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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따라잡기] 키예프→키이우, 크림→크름…정부, 표기변경 검토중

  • Editor. 최문열
  • 입력 2022.03.0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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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지명 표기를 현지음에 맞게 변경하는 문제가 정부 차원에서 검토되고 있다. 외래어 표기의 표준을 결정하는 국립국어원도 내부 심의를 거쳐 새로운 지명 표기를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검토되는 대상은 우크라이나의 수도명 ‘키예프’다. 지난달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현지 지명이 언론에 자주 오르내리자 국내 학계에서는 지명 표기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우크라이나식 발음이 아니라 러시아식 발음으로 우크라이나 지명을 표기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 문제 제기의 골자였다. 일례로 ‘키예프’는 러시아식 발음이어서 현지 우크라이나인들의 발음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폐허가 된 거리를 둘러보는 우크라이나 주민들. [사진 = 연합뉴스]
폐허가 된 거리를 둘러보는 우크라이나 주민들. [사진 = 연합뉴스]

한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관도 표기의 변경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키예프’란 이름 대신 현지음에 맞게 ‘키이우’(크이우)로 표기를 해달라는 게 대사관 측 요구였다. 대사관은 우크라이나 남쪽의 ‘크림’반도 표기도 ‘크름’반도로 바꿔 표기해줄 것을 요구했다. 우크라이나의 영토였던 크름반도는 2014년 러시아에 강제합병됐지만 우크라이나는 이곳이 여전히 자국 영토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 역시 이 지역을 우크라이나 영토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 크름반도는 현재 분쟁지역으로 남아 있다.

정부는 제반 상황과 우크라이나 정부 측 의견 등을 고려해 지명 표기를 바꾸겠다는 입장이다. 외교부가 유력하게 검토하는 방안은 우크라이나어 발음 표기와 기존 표기를 병기하는 것이다. 이 방식대로 하면 ‘키예프’는 ‘키이우(키예프)’로 바뀐다. 같은 방식으로 하자면 ‘크림반도’는 ‘크름(크림)반도’로 바꿔 표기하게 된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은 당분간은 기존 표기를 쓰면서 부차적으로 우크라이나식 발음 표기를 괄호속에 병기하자는 입장을 정부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키예프’의 경우 정부의 ‘키이우(키예프)’ 방안 대신 ‘키예프(키이우)’를 사용토록 하자는 것이다. 아직은 기존 표기를 폐기하지 않았다는 게 그같은 제안의 이유다.

국립국어원은 향후 관련 지명들에 대해 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에서 새로운 결정이 내려지면 그때부터 표기 방식을 공식 변경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가 되면 정부도 병기식 임시표기를 버리고 국어원의 새 표기방식을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이같은 움직임은 러시아의 부당한 침공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연대성을 표시하는 동시에 현지인들의 정서를 고려한다는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나 국립국어원의 공식 결정에 한 발 앞서 국내의 다수 언론매체들은 현지인들의 정서를 고려하면서 우크라이나를 응원한다는 의미에서 ‘키이우’, ‘크름’ 등의 표기를 쓰고 있다.

앞서 주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자국의 지명 표기를 러시아식이 아닌 자국 방식으로 바꿔달라는 입장을 공개한 바 있다. 대사관 측은 “우크라이나 여러 지역의 지명이 침략국인 러시아의 발음으로 한국에서 표기되고 있다는 사실은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커다란 상처와 아픔이 되어왔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크라이나 지명을 우크라이나식 발음으로 표기해줄 것을 간청한다”고 밝혔다.

국가의 요청에 의해 표기가 바뀐 기존 사례로는 ‘조지아’가 있다. ‘조지아’는 소련 시절, 그리고 소련이 붕괴한 뒤 독립국가연합(CIS)으로 탈바꿈한 뒤에도 한동안 ‘그루지야’로 불렸던 나라다. 하지만 이 나라는 CIS 탈퇴와 독립을 선언하면서 국제사회에 영어식인 ‘조지아’ 표기를 요청했고, 국내 언론이나 기관들도 대체로 그 요청을 수용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은 외래어 표기의 대원칙 중 하나로 ‘현지음 표기’를 채택하고 있다. 그에 따라 과거 영어식으로 불리던 많은 지명들이 현지음에 가까운 발음으로 표기되고 있다. 이탤리→이탈리아, 롬→로마, 패리스→파리, 발틱해→발트해, 비엔나→빈 등등의 표기 사례가 그에 해당한다.

그 나라의 요구가 있었지만 표기 원칙이 완전히 바뀌지 않은 사례도 있다. 미얀마(버마)가 그에 해당한다. 미얀마 정부가 국호를 ‘버마’에서 ‘미얀마’로 바꾼지 오래 됐지만 서방 일부 국가에서는 정치적 이유로 아직도 ‘버마’라는 명칭을 쓰고 있다. 이 나라 민주화의 상징으로 명성이 높은 아웅산 수 치가 군사정권의 국호 변경을 거부한 것과 궤를 같이하는 행위다.

사람 이름도 본인의 요청에 따라 달리 표기했던 사례가 있다. 2002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일군 거스 히딩크 감독이 대표적 인물이다. 그의 이름 ‘Guus’는 현지음 발음에 가깝게 표기하자면 ‘후스’가 되지만 ‘거스’, ‘구스’, ‘후스’ 등으로 사람마다 다르게 호칭됐다. 그러나 본인이 ‘거스’ 표기를 희망함에 따라 국내 언론 등은 ‘거스 히딩크’로 통일해 표기하고 있다.

발행인 최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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