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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이슈] '폭언 갑질' 대웅제약 윤재승 회장, 경영 일선 사퇴한다지만...'직원 모독'의 짙은 그림자

  • Editor. 이선영 기자
  • 입력 2018.08.2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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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선영 기자] 대웅제약 윤재승 회장이 직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언과 욕설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27일 제기돼 충격파를 낳고 있다. ‘우루사'로 유명한 제약회사 2세 오너의 입에 제대로 옮길 수도 없을 만한 욕설이 담긴 음성파일이 생생히 공개되면서 재벌 회장의 ’갑질 폭언‘에 비난 여론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파문이 확산되자 윤재승 회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늘 이후 즉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물러섰지만,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재벌들의 갑질 사태 후 수습책과 닮은꼴이어서 세인들은 그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대웅제약 윤재승 회장의 ‘욕설 갑질’ 파문은 이날 YTN이 윤 회장의 욕설이 담긴 음성파일을 공개하면서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윤재승 회장은 이 음성파일에서 대웅제약 직원으로 추정되고 있는 인물에게 다짜고짜 “정신병자 XX 아니야 이거?”라면서 “야 이 XX야 왜 그렇게 일을 해. 이 XX야 미친 XX네”라고 폭언을 쏟아냈다.

직원 설명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윤재승 회장은 “정신병자 X의 XX 난 네가 그러는 거 보면 미친X이랑 일하는 거 같아 아 이 XX 미친X이야 가끔 보면 미친X 같아 나 정말 너 정신병자랑 일하는 거 같아서”라고 욕설을 이어갔다.

또 다른 대화에서도 윤재승 회장은 “너 이 XX, 일 되는 방법으로 안 찾고. 이 XX야. 변명만 하려고 해. 너 XX처럼 아무나 뽑아서 그래. 병X XX”라는 폭언을 퍼부었다.

대웅제약 현, 전직 직원들은 윤재승 회장의 폭언이 일상이었다고 주장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말끝마다 이 XX, 저 XX, 그러다가 병X XX, 쓰레기 XX, 잡X, 미친X, 정신병자…. 살인충동을 느끼게 하는 XX, 여기서 뛰어내려라, 한 번 더 그러면 다리 몽둥이를 부러뜨린다”라고 밝혔다.

윤재승 회장은 이 같은 보도가 나간 뒤 입장문을 내고 "저의 언행과 관련해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업무 회의와 보고과정 등에서 경솔한 언행으로 당사자뿐만 아니라 회의에 참석하신 다른 분들께도 상처를 드렸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저를 믿고 따라준 대웅제약 임직원분들께도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대웅제약 창업주인 윤영환 명예회장의 셋째 아들인 윤재승 회장은 1995년 대웅제약 부사장으로 입사한 뒤 1997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해 이후 12년간 대웅제약을 이끌고 있다. 윤재승 회장은 1984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6년간 검사 생활을 거치기도 했다.

그렇다면 윤재승 회장은 이같이 상습적으로 욕설을 일삼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그동안 왜 이런 문제가 불거지지 않았을까.

YTN 보도에 따르면 대웅제약 직원들은 검사 출신의 윤재승 회장이 법을 잘 아는 만큼 욕설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지난 2~3년 동안 100여 명은 (회사를) 그만둔 것 같다. 다들 하는 말이 업무 목표 달성이 힘든 게 아니고, 인격살인 수준의 욕설을 듣다 보면 더 이상 정상적으로 회사생활 할 자신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일부 보도를 통해 대웅제약에서 퇴사한 임직원들이 회의 도중 윤재승 회장이 실적이 부진한 임원들에게 욕설과 폭언을 해왔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 이번 음성파일과 대웅제약 관계자의 증언으로 확인된 셈이다. 업계에서는 대웅제약의 수직적인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유명한 데, 윤 회장의 거친 언행이 핵심 인력의 이탈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윤재승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은 이후인 2016년에 20년 이상 재직한 임원급 직원들이 대거 퇴사하는 사태도 발생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에서는 이번 음성파일 공개로 그런 수직적인 분위기가 드러나면서 “결국 터질 게 터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웅제약에서 간부로 일하다 퇴사한 한 직원은 "대웅의 간부 중 윤 회장에게 직접 보고를 해본 직원들은 갑질을 겪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라며 "이 때문에 최근 몇년 동안에만 많은 직원이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고 말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웅에서 일했던 직원들한테 (윤재승 회장이) 취조하듯이 임직원들을 대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제약업계에서는 대웅제약의 이런 문제가 언젠가는 곪아 터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았다"고 전했다.

