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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낙태죄 폐지' 국민청원에 답하다, 조국 수석도 인정한 '국가-남성 책임론'

  • Editor. 곽정일 기자
  • 입력 2017.11.26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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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곽정일 기자] 중단된 임신중절 실태조사부터 우선 실시, 낙태죄 폐지 여부는 위헌 심판 공론화와 사회적 법적 논의 거쳐 결정.

청와대가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해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있다”고 문제점을 인정하면서 이같이 두 가지 원칙을 제시하는 것으로 국민들에게 답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26일 청와대가 제작한 '친절한 청와대, 낙태죄 폐지 청원에 답하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 2호 답변’ 영상물을 통해 "이번 청원을 계기로 정부는 법제도 현황과 논점을 다시 살펴보게 됐다"며 "모든 부모에게 출산이 기쁨이 되고 아이에게는 축복이 되는 그러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 조국 민정수석이 26일 청와대 홈페이지, 페이스북, 트위터, 유튜브를 통해 23만명이 청원한 낙태죄 폐지 청원에 대한 답변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유튜브 캡쳐]

조국 수석은 지난 9월 25일 국민청원 1호 답변으로 채택된 소년법 폐지 청원에 대해 국민들에게 답한 이후 두 달여 만에 공식 답변자로 다시 한 번 카메라 앞에 나와 낙태죄와 관련한 현실적인 고민과 향후 공론 수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9월 30일 청와대 국민참여 게시판에 `낙태죄 폐지와 자연유산 유도약(미프진) 합법화 및 도입을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이 올라온 뒤 총 23만5372명이 참여한 이번 국민청원은 여성에게만 죄를 묻고 처벌하는 낙태죄 폐지와 위험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연유산유도제 국내 도입 등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조국 수석은 임신중절 실태조사를 8년 만에 재개하고 비혼모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확대하는 것 등 우선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실행 방안을 제시했다.

부정적 뜻을 담고 있는 ‘낙태’라는 용어 대신 ‘임신중절’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조국 수석은 "당장 2010년 이후로 중단된 임신중절 실태조사부터 내년에 재개하겠다"며 “임신중절 현황과 사유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 그 결과를 토대로 관련된 논의가 한 단계 진전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국 수석은 청소년 피임교육 체계화, 건강지원센터를 통한 전문상담 실시, 막막한 당사자에 대한 지원 등을 약속했다. 특히 "비혼모에 대한 사회·경제적 지원도 구체화해 적극적으로 실시하고, 입양문화 활성화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는 문제의 심각성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이같이 실시하되, 낙태죄 폐지 여부의 결정 주체가 사법부에 있다는 것을 명확히 했다. 관련법의 개정에 대한 고민은 입법부인 국회에서 이뤄질 것이라고도 했다.

조국 수석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낙태죄 위헌 법률 심판사건 과정에서 새로운 공론의 장이 마련되고 사회적 법적 논의가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있다는 문제가 있다"며 "여성의 자기결정권 외에 불법임신중절과정에서 여성의 생명권, 건강권, 침해 가능성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신중절 문제에 대해 조국 수석은 ▲ 교제한 남성과 최종 헤어진 후 임신한 사실을 발견한 경우 ▲별거 또는 이혼소송 중 법적인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된 경우 ▲실직·투병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의 양육이 완전히 불가능한 상태에서 임신사실을 발견한 경우 등으로 대표적인 사례를 나누면서 “이를 포함해 새로운 논의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낙태죄는 이제까지 형법상 범죄로 규정돼 있음에도 실효성 문제와 일방적인 여성의 책임 등의 문제로 몇 차례 헌법 소원이 제기됐지만 2012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위헌 4명, 합헌 4명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지난 2월부터 헌재가 다시 심리중인 낙태죄에 대해 폐지 쪽으로 가닥이 잡히리라고 조심스럽게 전망하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이진성 신임 헌법재판소장은 지난 22일 인사청문회에서 "결국 태아의 생명권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임신한 여성`인데 그 여성이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낙태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런 것을 태아의 생명과 충돌하는 가치로만 볼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청주의 한 변호사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위헌의결 6명은 충족되지 않았지만) 4대4까지 의견이 팽팽했고 이진성 신임 소장도 제한적 낙태 허용을 이야기한 것으로 보아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낙태죄에 대한 위헌법률심사에서는 뒤집힐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태아의 생명권 자체는 실로 중요하다. 그러나 태아가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모두의 축복을 받으며 자랄 수 있는 환경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원치 않는 임신으로 출생한 아이에게 이와 같은 축복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 사회적 논의가 심도 있게 이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번 낙태죄 국민청원을 계기로 커진 게 사실이다. 

조국 수석의 강조처럼 낙태죄 폐지에 대해 단순히 `태아 생명권 vs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흑백 논리로 다가가는 접근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적 균형점을 찾는 논의가 절실한 때가 아닐까 묻지 않을 수 없다. 임신중절, 출산, 육아 등에서 여성 ‘독박’만을 강요하는 낡은 시대 논리로 방기돼온 국가와 남성의 책임도 분명하게 포함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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