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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 비트코인 광풍, '떡상'과 '떡락' 사이에서(下)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3.03 08: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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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돈을 잃으면 아주 조금 잃는 것이다. 명예와 사람을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다. 건강을 잃으면 몽땅 잃는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주식과 비트코인이 아이러니하게 돈을 뺏고 있다면 낙담과 좌절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지난해 직장인 1855명을 대상으로 한 취업포털 사람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40.4%가 가상화폐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고, 그 중 52.5%가 손실을 봤다고 답했다. 번 사람도 많이 번 것은 아니다. 수익을 낸 직장인 71.6%가 500만원 미만의 수익을 내는데 만족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자살하면 그만이야!

빚을 내서 투자하는 사례도 늘었다. 지난해 자본시장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가 신규 주식 투자자의 절반이 넘는 53.4%를 차지했다. 문제는 이들의 신용대출은 가상자산 가격에 따라 움직였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2020년 3분기 말 기준 20·30대 청년층 가계대출은 409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 증가했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율(7%)을 넘는 수치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역시 89조원으로 15.6%나 늘었다. 급증한 부채가 금리인상과 함께 청년층에게 이자 폭탄으로 돌아오고 있는 모양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IN에 ‘코인 개인회생’이라는 검색어를 넣으면 수많은 결과가 뜬다. 주식 용어 중 하나인 손절매란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했는데 자신의 예상과 달리 주가가 내려갈 때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해당 주식을 매도하는 것을 말한다.

직장과 인간관계서도 투자하다 손절하는 것은 익숙한 광경이 됐다.

지난해 주식으로 300만원가량 손해를 본 E(26)씨 역시 “대학 선배 추천으로 미국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했다. 주가가 뛰는 것을 보니 성공이라 생각했다"며 "하지만 얼마 안 돼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사람들이 주식과 비트코인으로 인해 주변인들과 왜 손절하는지 알게 됐다. 물론 책임은 내가 지지만 당연히 연락을 꺼리게 된다”고 손절 경험을 밝혔다.

돈과 사람을 모두 잃은 이에게 남은 희망은 없다. 2019년 기준 20·30대 자살 사망자 수는 3220명으로 전체 자살 사망자 수인 1만3018명의 23%를 차지했다. 그 중 30대 남성의 경우엔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지금의 20·30대들은 불안정한 고용으로 인해 여윳돈이 아닌 전 재산을 털어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이로 인해 심리적 불안감이 심화되고 경제적으로 더 취약해지고 있다.”

주식과 비트코인 투자가 도리어 20·30세대 삶의 의지를 꺾는 하나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황태연 한국생명존중희망 재단 이사장의 날카로운 세태 지적이다.

‘응 폭락해봐 X신아. 자살하면 그만이야’

최근 주식과 비트코인 온라인 커뮤니티서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밈(meme)이다.

마치 ‘더 떨어져 봐라. 나는 믿는 구석이 있다’는 느낌의 제목으로 ‘어그로(스킬 또는 행동 등을 사용해 주의를 끄는 것)’를 끌었지만 글 본문엔 광기 어린 피에로 모습과 자살해버리면 그만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폭락장 속에서 극단적인 상황에 닥친 사람들이 인지 부조화에 빠져 미쳐가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주식과 비트코인이 하락장을 치는 날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서울 시내 한강 다리 중 투신자살률 1위 불명예를 가진 마포대교가 또 한 번 소환되곤 한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4월 비트코인 시세 폭락으로 신변을 비관하는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올라오자 1시간마다 순찰을 하라는 강화지시가 내려왔다고 밝히기도 했다.

얼마 전 주식과 비트코인 등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본 20대 회사원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비단 국내뿐만의 문제는 아니다.

알렉스 컨스 자살 사건은 미국 사회를 큰 충격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알렉스 컨스는 주식중개 앱 로빈후드 유저였다. 10대부터 로빈후드를 통해 주식 거래를 했는데 2020년 73만 달러 손실을 기록하자 달리는 열차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실 컨스는 옵션 계약을 사는데 들어간 돈만 손해를 보면 되는 것이었지만 초보 투자자로 이를 인지하지 못했다. 또 로빈후드도 무턱대고 73만달러 손실을 기록했다고 통보함으로써 어린 대학생을 비극으로 몰고 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발표한 지난해 주식 상담 비중 [사진=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제공]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발표한 지난해 주식 상담 비중 [사진=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제공]

주식·비트코인은 20·30세대의 ‘합법 마약’