윤재승 대웅제약 회장. [사진=연합뉴스]

윤재승 회장의 ‘폭언 갑질’ 논란이 파문을 낳고 있는 가운데 대웅제약의 갑질 논란도 다시 주목을 끈다.

지난달 공정거래위원회는 대웅제약을 겨냥해 현장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는 지난해 말 공정위가 대웅제약 등 4개 제약사를 상대로 진행했던 지식재산권침해와 관련된 조사의 연장선 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지식재산권 침해를 넘어 대웅제약이 ‘거래처 갑질’을 저지른 의혹에 대한 조사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아울러 대웅제약 가격담합 의혹에 대한 조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웅제약 측은 지난해 지식재산권 침해 관련 조사의 연장선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눈총을 받는 가운데 욕설 파문에 휩싸인 윤재승 회장의 경영 성과는 어떨까.

두 명의 형들을 제치고 경영권을 승계한 윤재승 회장이지만 실적 부진 탓에 경영능력에 대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윤재승호’가 출항한 2014년 대웅제약의 매출은 7359억원. 지난해 9603억으로 증가해 올해 ‘1조 클럽’ 달성을 목전에 두고 있다. 하지만 2013~2014년 500억~700억원이었던 영업이익 규모는 2015년 400억원대로 줄더니 2016년에는 200억원대로 급감했다. 지난해 390억원으로 반등하나 했지만 올 상반기 다시 감소세를 보였다.

일각서 대웅제약은 덩치는 커지고 있으나, 실속이 없다며 경영 체질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영업이익 규모의 감소만이 아니다. 올해 2분기 개별 영업이익도 감소했다. 지난 6일 공시에 따르면 대웅제약은 올해 2분기 개별 영업이익이 100억원으로 작년 같은 분기보다 28.3%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77억원으로 같은 기간 43.8%나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윤재승 회장은 지난 3월 대웅제약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윤재춘·전승호 대표를 선임해 전문경영인 투톱 체제를 가동했다. 윤 회장은 이사회 의장으로서 회사의 나아갈 방향과 주요 투자 관련 의사결정 등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윤재승 회장의 ‘폭언 갑질’이 드러나면서 사과하고 경영일선에서 즉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영 일선 후퇴 카드로 사태 수습에 나선 모양새이지만 경영권을 물려받은 오너 2세가 스스로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준만큼 그 책임은 실로 크다는 평가다.

윤재승 회장이 과연 얼마나 대웅제약 그룹의 경영과 거리를 둘 지는 미지수다. “자숙의 시간을 가지겠다”고 한 입장이 다른 시각에서 보면 그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경영에 복귀할 수 있다는 말이 될 수 있어서다. 대웅제약이 전문경영인 투톱 체제로 본격적인 운영될지, 아니면 소나기를 피하는 식으로 일정 시점에 슬그머니 윤재승 회장이 경영에 관여하기 시작할지 예의주시해 볼 대목이다.

재벌 회장들이 갑질 논란이 불거져 사회적인 공분을 부를 때마다 사과하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자숙하겠다는 선언은 레퍼토리처럼 나왔다. 그래서 윤재승 회장의 사과와 경영 일선 퇴진의 진정성에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대웅제약은 '직원의 행복이 회사의 경쟁력'이라는 신조를 지니고 있다”는 경영철학을 폈던 윤재승 회장의 ‘직원 모독’의 그림자가 너무도 짙은 탓이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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