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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0일 만에 밀려든 메르스 공포, 숫자로 보는 실상과 대응

[업다운뉴스 조승연 기자] 메르스 공포가 다시 밀려들었다.

2015년 5월 20일 국내 첫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발생으로 한국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은 이후 지금까지 확진 환자가 없이 잠잠하다가 재발생했다. 2015년 12월 23일 ‘상황 종료’가 선언된 뒤 990일 만에 메르스 확진환자가 나온 것이다.

중동을 다녀온 60대 남성이 8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내린 보건당국은 방역체계를 강화하면서 긴급 메르스 대응체제에 나섰다.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격리 치료를 받고 있는 서울대병원 감염격리병동. [사진=연합뉴스]
 

국민들에게 3년 전 메르스 사태의 악몽을 떠올리게 하는 메르스의 실태와 대응을 숫자로 짚어본다.

# 1일= 하루 만에 메르스 확진 판정

질병관리본부는 8일 서울에 사는 A(61)씨가 이날 오후 4시께 서울대병원에서 메르스 환자로 확진됐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16일부터 지난 6일까지 쿠웨이트에 업무로 출장을 갔다가 지난 7일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귀국했다.

메르스 확진이 입국 후 만 하루 만에 나온 것이다.

A씨는 쿠웨이트에 있던 지난 8월 28일 설사 증상으로 현지 의료기관을 방문했고, 이후에도 설사 증상을 보여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바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로 내원했다. 병원은 A씨를 응급실 선별격리실로 격리해 진료하고 발열, 가래 및 폐렴 증상이 확인되자 보건당국에 의심환자로 신고했다. 이후 A씨는 국가지정격리병상이 있는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고,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검체를 검사한 결과 메르스 양성으로 확인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메르스 환자 발생과 관련해 대응 조치를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14일 = 앞으로 2주가 확산 고비

보건당국은 중동지역과 인근 국가를 방문한 뒤 14일 이내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시·도 역학조사관이 역학조사를 통해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한다.

메르스는 2012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처음 발견된 신종 전염병으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원인인데, 2003년 중국 등에서 유행한 사스 코로나 바이러스와 유사하다. 치사율이 20∼46%에 달하는 호흡기 질환. 감염되면 중증 급성 호흡기 증상, 즉 발열, 기침, 호흡곤란 등의 호흡기 증상이 보이고 구토, 설사 등의 소화기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심한 경우 다발성 장기 부전으로 치명적일 수도 있다. 증상을 완화해주는 약은 있지만 예방백신이나 치료제는 아직 없다.

메르스의 잠복기는 2~14일이어서 이번에 확진된 메르스가 지역사회 확산 여부는 14일 안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확진 환자 A씨는 중증은 아니지만 1~2주 내 병이 진행될 가능성이 작지 않아서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이 환자는 공항에서부터 삼성서울병원을 거쳐서 격리돼 지역사회에 많이 노출되지는 않았다고 판단한다"면서도 "접촉자를 통해서 2차 감염이나 이런 부분들이 생기지 않게끔 접촉자 조사와 관리에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메르스 환자 발생, 앞으로 2주가 확산 고비. 메리스 확진환자 A씨의 귀국 후 동선. [그래픽=연합뉴스]

# 20명 = 격리조치된 밀접접촉자 더 늘어날 수도

정부는 메르스 확진 환자 A씨를 진료한 의료진 등 밀접접촉자 20명을 격리조치하는 등 방역체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질병관리본부와 서울시는 항공기, 방문 의료기관 등을 대상으로 접촉자를 파악한 결과, 밀접접촉자는 검역관 1명, 출입국심사관 1명, 항공기 승무원 3명, 탑승객 10명, 삼성서울병원 등 의료진 4명, 가족 1명 등 모두 20명이다. 추가 조사가 진행되면서 접촉자 숫자는 늘어날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확진환자 A씨 입국 후 이동 경로를 파악해 접촉자를 파악하고, 위험 정도에 따라 밀접접촉자와 일반접촉자로 나누고 있다. 밀접접촉자는 환자와 2m 이내 긴밀하게 접촉하거나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 사람 또는 환자의 분비물이 접촉된 사람 등을 말한다. 이들 밀접접촉자에게는 보건소 등을 통해 밀접접촉자임이 통보됐고, 현재 자택 격리 중이다.

질본은 같은 항공기를 탄 나머지 승객에 대해서는 수동감시 형태로 메르스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증상이 생기면 연락해 달라고 당부했다.

# 38명 = 2015년 목숨 앗아간 국내 메르스 공포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던 3년 전 메르스 공포는 당시 국내에서 희생된 환자 수로 잘 알 수 있다. 2015년 5월 20일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나온 뒤 7개월 만인 12월 23일 '상황 종료'가 선언될 때까지 186명이 메르스에 감염되는데, 그중 38명이 사망했다. 격리 해제자는 1만6752명에 달했다.

대부분의 메르스 환자들이 병원 내 감염으로 발생하는 등 감염병에 취약한 국내 의료체계의 후진성을 감춰온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사건이었다.

2015년 국내 메르스 사태 이후 2018년 메르스 환자 발생까지 주요 일지. [그래픽=연합뉴스]

# 153만명 = 3년 전 메르스 사태로 발길 끊은 외국 관광객

3년 전 메르스의 공포는 국민 생명에 위협을 느끼게 하고 인구이동을 급격히 위축시켜 우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줬다. 번화가는 한산해졌고 외국 관광객 153만명이 한국 방문을 포기하는 등 국내 관광이 위축되면서 관광산업 피해액은 3조4000억원으로 추산됐다.

