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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따라잡기] 다시 등장한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

  • Editor. 최문열 기자
  • 입력 2022.02.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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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는 대통령선거 후보의 공약이 5년 만에 다시 등장했다. 현실 여건상 실행되지 못한 공약이 다시 등장하자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반응을 보였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광화문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하겠다고 처음 공약한 때는 지난달 말이었다. 이때만 해도 세간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 공약 역시 공약(空約)이 되고 말 것이란 생각들이 많았던 탓이다.

저의를 의심하는 눈초리들도 있었다. 더불어민주당 측이나 '반윤(反尹)' 유권자들은 윤 후보가 배우자 리스크를 덮을 요량으로 해당 공약을 제시했다고 공격했다. 당시엔 윤 후보 부인 김건희 씨의 통화녹취록 파문이 세상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녹취록 중엔 김건희 씨가 향후 청와대에 들어갈 경우 경내에 있는 영빈관을 옮기겠다는 뜻을 밝히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그러잖아도 무속 논란에 휩싸여 있던 김씨가 이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지자 여당은 호재를 만났다는 듯 반색했다. 윤 후보가 당선될 경우 국정 운영을 점술가 등에게 의존해 행하는 일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게 민주당 측 주장이었다.

청와대 전경 [사진=연합뉴스]
청와대 전경 [사진=연합뉴스]

민주당은 대통령 부인이 국정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을 지적하기보다 과장되게 무속 프레임을 씌우는데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본말이 전도된 비판일망정 그게 선거 전략 상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김씨의 해당 발언은 오래전부터 청와대 터가 안 좋다는 속설과 맞물리면서 파장을 키워갔다. 청와대 터에 관한 속설은 전직 대통령들이 줄줄이 불행한 말로를 겪은 일과 연관돼 있다. 불행은 초대 대통령이 불명예스럽게 하야한 뒤 경무대(지금의 청와대)를 떠난 이래 예외 없이 반복됐다. 비운에 간 박정희·노무현 전 대통령, 아들 구속을 경험한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이런저런 이유로 한동안 영어의 몸이 됐거나 돼 있는 전두환·노태우·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이런 맥락으로 인해 김씨의 영빈관 관련 발언은 무속 논란을 키우는 불쏘시개가 되고 말았다. 윤석열 후보로서는 난감한 상황을 만난 것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은 그런 상황에서 처음 발신됐다. 의도가 무엇이었든지 간에 이 공약은 김건희씨의 영빈관 발언을 잠재우는 효과를 나타내주었다.

저의가 무엇이었는지 여부를 떠나 광화문 대통령 시대 개막 약속은 그 자체로 세간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 복잡한 국정철학이나 정책들과 달리 사안 자체가 단순명료하면서도 감성적으로는 큰 소구 효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 공약을 제시하면서 “퇴근 후 시장에 들러 넥타이 풀고 국민들과 소주 한잔 나누는 소탈하고 친구 같은 대통령, 문재인이 꿈꿔온 대통령의 모습이다”라고 약속했다. 이에 많은 유권자들은 소탈한 대통령의 모습을 연상하며 환호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개념적으로 단순한 이슈일 뿐 대통령 집무실 이전 공약은 그리 간단한 사안이 아니었다. 문 대통령이 이 공약을 철회한 것도 사안의 복잡성을 짐작하게 해준다. 더구나 윤 후보의 공약은 문 대통령의 그것보다 한 발 더 나아가 있다. 사실상 청와대를 폐지하겠다는 게 윤 후보의 공약 내용이다.

윤 후보는 지난 1월 ‘윤석열의 국정운영 계획’을 발표하면서 “대통령실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 구축하고 청와대는 국민들께 돌려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제가 대통령이 되면 기존의 청와대는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후에도 윤 후보는 자신이 당선될 경우 자신은 물론 참모들 모두가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윤 후보의 이런 의지는 1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국민의힘 10대 공약 초안에 그대로 담겼다.

초안에 따르면 윤 후보는 “기존의 대통령실은 부처 위에 군림하며 권력을 독점하거나 국가적 위기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미래 준비에 소홀했다”고 주장했다. 윤 후보는 전부터 대통령 집무실 위치와 지금의 청와대 구조가 권위주의를 상징한다고 주장해왔다. 따라서 자신이 당선되면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방식의 국정운영을 펼치겠다고 밝히곤 했다.

윤 후보는 당선시 집권 첫날을 광화문 정부청사에서 맞이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의 청와대 부지에 대해서는 여론과 전문가 의견 등을 수렴해 활용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이 같은 구상은 필히 청와대 구조 개편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청와대 기구를 대폭 축소해 최소한의 참모진을 꾸리고, 그들 참모진과 민관합동위원회가 결합한 형태로 대통령실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윤 후보 측 구상의 대강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 계획’에 기술돼 있는 △대통령실을 공무원과 민간인재들이 함께 일하는 곳으로 만들고 △대통령이 중심을 잡고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되 △총리와 장관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더욱 키워 △제왕적 대통령을 없애겠다는 것 등과 맥을 같이한다.

대통령실 축소 구상은 향후 ‘작은 정부’를 추구하려는 의지의 일부인 듯 보인다. 윤 후보 측은 국정운영 계획을 통해 ‘정부는 정부만이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는 체계로 변모시키겠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윤 후보가 실제로 대통령에 당선되고 자신의 구상을 실행에 옮길 경우 개념적 의미의 청와대라는 말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이 커진다. 대신 대통령실이란 이름이 일반화되면서 그 규모도 크게 줄어들 것이 확실시된다.

현재 청와대는 3실(비서실·정책실·국가안보실), 8수석(비서실 5수석, 정책실 3수석), 2차장(국가안보실), 그리고 경호처 등으로 구성돼 있다.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청와대 전체 인원은 약 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것이 경호처 직원으로 그 수는 500~600명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윤 후보의 구상대로라면 그의 당선시 일단 경호처를 제외한 대통령실 근무자 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 이전이 실현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어 있다. 앞선 사례를 통해 집무실 이전이 얼마나 힘든지를 일반인들도 대강이나마 이해하게 됐다. 널리 알려진 난제만 해도 한둘이 아니다.

당장 거론되는 것이 경호 문제다. 대통령 집무실을 정부서울청사에 차리려면 청사 전체의 창문을 방탄유리로 바꾸고, 청사 경비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외곽 경호가 신변을 중심으로 일정한 반경 안에서 이뤄지다 보면 그 불편이 광화문 일대에 상주하거나 그곳을 오가는 시민들에게 광범위하게 미친다는 점도 난제로 꼽힌다.

미국과 일본 대사관이 정부서울청사와 너무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근접거리일수록 무선 도·감청 등의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게 논란의 핵심이다.

발행인 최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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