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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손흥민 EPL 1호골, 위기를 기회로 만든 '스쿼드 플레이어'의 진격

  • Editor. 조승연 기자
  • 입력 2017.10.23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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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조승연 기자] “교체로 나오면 좋고, 선발로 시작하면 더 잘한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미러는 23일(한국시간) 리버풀과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홈경기에서 리그 1호골을 폭발한 손흥민에 대해 이렇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면서 “이렇게 훌륭한 스쿼드 플레이어가 어디 있을까. 결코 불평도 않는다”고 평했다.

‘스쿼드 플레이어’는 비주전을 말한다. 사령탑의 전술 변화에 따라 피치와 벤치를 오가는 백업요원이다. 지난 시즌 토트넘 핫스퍼에 21골로 아시안 선수 EPL 최다골 기록을 경신한 손흥민으로서는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팀내 입지다.

그러나 손흥민은 완전히 비주전이 아니라 언제든지 전술에 따라 베스트11에 선발로 나올 수 있는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교체 전문으로 해결사 역할을 하는 슈퍼서브와는 결이 다르다.
손흥민의 주 포지션은 윙 포워드. 측면 공격을 맡지만 폭발적인 질주로 페널티 박스 침투 능력이 뛰어나고 원샷원킬의 골감각까지 갖춰 언제든 선발로 나설 수 있으니 주전 경쟁자로 볼 수 있다.

지난 시즌부터 ‘전술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스리백 전형을 활발하게 활용하면서 손흥민의 입지가 많이 줄어든 게 사실이다. 스리백을 보완하는 윙백이 공격날개 역할도 수행하기 때문에 4-2-3-1, 또는 4-3-3 전형에서 윙 포워드로 강점을 보여온 손흥민은 스리백 전술이 가동될 경우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경우가 잦았다.

올 시즌도 마찬가지 상황이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가급적 손흥민의 활용 폭을 넓히려는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도르트문트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차전에서 포체티노 감독은 3-5-2 포메이션으로 손흥민의 강점을 살렸다. 그 기대에 부응해 손흥민은 해리 케인과 투톱을 이뤄 전반 4분만에 선제골을 터뜨려 3-1 승리를 이끌었다. 아포엘과 챔피언스리그 2차전서도 마찬가지. 손흥민과 투톱으로 나선 케인은 해트트릭으로 시너지효과를 발휘, 3-0 완승을 거뒀다.

지난 18일 레알 마드리드와 챔피언리그 3차전 원정경기에서는 3-5-2 전형을 썼지만 케인의 투톱 파트너는 193cm의 장신 페르난도 요렌테였다. 손흥민은 경기 막판 교체투입으로 4분만을 뛰었다. 다분히 레알 마드리드의 공세를 5백으로 차단하면서 전방의 트윈타워를 활용해 역습을 꾀하고자 손흥민의 스피드보다는 요렌테의 높이를 선택한 포체티노 감독의 전략은 1-1 무승부로 성공을 거뒀다.

그리고 5일 뒤, 포체티노 감독은 EPL에서도 3-5-2 포맷을 꺼내들었다. 게겐프레싱의 리버풀을 맞아 라인을 뒤로 내리더라도 역습의 효율성을 위해 손흥민의 돌파에 기대를 건 것이다.

그 선택은 주효했다. 경기 시작 4분 만에 선취골을 터뜨린 케인은 전반 12분 하프라인에서 볼을 잡은 뒤 아크로 침투하는 손흥민을 보고 정확한 침투 패스를 이어줬다. 어김없이 손흥민의 왼발슛은 네트를 시원스럽게 갈라냈다. 수문장 위고 요리스가 손으로 던져준 볼로 시작된 카운터어택에서 케인-손흥민 투톱의 호흡이 정확히 맞아 떨어진 장면이었다.

4분 뒤에는 크리스티안 에릭센의 긴 침투 패스를 트래핑한 뒤 지체없이 오른발로 날린 대각선슛이 크로스바를 때리는 바람에 손흥민은 멀티골 기회는 놓쳤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이 원하는 리버풀 수비 뒷공간을 파괴하는 어엿한 스트라이커 손흥민의 진가를 확인하는 두 가지 사례였다.

이날 EPL 역사상 최다 관중으로 기록된 웸블리 스타디움의 8만827명은 후반 24분 피치를 빠져나가는 ‘소니’ 손흥민에게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낼 수 있었던 것도 이같은 빠른 역습침투와 호쾌한 슛 덕분이었다. 포체티노 감독의 오랜 벗인 전설의 디에고 마라도나까지 참관한 이날 토트넘-리벌풀 빅매치에서 이같은 손흥민의 활약상은 리그 1호골 외에도 강렬한 인상을 던져주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리버풀을 4-1로 꺾고 리그 4연승을 질주한 토트넘은 6승2무1패로 2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는 승점 차 없이 3위 자리를 지켰다. 리그 1호골로 시즌 2골을 수확한 손흥민도 EPL에서만 19호골을 기록, 박지성이 맨유에서 7시즌 뛰며 쌓았던 한국선수 EPL 통산 최다골과 타이를 이뤘다.

경기 뒤 손흥민은 “요리스가 공을 잡자마자 멀리(하프라인에) 있던 케인에게 갑자기 던지더라"며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뛰었고, 케인의 멋진 어시스트를 받아 골을 넣었다. 케인의 패스가 좋았다"고 공을 투톱 파트너와 동료에게 돌렸다.

스리백이 손흥민에게 입지를 좁히는 위기가 아니라 이젠 확실한 기회로 다가가고 있다. 이런 케인과의 단짝호흡과 동료의식이라면 그 기회를 더욱 넓혀갈 수 있을 것이다. 시즌 10경기에 나와 2골을 기록한 손흥민의 강점을 더욱 살리려는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 옵션도 긍정적이기 때문에 손흥민이 더욱 결정력을 살리는 길만 남았다. ‘스쿼드 플레이어’ 손흥민의 진격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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