이런 'X같은 상황'이 현실이라면 우리 젊은이들이 인생을 한순간에 파멸로 이끌 수 있는 주식과 비트코인을 왜 하게 되는 것일까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

사실 목돈 모으기가 어려운 현실이다. 과거만 하더라도 근로 소득만으로 충분히 가정을 꾸리고 사는데 비교적 큰 문제가 없었다. 현재 20·30세대의 부모 세대가 경제 활동을 활발히 할 시기인 1980년대 기업별 대학졸업자 초임·수당 지급표를 참고하면 대기업 대졸 초임은 평균적으로 30만원이었다. 서울 아파트 한 채가 1200만원 안팎이었다는 것을 놓고 보면 평균 월급 50만원을 받는 과장급이 한 푼도 안 쓰고 모을 경우 2년 정도면 집은 뚝딱 살 수 있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재테크는 필수가 아닌 선택에 가깝다고 어른세대들은 말한다.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어떤가. 양질의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는데다 지속적인 돈벌이마저 여의치 않다. 구직난을 어떻게든 뚫고 일을 한다하더라도 근로 소득으론 의식주를 확실하게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20·30세대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은행 예적금으로 저축하겠다는 사람은 바보로 여겨질 정도다. 요즘 일반 적금 금리는 보통 연 1~2%대에 불과하다. 달마다 10만원 씩 차곡차곡 모아도 12개월 후 세전 이자는 1만3000원밖에 찍히지 않는다. 자녀의 출생 기념으로 1만원을 신탁하면 만 25세 때 377만5000원을 받을 수 있다는 1971년 한국신탁은행 광고를 보고 있노라면 완전 딴 세상 이야기다.

부동산 사다리는 부서진 것도 모자라 완전히 불 타 버렸다. 2019년 9억원 초과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12·16대책, 2020년 다주택자 보유세와 양도세, 취득세 등 세제 강화 내용을 담은 7·10대책, 지난해 집값이 큰 폭으로 떨어질 수 있으니 사지 말라는 26번째 부동산 대책까지 대부분 규제 정책은 규제 대상이 아닌 무주택자와 세입자를 옥죄고 있는 형국이다. 뒤늦게 출발한 20·30세대는 기존 부동산 시장마저 진입하기 어렵다.

결국 답은 주식과 비트코인으로 수렴한다. 다른 재테크 수단보다 제재가 무르다는 점 역시 청년층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분산 출자를 바탕으로 성립한 회사의 자본을 이루는 단위인 주식과 블록체인 기능을 해야 할 비트코인은 본질과 한참 멀어졌다. 이러한 현실 속에 투기판 사각 지대는 더욱 넓어지는 추세다. 향후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상황은 아닌 것이 분명하다. 심지어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 문제로 상담을 받은 사람만 1627명으로 집계될 정도로 주식, 비트코인 중독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하지만 마약 같은 주식과 비트코인에서 발을 뺄 수 없는 20·30세대의 딜레마가 단단히 자리 잡고 있다. 본인 밥그릇을 지켜야 하는 시대에서 비교적 약한 청년층이 힘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밥그릇을 빼앗기다 보니 벌어진 현상과 맞물려 있다.

‘떨어져라. 난 주워 담는다. 또 떨어지면 더 주워 담는다. 내 생에 오늘이 가장 가난한 날이 되길 바란다.’

‘예측불가’ 미래와 ‘끝없는’ 바닥 사이에서 젊은 세대는 오늘도 힘차게 ‘가즈아!’를 외칠 뿐이다.

◇ 글쓴이는? - 사회에 발을 막 내딛은 20대 후반 남성이다. 주변에서 주식 추천이 슬슬 들어온다. 귀를 쫑긋 세우며 당장이라도 따라갈 것 같은 스탠스를 취해보지만, ‘쫄보’ 기질을 가진 탓에 꼭 투자 직전 마음을 접곤 한다. 시간이 지나면 지인들로부터 “나 망했다”며 연락이 온다. 상대를 위로하는 동시에 오늘도 목숨 지켰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 취재 후기 – 주식, 비트코인 광풍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 본다. 몇몇 설문조사와 연구에서도 청년층의 투자 참여가 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주변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니 한 번 빠지면 나오기 힘든 구조라는 것도 알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지금의 주식과 비트코인 유행은 40·50세대가 판을 깔아놓고, 20·30세대가 뒤늦게 뛰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 주식과 비트코인이 끊을 수 없는 마약이라면 자신에게 적절한 투자로 수익을 창출 혹은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가장 적절한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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