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슈 따라잡기] 윤핵관·이핵관 etc…'핵관' 논란의 전말

  • Editor. 최문열
  • 입력 2022.01.24 14: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정치권 인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말 중 하나가 ‘핵관’이다. ‘핵심 관계자’란 의미의 줄임말로서 이번 대통령선거전 이전까지는 잘 쓰이지 않던 용어다. 이명박 정부 당시의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도 종종 ‘핵관’으로 불리긴 했지만 지금처럼 이 표현이 일반화된 적은 없었다.

최근 들어 핵관은 ‘윤핵관’·‘이핵관’ 등처럼 특정 인사의 측근 인사를 말할 때 자주 쓰이는 용어로 자리잡았다. 핵관이란 말 속의 함의도 이전 것보다 훨씬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문자 그대로의 의미 외에 ‘호가호위’나 ‘비선’ 등의 부정적 이미지가 강하게 덧씌워진 것이라 할 수 있다. 윤핵관이나 이핵관이 ‘친윤’이나 ‘친이’와는 결이 다른 의미로 쓰이게 됐다는 뜻이다.

최근 윤핵관에 날선 비판을 가한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사진 = 연합뉴스]
최근 윤핵관에 날선 비판을 가한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사진 = 연합뉴스]

윤핵관의 개념에 대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익명의 인터뷰를 통해 당에 해가 되는 발언을 하는 인사라는 처음의 의미가 확장된 개념’이라는 취지의 설명을 한 바 있다. 그는 윤핵관의 새로운 의미로 ‘때로는 하극상을 행하거나 계선조직의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윤핵관의 존재를 부인하는 윤석열 후보의 인식을 비판하면서 한 언론 인터뷰 발언들이었지만 그의 설명은 신조어인 ‘윤핵관’의 개념을 비교적 정확히 정리해준 것으로 평가받을 만했다.

윤핵관은 모 인터넷 매체가 지난해 말경 ‘윤석열 후보의 핵심 관계자’를 인용해 거듭 단독 보도를 내보내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매체의 보도에서 윤핵관은 김종인씨 선거대책위원회 영입과 관련해 자극적인 발언을 쏟아내 논란을 야기했다. 예를 들어 선대위 가담 여부를 두고 힘겨루기를 하던 김종인씨를 향해 무조건 들어오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최후통첩” 등의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윤핵관이란 비아냥 섞인 표현은 여당 쪽 인사보다 오히려 국민의힘 내부 관계자들에 의해 더 많이 거론됐다. 윤핵관을 지칭해 공격적 대응을 한 대표적 인물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김종인 전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다.

김 전 위원장은 “주접을 떤다”라는 격한 표현까지 써가며 윤핵관을 비난했고, 이준석 대표도 윤핵관이란 단어를 공공연히 입에 올리며 그들에 대한 반감을 드러냈다. 특히 이준석 대표는 윤핵관을 뭉뚱그려 ‘이담모’(이준석을 담가버리려는 모임)로 칭하기도 했다.

이준석 후보는 선대위 내부 회의에서 공보단장을 맡고 있었던 조수진 의원과 설전을 벌이는 과정에서도 윤핵관이란 표현을 씀으로써 그들에 대한 반감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이 대표는 조 단장이 윤 후보의 의중을 전하는 발언을 하자 “공보단장은 윤핵관 기사나 잘 막으라”고 받아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엔 윤 후보와 당내 경선을 벌였던 홍준표 의원도 윤핵관이란 말을 거론하며 그들과 각을 세웠다. 홍 의원은 당내 원팀 구성과 관련한 잡음 속에 자신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자 “윤핵관들이 준동해 차라리 출당이나 시켜주면 편할 건데, 내 발로는 못 나가겠다”고 했다. 그는 또 “이준석 대표가 윤핵관 문제를 제기할 때 설마 했는데 당해 보니 참 음흉한 사람들”이란 표현을 SNS에 올렸다.

평론가 등 관전자들 중에서도 윤핵관들이 윤석열 후보의 이름을 팔아 정치적 목적으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는 것과 함께 윤핵관의 정체에 대한 소문도 무성하게 퍼져나갔다.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당내 전·현직 의원들이 여럿 거론됐다. 하지만 그때그때의 윤핵관이 누구였는지를 밝히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었다. 해당 매체가 취재원 보호를 앞세워 실명을 확인해줄 리 없기 때문이다.

핵관 논란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불거졌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재명 후보 핵심 관계자를 의미하는 ‘이핵관’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봉이 김선달’ 표현으로 불교계를 자극해 물의를 일으킨 정청래 의원이 ‘이핵관이 찾아와 자신에게 탈당을 권유했다’는 요지의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이 일은 민주당 내부의 친문(친 문재인)-친이(친 이재명) 간 내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비쳐졌다. 해석하기 따라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금씩 각을 세워가고 있는 이재명 후보의 측근들이 강성 친문인 자신을 당에서 내치려 한다는 메시지를 은연중 전했다고 볼 수 있다. 정 의원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로 있을 때부터 ‘친문 호위무사’로 알려진 인사다.

‘핵심 관계자’나 ‘소식통’ 등은 언론이 취재원의 요청에 따라 익명성을 보장하려 할 때 쓰는 전통적 표현 방식이다. 그러다 보니 과거엔 정보기관 등이 간혹 특정 언론에 슬쩍 정보를 흘려 정치적 분위기를 목표한 방향으로 몰아가는데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이 표현은 당내 세력 다툼의 상징이자 상대방 공격 수단으로 사용되면서 새로운 의미로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여야를 막론하고 당 내 갈등과 대립이 심화될수록 ‘○핵관’이란 표현은 더욱 자주 정치인들의 입에 오르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발행인 최문열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