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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업다운] ‘마루마루’ 등 불법만화 공유사이트가 여전히 성행하는 이유

  • Editor. 김규현 기자
  • 입력 2017.12.1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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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 뉴스 김규현 기자] ‘불법 만화 공유 사이트 마루마루의 폐쇄를 요청합니다’

지난 10월 2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내용이다. 마루마루 폐쇄 청원에는 5만2836명이 동의해 필요인원의 4분의 1정도를 얻는데 그쳤지만 관련 업계에선 많은 뒷말을 남겼다.

먼저 마루마루 폐쇄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이유를 살펴보면 ■ 국내 외 만화 출판사와 작가의 권리 침해와 수익 가로채기, ■ 성인 등급의 음란 만화 공유 등을 꼽을 수 있다.

2013년 개설 후 불법 만화 공유 사이트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마루마루는 정식 출판된 일본과 한국 만화의 스캔 본은 물론 국내서 발매되지 않은 일본 만화들의 ‘무단’ 번역본 또는 미 번역 원본을 그대로 볼 수 있게 만들어 놓고 몇 년째 성업 중이다. 마루마루는 저작권자와 출판사의 어떤 동의나 계약 없이 불법으로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

불법 만화 사이트 마루마루 폐쇄 청원이 청와대 국민 청원에 올랐다. 지난 10월 청원 등록 이후 5만2836명이 동의하는데 그쳤지만 관련 업계에는 큰 파장을 일으켰다. 마루마루는 '스캔본' 만화를 올리는데 그치지 않고 성인 등급의 만화를 무분별하게 등록하고 아직 한국에 출판되지 않은 외산 만화를 무단으로 번역해 올리는 등 수많은 불법 행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출처=마루마루 사이트 캡처]

마루마루는 본 사이트가 아닌 와사비시럽(wasabisyrup)이라는 다른 사이트에 만화를 올려 그 쪽으로 링크시키는 미러 사이트방식으로 운영된다. 불법 자료를 사이트 내에 직접 올리는 것은 처벌 사유에 해당하지만, 타 사이트를 통한 단순 링크는 그렇지 않다는 대법원 판례를 교묘하게 악용하는 수법이 아닐 수 없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올 만큼 마루마루의 폐해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이 출판 만화 업계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마루마루의 광고 수익이 무려 80억 원에 이른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나 마루마루가 불법에도 불구하고 성행하자 이를 벤치마킹한 제2, 제3의 마루마루가 우후죽순으로 생겨 출판 만화계의 큰 위협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불법 만화 공유 사이트 간의 이용자 유입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자극적이면서도 선정적인 만화를 앞세우는 등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한국만화가작가협회는 불법 업로드로 인한 전체 창작자 피해액을 연간 수천억 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네이버 웹툰에서 인기리 연재 중인 작품의 경우 유료 분 회 차가 올라오면 불법 사이트에서는 이를 ‘불펌’해 즉시 50만 조회 수를 찍기도 한다. 작품 하나를 기준으로 본다면 연간 50억에 가까운 손해가 발생한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마루마루의 운영진 한명이 내부고발을 통해 올린 채팅창 대화에서는 마루마루 사이트 연 수익이 80억에 달한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네이버는 웹툰 한 작품이 '불펌'에 의해 연간 50억에 달하는 피해를 입는다고 밝혔다. 소비자보호원은 불법 공유로 인한 저작권 피해가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사진출처=내부고발 게시물 캡처]

네이버웹툰, 레진코믹스, 다음만화세상은 자체적인 단속 프로그램을 통해 이를 통제하고 있지만, 그 외 사이트들은 인력과 자금 부족으로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 저작권보호원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만화시장 불법 복제물 적발 건수는 지난해보다 77.5%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P2P, 토렌트, 웹하드 시장에서의 저작권 침해는 80% 하락했지만 포털 사이트를 통한 침해 비율은 55.9% 올랐다.

