며 "불법적인 조치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정부 조치는 "민주적 태도와 양립하지 않으며 법치를 무시하는 조치"라고 성토하면서 대응책 논의를 위한 자치의회 소집을 요구했다.

카탈루냐 자치의회의 카마 포케달 대변인도 "라호이 스페인 총리가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내쫓으려 하고 있지만 이는 결코 허용할 수 없다. 이는 쿠데타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라고 반발한 뒤 “우리는 오늘 카탈루냐 자치의회의 주권 수호를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1939년부터 1975년까지 카탈루냐는 프랑코 독재 정권 시절 자치권 박탈과 함께 카탈루냐어 사용을 금지당하는 등 탄압을 받은 바 있다.

이날 바르셀로나 도심에서는 스페인 정부가 분리독립 운동을 한 활동가들을 구속한 데 맞서 시위가 벌어졌다. 독립을 지지하는 카탈루냐 주민들이 광장으로 나와 "자유", "독립" 등을 외치고 카탈루냐 깃발을 흔들며 중앙정부의 조치에 항의했다. 경찰에 따르면 푸지데몬 수반도 참여한 이번 시위 참가자는 45만명으로 추산됐다.

카탈루냐 주민들의 불복종운동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시민단체인 카탈란 국민의회(ANC)를 중심으로 SNS를 통해 항의 표시로 현금인출 운동에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바르셀로나에서 시민들이 은행 자동인출기(ATM)에 길게 줄을 서서 항의 표시로 현금을 인출하고 있다. 헌법 155조 발동에 항의해 155유로를 인출하거나, 1714년 스페인 국왕 펠리페 5세가 바르셀로나를 점령한 것을 소환해 1714유로를 인출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대화는 없다’는 스페인 중앙정부의 강경 조치에 막다른 골목까지 몰린 푸지데몬의 카탈루냐 지방정부는 자치의회를 열어 독립선언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예상돼 갈등 사태는 더욱 악화돼 양측은 더 큰 파국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중앙정부가 카탈루냐 자치정부와 자치경찰을 '접수'하는 과정에서 카탈루냐 독립을 묻는 주민투표 때처럼 물리적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어 스페인 카탈루냐 사태는 새로운 정면 충돌 위기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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