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엄정효 기자] '새로운 역사는 이제부터. 평화의 시대, 역사의 출발점에서'

2018년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장소인 판문점 평화의 집에 도착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명록에 적은 글이다. 한반도에 봄기운이 완연한 가운데 역사적인 정상회담으로 남북 사이에도 봄이 찾아올 수 있을지 지구촌의 이목이 판문점으로 쏠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첫 만남부터 예상치 못한 장면을 연출해 국민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오전 9시 28분쯤 인민복 차림으로 모습을 드러낸 김정은 위원장은 수행원, 경호원 등 20여명과 함께 판문각 계단을 걸어 내려왔다. 군사분계선에 가까워진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을 보고 활짝 웃으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두 정상의 첫 만남에서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손을 맞잡고 인사와 사진 촬영을 마친 후 김정은 위원장은 갑작스럽게 문재인 대통령에게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쪽 땅을 밟을 것을 제안했고 직접 문 대통령의 손을 잡고 북쪽으로 이끈 것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취재진들은 물론 남북 공식 수행원의 탄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이후 두 정상은 전통의장대의 호위 속에 평화의 집으로 향했다. 판문점 광장에 도착한 두 정상은 사열대에 올라섰다. 이후 김정은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도열한 의장대 앞을 지나며 사열했다. 북한 최고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국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은 것이다. 이어 양측 공식수행원과 인사를 나눈 두 정상은 즉흥적으로 사열대 연단 계단에서 남북 공식 수행원과 함께 단체 사진을 촬영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리고 두 정상은 판문점 평화의 집 2층에서 모두발언 시간을 나눴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11년 세월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수시로 만나 문제를 풀어나가자"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평화 번영, 북남관계 역사의 출발 신호탄을 쏜다는 마음가짐으로 왔다"며 "허심탄회하게, 진지하게, 솔직하게 문재인 대통령님과 좋은 이야기를 하고 좋은 결과 만들어내겠다는 것을 대통령한테도, 기자 여러분에게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만찬 메뉴인 옥류관 평양냉면 얘기를 꺼내면서 "멀리서 온"이라고 말한 뒤 왼쪽에 앉은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향해 "멀다고 말하면 안되겠구나"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남북의 국민들, 또 해외 동포들이 거는 기대도 아주 크다. 그만큼 우리 두 사람의 어깨가 무겁다고 생각한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사상 최초로 군사분계선을 넘은 순간,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아닌 평화의 상징이 됐다"고 밝혔다.

이어 "통 크게 대화를 나누고 합의에 이르러서, 우리 온 민족과 평화를 바라는 이 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큰 선물을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며 "하루종일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관계로 10년 동안 기다려온 만큼 못한 이야기 충분히 나눌 수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모두발언 이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당초 예정된 10시 30분보다 15분가량 이른 10시 15분 남북정상회담을 시작했다.

11년 만에 이뤄진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시작된 가운데 김정은 위원장의 방명록 글처럼 평화의 시대가 도래할 수 있을지 그 출발점에 서 있는 두 정상을 향해 우리 국민들은 물론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