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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한옥마을 주민들이 집회에 나선 이유,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의 짙은 그림자

  • Editor. 엄정효 기자
  • 입력 2018.05.2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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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엄정효 기자] ‘주거지인 북촌주민의 사생활을 보장하라’, ‘북촌은 문화재, 문화재 무시하는 서울시장은 필요없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북촌로에서 집회를 진행한 북촌한옥마을 주민들의 손팻말에 담긴 주장들이다. 지난달 28일부터 매주 토요일 집회를 열고 있는 북촌한옥마을 주민들은 관광객들로 인한 소음, 쓰레기 문제 등을 제기하며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쉬는 날 북촌한옥마을을 찾아간 적 있는 이들이라면 내, 외국인 구분 없이 몰려든 관광객들로 인해 소음은 물론이고 곳곳에 버려진 일회용 커피잔 등 쓰레기들을 목격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아무 거리낌 없이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이들도 있으며, 집 안을 들여다보거나 사진기를 들이대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로 인해 수십 년 동안 거주하던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으며 이를 견디지 못하고 이사하기도 한다. 또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미용실, 목욕탕, 세탁소 등의 편의 시설도 사라지는 추세다. 임대료가 오르며 생활과 밀접한 업종이 견디지 못하고 떠나게 되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투어리스티피케이션’으로 불린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은 영어 ‘관광지화(touristify)’와 땅값과 임대료가 올라가면서 기존 상인이나 세입자 등 주민들이 쫓겨나는 현상을 의미하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합친 단어다. 다시 말해 주거지역이 관광지가 되며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이주하는 현상이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 사례는 북촌한옥마을뿐만이 아니다.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 주민들도 관광객들의 소음과 낙서 등으로 피해를 털어놓기도 했다.

해외에서 발생한 사례들이 국내에서도 ‘관광지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과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도시는 수많은 관광객이 몰리며 도시 전체가 몸살을 앓았다. 2016년 일본 교토의 한 마을에는 쓰레기가 늘어났고 조용하던 마을이 시끄러워져 주민들의 불만이 쏟아진 바 있다. 투어리스티피케이션의 대표 도시로 꼽히는 이탈리아 베네치아는 관광객들로 인해 한때는 17만명이던 인구가 5만명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2015년에는 바르셀로나 시민들이 매년 넘쳐나는 관광객들로 인해 시위에 나섰다. 이에 바르셀로나시에서는 주요 관광지에 입장 시간을 두고 관광객들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전문가들도 북촌한옥마을 주민들의 피해에 대해 서울시가 나서 요일을 정하거나 시간대를 정해 관광객 입장을 제한하거나 관광 가이드를 둬 관광객들을 통제할 수 있는 등의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북촌한옥마을운영회 측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매주 토요일 집회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관광객들을 무작정 막을 수 없기에 관광객과 주민들이 공존과 상생의 길을 걷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될지 북촌마을로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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