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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의료인 폭행 불안, 인내심 바닥 난 의료계의 절절한 호소

[업다운뉴스 엄정효 기자] # 지난 1일 전북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한 폭행사건. 경찰이 출동했음에도 술에 취한 A씨는 의사 B씨를 향한 폭행을 멈추지 않았다. B씨는 코뼈가 골절되고 뇌진탕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다. 경찰 조사 결과 당직근무 중이던 B씨가 A씨에게 웃음을 보였다는 것이 A씨의 무차별 폭행 이유로 드러났다.

# 지난 6일 강원 강릉의 한 병원에서 조현병 치료를 받던 환자 C씨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D씨의 목과 머리, 어깨 등을 폭행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혔다. 망치를 들고 진료실로 들어온 C씨는 휘두르던 망치가 부러지자 주먹으로 D씨를 폭행했다. C씨는 국민연금공단이 장애등급을 3등급으로 판정해 장애수당이 감소하자 진단서를 발급한 D씨에게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C씨는 살인전과로 보호관찰 중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익산 응급실 폭행 사건에 이어 강릉에서도 의료인 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처럼 국민의 생명을 다루고 건강을 지키는 병원에서 의료인을 상대로 한 폭행은 끊이지 않고 발생해 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응급실 등 병원 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워 환자뿐 아니라 보호자, 지인 등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불만을 품은 폭행이 일어난다고 지적한다. 또한 병원 측의 처벌 의지도 의료인 폭행이 되풀이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병원 이미지 때문에 폭행자 처벌 요구에 소극적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경비 인력도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고 자칫하다 쌍방폭행으로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에 폭행을 적극적으로 막지 못한다는 점도 의료기관 내 폭행 사건이 줄지 않는 이유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선 의료기관 내에서 의료인을 폭행, 협박하면 5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되는 현행 의료법 및 응급의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피해자인 의료인이 가해자와 합의해 줄 경우 처벌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료계는 재발 방지를 위해 가해자를 구속수사하고 특수폭행으로 가중처벌하는 법안을 마련하는 등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열린 '의료기관 내 폭력근절 범 의료계 규탄대회'에서 비슷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 회장은 "의료인이 이유없이 당하는 폭력에 대해 무관용의 원칙이 적용되고 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보건의료인 폭력사건 수사 매뉴얼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의협을 비롯해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대한응급의학회, 전라북도 의사회 등 단체가 참여했다. 대한응급의학회 측도 연대사를 통해 "경찰청은 관련 전문 학회와 함께 응급실 폭력 대응 매뉴얼을 제정하고 현장에서 엄정하게 집행해 우리나라의 응급실 폭력을 청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국회, 정부관계 당국, 전문 학회, 시민단체 등 머리를 맞대고 진정성 있게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논의, 현실적 대안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끊이지 않는 의료인 폭행 사건에 의료계에서도 방안과 매뉴얼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진=연합뉴스]

의료인들뿐 아니라 국민들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관련 의료법 강화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많은 이들은 "의료시설 내에서 발생한 의료인 폭행 사고는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는데 그냥 두는 사회가 이상하다. 이같은 행위는 다른 환자에게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가뜩이나 의료인이 부족해 낮밤 없이 환자 보느라 고생하는 이들에게 폭행이라니, 정부가 나서서 의료인 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하고 있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 '정신이 나갔었다',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등의 말도 안 되는 핑계로 빠져나가는 것도 막아야 한다" 등의 청원 글에도 의료인 폭행에 관한 보다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의견들이 담겼다.

또 다른 몇몇 청원인은 다른 환자들에게 간접적으로 피해를 미치는 의료인 폭행 사건에 대한 현행 의료법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시설 경비원 대신 경찰이나 청원경찰이 배치돼 근무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익산 응급실 폭행 사건의 가해자는 술에서 깬 뒤 경찰 조사 과정에서 피해 의사에게 뒤늦게 "미안하다"며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취자라는 이유로 선처하는 것 대신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의료진 폭행사건에 대한 보다 실효적이고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엄정효 기자  ujh7388@updow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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