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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가습기 사태가 소환한 집단소송제 도입…공정위 '소비자 집단소송 지원금' 실효성은?

  • Editor. 이상래 기자
  • 입력 2018.02.20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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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상래 기자] 한국 사법 역사상 최대 규모의 소비자 공동소송이 시작될 전망이다. 바로 애플 아이폰의 고의적 성능 저하와 관련한 공동소송이다. 이 공동소송에 참여한 이들이 무려 40만명이다.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는 아이폰의 고의적 성능 저하 사건은 비단 우리나라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소송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우리나라 소송은 확연히 다르다. 바로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에서는 집단소송제가 도입됐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 규모의 아이폰 공동소송과 더불어 집단소송제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집단소송제가 주목을 끈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다수의 피해자를 야기한 가습기살균제 사망 사건,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 생리대 유해물질 사건 등이 발생할 때 도입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공동소송과 미국식 집단소송의 차이는 무엇일까?

우리나라는 공동소송에 참여한 당사자들만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반면 미국의 집단소송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도 소송의 결과에 따라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이유로 반발해 집단소송제 도입은 그동안 무산됐다. 소송이 무분별하게 남용될 가능성이 있고, 이로 인해 기업의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것이 그 이유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이전과 사뭇 다르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망 사건, 아이폰 사태 등 대규모 소비자 피해 사건들이 잇따르면서다.

문재인 정부가 집단소송제 도입에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집단소송제 전면 도입과 정부 차원에서의 집단소송 지원을 약속했고, 정부 출범 후 담당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 김상조 위원장은 취임 직후 집단소송제 추진을 공식화했다.

이러한 분위기에 맞춰 정치권에서도 집단소송제와 관련된 입법 활동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21일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은 ‘소비자집단소송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 사건에 대해 원고가 패소했을 경우 동일 사유 피해자 전원에게 판결 효력이 미쳐 추가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옵트아웃’ 제도를 도입한 현행법에서 ‘옵트인’ 형식으로 변경하고 소송 절차도 간소화해 소송의 효율적 진행을 높이는 개정안을 내놓았다.

정부 또한 집단소송제와 관련된 정책을 내놓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0일 소비자 분야에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하고 소비자 집단소송 비용지원을 위한 재원 마련에 나서겠다는 내용을 담은 ‘2018년 소비자정책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소비자 집단소송은 ‘공익’이 전제돼야 하는데 그 여부의 판단은 소비정책운영위원회가 담당한다. 위원회는 재원이 마련되면 지원을 원하는 소송 당사자의 신청을 받아 지원금 사용처와 소송 내용 등을 심의한 뒤 지원 여부를 결정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지원금 대책을 놓고 공정성과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정부가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우선적으로 소비자단체를 선정하고 로펌이나 개별 변호사의 소비자 참여의 집단소송은 지원을 받을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다.

법조계 관계자는 “소비자단체도 실제로 집단소송을 진행할 때 변호사를 고용해서 진행한다”며 “소비자단체에서 선택한 변호사는 국민들의 세금을 통해 수임료를 받고, 그렇지 않은 변호사들은 지원에 배제당하면 또 다른 차별이 아닌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의 왜곡된 법률시장 개입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미국식 집단소송제는 아직 도입이 안됐지만 독일식의 소비자단체소송제는 200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비자단체소송제는 제품 구매 등으로 피해를 입은 다수의 소비자들이 해당 기업에 대해 소비자단체를 통해 일괄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 소송에서 원고는 일정 요건의 자격을 갖춘 소비자단체 및 사업단체만이 자격요건이 된다. 반면, 미국식 집단소송제 원고는 피해를 입은 소비자를 포함한 대표자가 된다.

공정위가 내놓은 소비자 집단소송 지원금 제도를 놓고 미국식 집단소송제와 독일식 소비자단체소송제를 섞어놓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집단소송제 도입 논의는 무려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됐지만 번번이 제자리걸음이었다. 20대 국회에서도 12건의 집단소송제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라는 대목은 집단소송제 도입이 쉽지 않다는 점을 잘 알 수 있게끔 한다.

이학영 의원은 소비자 집단소송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동일한 피해가 다수 소비자에게 발생돼 피해 규모가 방대함에도 소비자 개인이 입증하거나 거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어려워 피해 소비자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다”며 “이에 소비자 집단소송법 제정을 통해 소비자가 피해자가 되는 집단사고에 대응하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동안 우여곡절 끝에 논의에만 머물렀던 집단소송제 도입을 놓고 문재인 정부가 칼을 빼든 모습이다. 많은 이들이 정부가 재계 등에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학영 의원이 말하듯 소비자 권익을 위해 이왕 집단소송제 도입을 추진하겠다면 다른 부작용을 최소할 수 있도록 신중히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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