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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식 비핵화 ‘단계적·동시적 조치’, 제2의 카다피 최후가 두려워서?

  • Editor. 조승연 기자
  • 입력 2018.03.2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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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조승연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방중을 통해 집권 7년 만에 국제외교 무대에 깜짝 데뷔한 가운데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자신들의 비핵화 해법의 일단을 드러내 주목을 받고 있다.

4,5월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비핵화 방식으로 제시해 일괄적인 핵폐기를 원하는 미국에 호락호락 끌려가지 않겠다는 선제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중국 신화통신과 중국중앙(CC)TV는 28일 김정은 방중 관련 사실을 보도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26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북중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이 선의를 갖고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하면서 비핵화를 위한 방식으로 ‘단계적·동시적 조치’를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계단성·동보적 조치(阶段性 同步的措施)’로 옮겼고, 영문판에선 ‘점진적·동시적 조치(progressive and synchronous measures)’로 번역했다.

단계적·동시적 조치는 예전 김정일 정권에서 6자 회담 과정에서 논의한 비핵화 방식으로 동시행동 원칙을 뜻한다. 비핵화 절차를 밟아가는 단계마다 그에 따른 경제, 안보적인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행동 대 행동’ 원칙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이 궁극적인 비핵화를 향해 단계적 조치를 할 때마다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 점진적인 조치를 정해 각자 동시에 이를 진행하자는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매시지로 보인다. 북한 핵자산의 동결, 검증, 폐기의 각 단계를 세분화하는 프로세스를 밟아나갈 때마다 국제사회가 유엔안보리 결의와 자국 단독으로 취한 제재조치를 하나씩 해제하고 외교관계 정상화, 경제적 지원 등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도록 하는 방식인데 일시에 포괄적으로 비핵화 조치를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과는 배치된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첫 북미 정상회담을 전격적으로 수락한 이후 잇따라 매파들로 외교안보라인 포스트를 교체하면서 거듭 밝혀온 ‘선 핵폐기-후 보상’ 원칙과 대립되는 것이다.

미국 쪽에선 김정은 위원장이 밝힌 단계적 조치는 비핵화 단계를 여러 개로 쪼개 보상을 얻으면서 시간을 버는 이른바 ‘살라미 전술’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방식은 ‘과거의 실패’로 규정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에서는 일괄타결만이 해법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북 선제공격론까지 펴온 강경파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내정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매우 구체적으로 (북한과) 비핵화 방식 논의에 빨리,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수록 좋다. 북한이 회담에서 리비아처럼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시간을 벌려는 위장일 뿐”이라고 강조해왔다.

이같은 강경기류를 의식해서인지 북한은 전격적인 김정은 방중을 통해 핵도발 등으로 소원해졌던 혈맹인 중국을 한반도 비핵화 현안 논의의 장으로 끌어들임으로써 ‘안전판 구축’ ‘플랜B 확보' '보험들기’ 등의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북한은 리비아의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가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통해 ‘선 핵포기-후 보상’으로 손을 든 뒤 나중에는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는 것에 주목하면서 김정은 정권의 붕괴 위험을 떠안으면서까지 카다피와는 같은 길을 걷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 정상회담의 비핵화 협상을 앞두고 북한이 자신들의 뒤에는 중국이 버팀목이 돼주고 있다는 것도 보여줌으로써 미국과 힘겨루기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단계적 조치 제시에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같이 북중관계가 해빙 무드로 돌아서면서 미국에서는 중국이 북한에 '보이지 않는 손'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빅터 차 한국석좌와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28일(현지시간) 중국의 대북지원 일부 재개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CSIS에 공동 명의로 김정은 부부의 방중과 북중 정상회담의 의미를 분석하면서 "중국은 북한이 도발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함께 대북지원을 일부 재개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중국이 유엔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지키는데 있어서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시진핑 주석이 향후 도출될 수 있는 미국-북한 간 합의에서 중국이 소외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이번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김정은에게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중국의 입장과 역할을 분명히 전달하려 했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이들은 북한이 미국과 첫 정상회담을 통해서도 비핵화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미국의 대북 군사행동 위협 수준이 고조될 것이라는 점도 북중 정상회담의 주요 의제에 올랐을 것이라고 관측하면서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의 임명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약속을 놓고 ‘통 큰 양보’를 할 가능성을 낮췄다는 점도 지적했다.

김정은 방중을 통해 북한이 단계적·동시적 조치라는 비핵화 방식을 제시함에 따라 이제 공은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과 보조를 맞춰 한반도 리스크의 핵심인 북핵 문제의 빠르고 확실한 해결을 원하는 한국 정부로서도 남북, 북미 협상 테이블이 아니라 중국을 비핵화 트랙에 끌어들이면서 던진 김정은식 비핵화 조건에 대한 분석과 대응이 더욱 중요해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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