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이런 상황이었다. ‘7명을 죽음에 이르게 한 아키하바라사건보다 더 많은 죽음을 보게 될 것이다.’ 일본에서 이 같은 섬뜩한 살인예고가 인터넷에서 알려지자 모든 이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행여 끔찍한 살인예고가 일본에서 현실화될지 숨을 죽이고 지켜봤다. 하지만 너무나도 다행스럽게 일본의 살인예고는 아무 일 없이 지나갔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게 시작됐다. 지난 6일 모사이트에는 세 사람이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살인예고의 글이 올라왔다. 시간과 장소도 분명히 알려왔다. 예고된 시간은 바로 지난 11일 저녁 9시였으며 장소는 신주쿠역 인근이었다.
이 때문에 일본 열도는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일본 현지 경찰은 살인예고 지역을 철저하게 경계했으며 다행히 살인이 예고됐던 그 시각에 불행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일본 지지 통신에 따르면 살인예고를 올린 범인은 중3의 남학생으로 경찰에 체포됐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인터넷 상에 올라온 살인예고에 세상이 화들짝 놀라고 큰 소동을 벌인 것에 대해 정말 이래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구심을 품기도 한다. 하지만 3달 전 이와 유사한 엽기적인 사건을 경험한 일본 사회로선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11월 9일 일본에서는 자살을 예고하고 이를 생중계하는 경악할만한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날 센다이시의 한 아파트에서 24세의 남성은 목을 매달아 자살하는 장면을 인터넷 방송 ‘유스트림’을 통해 실시간 중계했다. 이 남성은 채팅방 사람들에게 자신이 한 금융기관 종사자이며, 건강 문제로 휴직중이라면서 곧 자살할 것이라고 이틀 전 예고했으며 자신의 자살을 생중계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본 사람들은 대부분 그의 말을 믿지 않았으며, 농담 삼아 자살을 부추기기도 했는데 이 남자는 이날 자정에 실행에 옮겼다. 남자의 자살 장면을 본 네티즌들의 신고를 받고 경찰은 IP주소 등을 이용해 남자의 신원과 주소 등을 알아냈지만, 그의 집에 갔을 때 남자는 이미 싸늘한 시신으로 변한 뒤였다.
대체 이런 일들은 왜 생기는 것일까?
21세기 현대사회는 인터넷의 발달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 네트워크서비스로 인해 세상 사람들은 온라인상에서 하나의 촘촘한 그물망에 갇혀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쪽에서 파동이 일면 고스란히 다른 쪽으로 이어지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첨단 네트워크와 통신망으로 묶여 있다 보니 정보의 소통과 공유는 쉽게 이뤄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상을 놀랄만한 뉴스 또는 이슈가 만들어지면 그 파급력과 영향력은 실로 엄청나다. 이런 가운데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내재된 인정욕구가 나쁘게 발동하다보면 이를 이용한 각양각색의 사건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토양이기도 하다.
그야말로 첨단 인터넷 정보망 사회의 빛과 그림자가 아닐 수 없다. 정우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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