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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범고래의 슬픈 여정…"죽은 새끼 코에 올려놓고 사흘간 바다 헤매"

  • Editor. 이선영 기자
  • 입력 2018.07.2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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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선영 기자] “비통해하는 어미가 '왜? 왜? 왜?'라며 죽은 새끼를 놓아주려 하지 않는 것 같았다. 매우, 매우 극적이면서도 슬프고 마음이 아팠다”

캐나다 고래연구센터 설립자이자 수석 과학자인 켄 밸콤이 태어나자마자 숨진 새끼를 자신의 코에 올려놓고 사흘 이상이나 바다를 떠도는 범고래를 목격하고 한 말이다. 어미 범고래가 이미 하늘나라로 간 새끼를 품에서 놓지 못한 사연이 전해져 심금을 울리고 있다.

죽은 새끼를 코 위에 올려놓은 어미 범고래. [사진=AP/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캐나다 브리티시 콜럼비아 주 빅토리아 앞바다에서 범고래 새끼 한 마리가 지난 24일 아침 태어난 지 30분 만에 숨졌다.

‘남부거주범고래’로 알려진 이 지역 범고래 무리에서 지난 2015년 이후 3년 만에 처음으로 새끼가 태어난 경사는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새끼 고래가 숨을 거두면서 비극으로 바뀐 것이다.

이 지역 고래연구센터 연구진에 의해 J35로 불리는 올해 20살의 어미 고래가 숨진 새끼 고래를 물 위로 밀어 올리려는 모습이 관찰됐다.

어미는 죽은 새끼를 수면 위로 밀어 올리면서 빅토리아 인근에서부터 시작해 산후안 제도와 캐나다 밴쿠버 주변까지 241㎞를 이동하는 ‘슬픈 여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진이 다시 어미를 목격한 곳은 사흘이 지난 27일 아침 산후안 제도 남쪽 끝 부근이었다. 어미는 여전히 죽은 새끼의 몸이 물속으로 빠지지 않도록 자신의 코 위에 놓고 균형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고래연구센터 수석 과학자인 밸콤은 "가끔은 어미가 새끼의 지느러미발을 물어 사체를 끌어 올렸다"면서 "갓 태어나 지방층이 충분하지 않은 새끼의 사체가 가라앉으면, 어미가 물속으로 들어가 죽은 새끼를 다시 수면으로 끌어올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죽은 새끼를 물 위로 밀어올리는 어미 범고래. [사진=AP/연합뉴스]

남부거주범고래는 밸콤 팀이 관측을 시작한 1976년 70마리에서 정부의 보호정책에 힘입어 20여 년 뒤에는 100마리까지 개체 수가 늘었지만 이후 줄기 시작해 현재는 75마리만이 남아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저술가 캐슬린 제이미가 쓴 ‘시선들’에 따르면 고래는 우리처럼 외부로 돌출된 귀가 없어서 턱뼈로 소리를 듣는다. 고래는 생전에 턱뼈로 바다 속에서 울리는 음파를 정확하게 포착한다.

어미고래 J35도 분명 새끼 고래의 심장 박동이 다 한 것을 알고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죽은 새끼를 코에 올려놓고 사흘간 바다를 헤맨 어미고래의 여정이 더욱 더 먹먹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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