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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양진호' 갑질로 얼룩진 IT업계 실상과 먹먹한 호소

  • Editor. 이선영 기자
  • 입력 2018.11.1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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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선영 기자] ‘제2의 양진호’ 갑질로 얼룩진 IT업계의 피해 사례가 공개돼 이목을 끌고 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실 주최로 열린 ‘IT노동자 직장 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에서는 ‘제2의 양진호’가 벌인 갑질 행태들에 대한 폭로와 피해 호소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 IT스타트업에서 2014년 12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일했다는 김현우 디자이너는 "회사 대표로부터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자고 편의점 음식을 먹는 숙식 생활 및 학업 포기를 강요당했다"며 "개인적인 물품을 소유할 수 없게 했는데 미니 선풍기를 샀다는 이유로 맞았다"고 주장했다.

13일 서울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IT노동자 직장갑질·폭행 피해 사례 보고' [사진=연합뉴스]

이어 "한 사원은 셔츠 색상을 잘못 입고 출근했다는 이유로 골프채로 맞았고, 한 팀원이 한심한 모습을 보였다는 이유로 다른 동료에게 이 팀원의 뺨을 주먹으로 치라고 시키고, 약하게 때리면 다시 시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지분 관계가 복잡하면 투자를 받기 힘들다는 대표의 말을 믿고 지분 계약을 구두로만 약속한 채 '스티브 잡스'와 '조너선 아이브'를 꿈꾸며 일해 왔지만, 실체는 '사이비 종교'와 비슷했다는 것이 김씨 주장이다.

L마트 폭행 피해자 양도수 씨는 "2017년 2월 중소기업 직원으로 L마트 쇼핑몰에서 근무하던 중 직원들에게 온갖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며 "폭언, 폭행은 위디스크 양진호 동영상과 마찬가지로 수십 명의 동료가 보는 가운데 발생해 이루 말할 수 없는 괴로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마트로부터 지난해 7월 사과를 받았고 가해자 두 사람을 직위해제 및 지방으로 좌천시켜 다시는 복귀시키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았지만, L마트는 올해 2월 가해자 두 명을 모두 복귀시키고 제 근처에 배치해 충격을 줬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민주노총 한국정보통신산업노동조합에서 조사한 직장 갑질·폭행 사례도 다수 발표됐다.

사례 조사에 따르면 서울 가산디지털단지의 솔루션 개발사 D사에서는 사장이 남성 직원의 성기나 여성 직원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볼에 뽀뽀를 시키는 성추행을 일삼았다.

교육 콘텐츠 업체 S사에서는 상급자가 웹디자이너 장민순 씨에게 업무 종료 후 자아비판이나 반성문 형식의 업무보고를 제출하도록 했고, 채식주의자임에도 계속 육식을 강요하기도 했다.

장씨는 2015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S사에서 웹디자이너로 일하다 올해 1월 스스로 하늘나라로 가는 안타까운 선택을 해서 세간에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장민순 씨의 언니 장향미 씨가 나와 떨리는 목소리로 “동생이 2년 8개월간 근무하면서 46주 동안 주 12시간 이상 연장 근로했다”며 “과로 자살은 회사가 개인에게 가한 극한의 폭력이며, 죽음에 이르게 만든 회사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일각에서 “우리나라 IT회사의 경우 권고사직과 불법매출 강요가 일상화됐고 끊임없는 해고압박에 시달리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면서 “그만큼 우리 IT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이 비상식적이고 불합리한 것이다”라고 꼬집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이철희 의원은 “수많은 ‘양진호 회장’이 IT업계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며 “제2, 제3의 피해자를 방지하고, 나아가 4차산업혁명을 선도할 대한민국의 IT인재들의 노동환경이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이 IT노조와 함께 ‘IT업계 노동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근로시간인 주40시간을 지키는 근로자는 응답자 12.4%에 불과했고 주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하는 노동자가 전체 응답자의 25%를 넘었다.

설문 참여자(503명)의 23.26%가 상사로부터 언어폭력을, 20.28%가 위협 또는 굴욕적 행동을 당했다고 응답했고, 신체적 폭력을 당한 경우는 11명, 왕따 및 괴롭힘은 24명, 성희롱·성폭력 피해도 16명에 달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이 지난 1년 내 자살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봤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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