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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인정, ‘통곡의 벽’ 찾더니 반년만에…‘지옥의 문’ 열었다?

  • Editor. 김규현 기자
  • 입력 2017.12.07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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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규현 기자] “지옥의 문을 연 결정이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평화를 추구하는 모든 이들에게 내려진 사형선고다.”(셰이크 알타니 카타르 외교 장관)

“비이성적이고 도발적인 결정으로 새로운 인티파다(팔레스타인들의 대이스라엘 항쟁)를 낳을 뿐 아니라 극단주의와 폭력이 늘어날 것이다.”(이란 외교부 성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선언하면서 ‘중동의 화약고’를 건드리자 팔레스타인과 아랍국가들이 일제히 이렇게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스라엘 수도 폭탄발언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공존 해법을 거스르는 돌출행태로 폭력적인 극단주의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 회견에서 예루살렘이 이스라엘 수도라고 발언했다. 해당 발언 직후 전셰계에서는 해당 발언에 대한 우려와 거부 반응을 보였다. 오직 이스라엘 총리만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사진출처=YTN 뉴스 캡처]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백악관 회견에서 “이제는 공식적으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할 때다. 옳은 일이며, 이미 해결했어야 할 문제”라며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라고 선언하면서 현재 텔아비브에 있는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예수살렘으로 이전 계획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평화적 구도를 지지해온 국제 사회는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됐다.

미국 정부는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70년 가까이 중동의 뇌관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외교 정책을 ‘평화적 공존’으로 유지해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스탠스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이런 트럼프의 입장 변화는 올해 초 예고됐다. 지난 2월 워싱턴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 회담을 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1967년 경계선을 기준으로 미국을 포함해 국제사회가 모색해온 이스라엘-팔레스타인 ‘2국가 공존 해법’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두 당사자가 원하는 해법을 따르겠다”고 했지만 1993년 오슬로평화협정 이후 팔레스타인과 국제사회가 일관되게 지지하고 추진해 온 '2국가 해법'을 외면하면서 사실상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 준 것이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퇴임 직전 "자립적인 주권국가 팔레스타인이 아니라면 중동 분쟁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하며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2국가 해법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바 있다. 이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이 구상을 처음으로 미국의 공식 정책으로 받아들였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2국가 해법을 미국 중동 외교정책의 요체로 적용했기에 트럼프의 정책 변화는 중동에 새로운 위기감을 낳고 있는 것이다.

"2국가 해법 외에는 대안도 없고 플랜B도 없다"고 밝혀온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조차 이날 트럼프의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인정 발언이 나오자 긴급 성명을 통해 "예루살렘의 지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유럽연합(EU)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등 국제 사회의 각국 정상들도 잇따라 트럼프의 폭탄 선언에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만 환영한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예루살렘은 현재 상황이 존중돼야 한다”며 “유대인과 기독교 신자, 이슬람 신자 모두에게 특별한 성지다. 잔혹한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당부했다.

예루살렘은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성지로서 1000여년간 민감한 종교분쟁 지역이기도 했다. 200년간 이어진 십자군 전쟁을 비롯한 수많은 전쟁도 예루살렘을 거쳐갔다.

현대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예루살렘 분쟁이 시작된 것은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되면서부터다. 유대인들은 예루살렘으로 돌아가기 위한 ‘시온주의’를 위해 이스라엘을 건국했다. ‘시온’은 예루살렘과 이스라엘을 아울러 표현하는 단어다.

이스라엘 건국 당시 동예루살렘(요르단령)과 서예루살렘으로 분리됐다. 이후 1967년 제3차 중동전쟁으로 이스라엘이 예루살렘 전체를 강제 점령했다. 하지만 세계는 유엔 결의안 181호를 통해 예루살렘이 어느 쪽의 영토도 아닌 별개의 구역으로 정하고 유엔이 관리하도록 했다. 국제법적으로 어느 국가의 영토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각국의 이스라엘 주재 대사관들은 예루살렘이 아닌 텔아비브에 자리 잡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방문한 지난 5월 현직 미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예루살렘 성지인 ‘통곡의 벽’을 찾아 유대인 전통 모자인 키파를 쓰고 벽에 손을 대는 등 추모 의식까지 해서 논란을 낳기도 했다.

이 같은 행태가 이번 폭탄 발언의 전주곡이었을지 모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스라엘 수도 예루살렘 인정을 통해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성지인 예루살렘의 특수한 성격을 외면한 채 '이스라엘 땅'이라고 규정한 것은 외교적 협상 전략과 내치를 위한 국면전환용이라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우선 기업가로서 ‘협상의 대가'를 자처하는 트럼프가 던진 승부수라는 시각에서 본다면, 일단 팔레스타인을 막다른 골목으로 거세게 몰아붙인 뒤 협상과 거래를 벌여 팔레스타인의 양보를 최대한 끌어내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국내적으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노림수도 깔려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이날 앨 그린 민주당 의원 등이 발의한 트럼프 대통령 탄핵안이 미 하원 표결에서 찬성 58표, 반대 364표로 부결됐지만 ‘러시아 스캔들' 수사 확대로 여전히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가운데 ’공약은 반드시 지키는 대통령‘으로서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일환이라는 것이다. 트럼프의 핵심 대선공약의 하나가 미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이었고, 공화당의 핵심 지지층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이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브레인이자 실세인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유대인이고 장녀 이방카도 유대교로 개종한 것도 친이스라엘 행보에 보이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3대 종교의 성지이자 다양한 민족들의 뿌리를 가진 역사적인 도시 예수살렘.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 발언으로 새로운 분쟁의 불씨가 살아나 예루살렘이 얼룩지지 않을지, 지구촌의 우려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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