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슈 따라잡기] 만나이·연나이·한국나이, 하나로 통일되려나

  • Editor. 최문열
  • 입력 2022.01.19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 사회에는 세 가지의 나이가 혼재한다. 태어나면서 자동으로 먹는 한국나이(세는 나이)가 있고, 서류상에서 통용되는 만(滿)나이가 있다. 여기에 또 하나 보태진 게 연(年)나이다. 만나이는 ‘꽉 찬’ 나이 즉 태어난 이후 1년 365일을 다 채운 것을 전제로 헤아린 나이다. 연나이는 생일과 무관하게 태어난 해를 기준 삼아 헤아린 나이를 말한다.

이처럼 나이가 여러 종류로 갈려 있다 보니 대화 상대에게 나이를 말할 때 그냥 몇 살이라고 하면 상대는 혼란을 느끼기 마련이다. 번거롭더라도 ‘만 몇 살’이라든가 ‘한국나이로 몇살’이라 말해야 상대방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사진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사진 =연합뉴스]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한국나이는 특히 불합리한 측면이 강하다. 지난달 말에 태어난 아기도 한국 나이로 치면 19일 현재 두 살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직접 쓸 일은 없지만 나이를 나타내는 단어로는 ‘학령’(學齡)이란 것도 있다.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기준으로 삼은 나이가 학령이다. 태어난 연도가 서로 달라도 같은 해에 초등학교에 입학한 사람이라면 학령이 같다고 말한다.

우리와 달리 대부분의 외국인들은 나이에 대한 관념이 비교적 엄격하다. 만나이가 국제표준이기 때문이다. 만나이가 정착돼 있다 보니 상대방의 나이로 인한 혼선도 없다. 미국인들이 나이를 말할 때 종종 쓰는 표현 중 하나가 ‘almost’다. 예를 들어 만 20세를 몇 달 또는 며칠 앞둔 시점일 때라면 ‘almost twenty’(거의 스무 살)라고 말하곤 한다. 그냥 ‘twenty’라고 말하지 않는다.

나이를 둘러싼 혼선은 뜻하지 않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비약일 수 있지만, 입사 등의 자격 기준에 나이가 포함된 경우 ‘나이’에 대한 개념 차이는 법적 다툼을 일으킬 수도 있다. 형법상 촉법소년인지 아닌지, 선거법상 선거권자인지 아닌지를 가려줄 나이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다면 그로 인한 혼란도 꽤나 커지게 될 것이다.

이런 혼선들을 해결하겠다며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선거 후보가 나이를 만나이로 통일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윤 후보는 짤막한 영상을 통해 자신의 공약을 소개하는 ‘59초 쇼츠’의 열 번째 시리즈로 만나이로의 나이 기준 통일을 제시했다. 윤 후보는 “세 종류의 나이로 사회적 혼란과 법적 기준의 혼란이 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의힘 측 관계자는 “세금과 의료, 복지 등 국민들의 실생활과 관련된 분야에서 유의미한 기준이 되는 것은 만나이”라고 전제한 뒤 “만나이를 정착시켜 혼선을 없애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그러나 아직 세부 실행방안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번 다짐은 향후 만나이로의 통일을 공약으로 가다듬을 뜻을 밝혔다고 볼 수 있다

나이 통일을 이루는 데는 꽤나 끈질긴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워낙 오랜 세월 한국나이를 앞세워온 습관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서이다. 한국인들의 유별난 서열의식, 서열에 따른 존비어 사용 문화가 그 뿌리를 이루고 있다. 지금도 한국 사회에서 서열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출생연도다.

나이 통일을 이루려면 의식전환 외에 문제가 되는 법령들을 찾아내 일일이 개정 작업을 벌여야 하는 번거로움도 감수해야 한다. 이 역시 간단한 작업은 아닐 것으로 여겨진다.

오늘날 우리는 각종 법령이나 서류를 통해서는 대체로 만나이를 쓰고 있다. 하지만 만나이가 아닌 연나이를 기준으로 정해둔 법령도 있다. 청소년보호법과 병역법이 그에 해당한다. 청소년보호법 2조엔 ‘청소년이란 만 19세 미만인 사람을 말한다. 다만,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규정에 따라 주점 사장님들은 미성년자 출입을 저지하기 위해 젊은 손님들을 상대로 출생연도를 확인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올해의 경우 2003년생이면 출생월, 출생일에 관계없이 주점 출입이 가능하다.

병역법에서 말하는 나이도 연나이다. 동법 2조는 ‘이 법에서 병역의무의 이행시기를 연령으로 표시한 경우 “○○세부터”란 그 연령이 되는 해의 1월 1일부터를, “○○세까지”란 그 연령이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나이는 대개의 신문이나 방송들도 관행적으로 사용해왔다. 기사 속 인물의 나이를 표기할 때 당시 연도에서 출생연도를 뺀 뒤 그 숫자를 나이로 표기하는 방식을 취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연나이 또한 우리에겐 제법 익숙해져 있는 개념이 돼버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생활 속 나이를 정부가 단기간에 강제로 통일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만, 정치·경제·사회적으로 이해를 가를 여지가 있는 서류상의 나이 표기만큼은 통일된 기준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후보의 만나이로의 통일 공약도 그런 취지를 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발행인 최문열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