이것은 개인 간 불법 공유는 대부분 사라졌지만, 굳이 자료를 찾아다닐 필요 없이 불법 포털 사이트들이 불법 공유 역할을 대신 수행하고 있다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출판 만화 시장이 불법 만화 공유 사이트들로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웹툰 시장까지 침범한다면 만화 시장은 더욱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불법 사이트들이 암암리에 횡행하는 것은 단속이 쉽지 않은데다 제도적으로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불법 저작물 사이트를 신고하면 저작권보호원을 거쳐 문화체육관광부, 다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차단이 이뤄지도록 조치한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최소 3개월 이상 소요된다. 심의를 담당하는 방심위 산하 통신소위는 1년에 4차례만 열린다.

더 큰 문제는 통신소위 자체가 열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이후 3기 위원회 임기가 끝나고 새 위원회가 구성되지 않아 회의 자체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방통위 직원들은 차단 직전 절차까지 수행 중이지만, 차단은 심의할 곳이 없어 즉각 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불법 사이트들은 서버 데이터를 백업해 1~2달 정도 유지하고 새 사이트로 옮겨 다닌다. 또한 불법 사이트는 대부분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사이트에 제재를 가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 국내에 고정 사업장이 없으면 불법 사이트라 하더라도 규제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 저작권보호원은 2012~2016년 실태를 조사한 '2017 저작권 보호 연차보고서'을 공개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합법저작물 시장 침해 현황을 보면 P2P와 토렌트, 웹하드를 통한 불법 공유는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불법 포털 사이트는 55.9% 증가했다. 이것은 불법 자료를 개인들이 공유할 필요없이 사이트가 공유 역할을 대신 수행한다고 볼 수 있다. [사진출처=한국 저작권보호원 보고서 캡처]

지난해 불법 콘텐츠 시장은 4229억원, 유통량은 23억8094만개로 조사됐다. 합법 저작물 침해 비율은 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저작권자들과 창작자들은 큰 고통을 받고 있다. 마루마루의 경우 국외 저작권까지 침해해 국제적 문제까지 야기할 수 있다.

국내 저작권 시장은 다운로드에 철퇴를 가하기보단, 유화 정책(굿 다운로더 등)으로 이용자의 인식 개선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인터넷 자료는 ‘무료’라는 인식이 사회 전반에 암묵적으로 깔려있는데다 공짜로 만화 보는 것에 익숙한 이들이 오히려 마루마루의 행태를 비판하는 이들에게 딴죽과 시비를 걸어 비정상의 정상화 작업이 쉽지 않기도 하다.

마치 뛰는 자 위에 나는 자의 형국이 아닐 수 없다. 해외 서버 설치 등 법망을 피하기 위한 갖은 수법이 동원되는데다 공짜 만화의 단맛에 중독된 이용자들은 옳고 그름보다는 득실의 잣대로 판단하며 행정당국의 단속은 느리고 날카롭지 않은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지난 2월 8일 서울 용산구 한국저작권위원회 서울사무소에서 레진코믹스, 네이버 등 국내 각 콘텐츠 분야 대표 기업과 단체 15개 참가하는 저작권해외진흥협회(COA)가 설립 총회를 가졌다. 레진엔터테인먼트 대표 한희성이 초대 회장사를 맡아 활동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사진출처=레진코믹스 보도자료]

익명을 요구하는 한 만화가는 “불법 만화 공유 사이트는 출판사는 물론 작가와 번역가 그리고 독자에게도 피해를 주는 악순환의 뿌리”라고 강조한 뒤 “만일 출판사에서 불법 공유로 인한 상품성 가치 하락으로 해외작품을 국내에서 발매하지 않는다면 독자들은 다양한 만화의 묘미를 맛볼 기회를 잃을 수도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불법 만화 공유 사이트를 방치해둔다면 만화 출판업의 축소와 이로 인한 만화 사업의 몰락을 야기하게 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저작권 의식의 부재를 야기하여 게임, 음악, 소설 등의 타 분야에서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입니다.”

국민청원을 한 이의 절절한 호소다. 불법 만화 공유사이트가 판쳐 만화 창작자와 출판사가 의욕을 잃고 눈물짓고 있는 세상, 정의가 반드시 승리하는 만화 속 스토리는 현실에선 꿈같은 이야기에 불과한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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