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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영장 기각, 자진출석 ‘선제’효과? 제2 피해자 고소 반영돼 구속영장 재청구될까

  • Editor. 조승연 기자
  • 입력 2018.03.29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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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조승연 기자] “제가 다 잘못한 일이다. 제 불찰이고 제 잘못이다. 부끄럽다.”(안희정 전 충남지사)

“피의자 방어권만큼 피해자 안전권도 중요하다."(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정치인의 성폭행, 성추행 ‘미투 폭로’로 사회적 파장을 낳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영장 기각 뒤 가해자와 피해자 측의 입장은 이렇게 결이 달랐다.

자신의 비서 등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지사는 28일 밤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내려진 뒤 대기중이던 남부구치소를 나오면서 취재진에게 “구속이 되든 안 되든 제가 다 잘못한 일이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용서해달라”고 사죄의 레토릭을 쏟아냈지만 영어의 몸으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안 전 지사를 고소한 피해자들을 지원하고 있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전성협)은 안희정 영장 기각 결정 1시간여 뒤 언론에 베포한 입장문을 통해 "법원의 영장기각 결과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업무상 위력을 이용한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자의 안전권 보장이 우선되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28일 한 차례 불출석 사태 뒤 우여곡절 끝에 이어진 안희정 전 지사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서울서부지법 곽형섭 영장전담판사는 증거 인멸 우려와 도주의 염려가 없다는 판단에서 영장을 기각했다.

피해자인 김지은 정무비서가 안희정 지사 재직 시절 4차례 성폭행 등 성폭력을 입었다고 미투폭로를 한지 사흘 만에 고소인 자격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지난 9일, 안 전 지사가 돌연 검찰에 자진출석할 때부터 나온 구속 회피 전략이 통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곽형섭 판사가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 자료와 피의자가 수사에 임하는 태도 등 제반 사정에 비춰”라고 영장 기각의 전제를 단 것으로 보아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 자진출석 '선제' 효과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풀이다.

안희정 전 지사는 1,2차 검찰 출석 때 국민에게 사죄하고 첫 영장실질심사 불응 때는 참회의 뜻으로 바라봐달라고 호소하는 등 사과 릴레이를 이어가면서도 피해자에 대해서는 어떤 사과도 하지 않고 ‘합의에 의한 관계’만을 주장하면서 성폭력 혐의만은 부인해왔기에 피해자 측에서는 계속 반발해왔다.

형법상 피감독자간음(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강제추행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등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지사의 영장이 기각된 뒤 검찰은 기각 사유를 검토해 재청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판례로 볼 때 피감독자간음 상의 위력은 실질적인 폭행, 협박 없어도 가해자 지위나 신분이 높아서 위압감을 느꼈다는 피해자의 입장을 많이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에서 안희정 영장 기각은 검찰이 아직 혐의 입증의 구체적인 연결고리를 확보하지 못한 것의 방증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두 번째 고소인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직원 A씨 관련 혐의는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이번 영장 청구에는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검찰은 이를 반영해 재청구할 수도 있다.

영장 재청구든, 불구속 상태의 재판이든 전성협은 "향후 재판을 통해 가해자의 유죄 입증을 위해 힘있게 싸워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희정 영장 기각은 미투운동이 전개되면서 문화계 가해자들이 잇따라 구속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 1월 서지현 검사의 폭로가 도화선이 된 미투운동이 확산된 이후 지난 1일 미성년자 단원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경남 김해 극단 번작이 조증윤 대표가 ‘미투 1호 구속’으로 수감된 데 이어 지난 23일에는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는 17명의 피해자로부터 고소를 당한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 감독도 구속됐다.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미투폭로이 대상이 된 공공기관 성폭력 사건 가해자인 부산정보산업진흥원 전 팀장 B씨도 지난 14일 구속 수감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서지현 검사의 미투고발로 검찰 내 성추문 사건을 전수 조사해온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은 안희정 영장 기각 결정이 내려진 날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한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전직 C 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C 전 검사는 2015년 서울남부지검에서 근무하던 중 회식 자리에서 후배 여검사를 성추행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미투물결이 확산되면서 가해자에 대한 인신 구속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안희정 영장 기각에 이어 후배 여검사 성추행 혐의를 받는 전직 검사 영장 청구에 대해 법원의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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