2015년 당시 2분기 경제성장률은 0.4%에 그쳤고,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이 4조원 감소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민간에서는 메르스로 인한 사회적 손실까지 합하면 피해액이 10조원 이상이 된다는 분석도 제기했다.

# 588명 = 2016년부터 의심환자는 많았지만...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정부가 질병관리본부를 차관급 조직으로 격상하고 집단 감영 방역체계를 대대적으로 정비해 메르스 대응체계를 강화한 뒤 메르스 환자는 잠잠했다. 하지만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에서 메르스가 계속 유행하는 탓에 이 지역을 방문한 사람을 통해 메르스가 재유입할 가능성이 상존해 왔다.

상황 종료 버튼을 누른 뒤 ‘메르스 대응시계’가 가동되는 데는 걸린 기간은 990일이다.

질본에 따르면 메르스 의심환자는 2016년 200명에서 지난해 220명으로 늘어났지만 확진 판정은 없었다. 지난해의 경우 메르스 의심환자 신고 1248건 중 17.6%가 의심환자로 분류됐지만 확진 검사에서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 올해 들어서도 8일 현재까지 메르스 의심환자 신고 건수는 모두 959건이 들어왔는데 168명의 의심환자는 모두 음성으로 나왔다.

하지만 A씨가 올해 169번째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메르스 안전지대’가 해제됐다. 2016년 이후엔 589번째 의심환자가 메르스 공포를 불러온 것이다.

올해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메르스 환자 현황. [자료=질병관리본부 제공]

# 595명 = 2016년 이후 사우디에서 나온 메르스 환자

그렇다면 중동지역에서는 메르스 유행이 얼마나 심각한 상태일까.

올해 들어 8일까지 중동지역에서는 모두 116명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 이 중에서 3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질본은 파악했다. 환자 보고 지역이 아닌 감염지역 기준으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대부분인 114명이 발생하고, 오만(3월)과 UAE(5월)가 1명씩이었다. 사망자 30명은 모두 사우디에서 나왔다.

특히 메르스의 본원지인 사우디는 2016년 243명, 지난해 238명이 발생한 뒤 올해 114명이 환자가 나왔다. 3년 전 국내에서 1번 메르스 환자가 다녀온 카타르는 지난해 5월 이후 메르스 환자가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 A씨가 방문한 쿠웨이트의 경우 2016년 8월 마지막으로 메르스가 발생, 질병관리본부가 검역법에 따라 특별관리(검역)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정한 메르스 오염지역에서도 빠져있다. 지난 7월 1일 기준으로 중동에서 메르스 오염지역은 올해 환자가 나온 사우디, UAE, 오만 등 3개국이다.

세계보건기구(WHO) 통계에 따르면, 처음 등장한 201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메르스 환자는 중동지역을 중심으로 2229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방역체계가 가동된 가운데 앞으로 2주가 확산 고비로 보인다. 메르스 예방수칙. [자료=질병관리본부 제공]

# 1339 = 의심되면 바로 전화 신고!

2015년 메르스 사태와 달리 신속하게 감염 차단에 나서 대규모로 환자가 발생 가능성은 낮은 상태로 보인다. 메르스 불안이 가시지 않는 일반인이라면 손을 자주 씻고, 씻지 않은 손으로 눈이나 코 입을 만지지 않는 위생수칙부터 지킬 필요가 있다. 기침, 재채기를 할 경우 옷소매로 가리고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좋다.

질본은 중동지역을 찾는 방문객들은 메르스 예방 행동수칙을 살펴 특히 주의해달라고 주문했다. 중동지역 여행객은 현지에서 진료 목적 이외의 의료기관 방문을 자제하고, 낙타 접촉은 물론 낙타고기, 낙타유 섭취를 피해야 한다. 손 씻기 등 개인 위생수칙을 준수해야 하며 현지에서 진료 목적 이외에 의료기관 방문을 자제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현지 의료기관을 찾을 때는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는 당부다.

여행 전 질병관리본부 홈페이지에서 메르스 환자발생 국가현황부터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귀국 시 의심증상이 있으면 비행기에서 내리면서 검역관에 알려야 한다.

여행 후 14일 이내에 발열과 기침 등 호흡기 증상이 있을 경우엔 의료기관을 바로 방문하지 말고 질병관리본부 콜센터(전화 1339) 또는 관할 보건소로 신고해야 한다.

메르스 환자 발생으로 행안부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를 가동했다. [사진=연합뉴스]

3년 만에 밀려든 메르스 공포. 국민들의 불안감이 다시 살아나는 가운데 정부는 긴급 대응체제에 나섰다. 행정안전부는 메르스 환자 확진 판정이 내려진 8일 밤 10시부터 메르스 대책지원본부를 가동, 관련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협조 요청사항을 파악·지원하고 방역추진현황 등을 점검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메르스 확진 환자 A씨가 다녀온 쿠웨이트는 보건당국이 지정한 메르스 오염지역이 아니어서 심층 역학조사로 구체적 감염경로를 추적 중이다.

메르스 환자 발생 상황을 보고받은 직후 "역학조사를 신속하고 철저히 진행해 메르스 확산 가능성을 조기에 차단하라"고 긴급지시한 이낙연 국무총리는 9일 긴급 관계 장관회의를 소집하는 등 전방위적 메르스 대응에 나선다.

정부는 3년 전 국가경제에 타격을 가져온 대혼란과 공포가 되살아나지 않도록 메르스 악령에 대한 국민의 심리적 불안감 해소에 주력해야 할 때다. 2018년 봄에는 역대급으로 기승을 부린 미세먼지로 입을 가려야 했던 국민들이 2018년 가을에 다시 메르스 공포로 마스크를 다시 꺼내 쓰지 않도록.

조승연 기자  webmaster@updow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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