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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한 달, 무엇이 바뀌었나?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3.2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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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적어도 서방 언론을 통해 접하는 소식에 의하면, 러시아 경제는 그동안 전 세계적인 규제로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서방국가들은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고위관료, 재벌의 재산을 압류하고, 러시아 항공기의 자국 영공 통과를 금지했다. 미국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까지 금지했으며, 지금껏 소극적이었던 유럽연합(EU) 역시 해당 안건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1년 EU의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량은 총 1550억㎥로, EU 전체 가스 수입량의 45%, 전체 가스 소비량의 40%를 차지한다. 또 지난 8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 성명에서 확인할 수 있듯, EU 전체 석유 수입의 25%, 석탄 수입의 45%가 러시아산이다.

이에 IEA는 러시아에 대한 EU의 에너지 의존도가 지나치다고 판단, 이를 줄이기 위한 10가지 권고안을 지난 3일 제시했다. 러시아가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에너지 공급을 중단할 경우, EU 회원국이 겪게 될 에너지 안보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제시된 방안 중에는 △러시아와 신규 가스공급계약 체결 중단 △1년 내 300억㎥ 규모의 러시아 가스 대체 에너지원 확보 △최소 가스 비축 의무화 △풍력 및 태양광 에너지 프로젝트 구축 가속화 △바이오 및 원자력 에너지 발전 극대화 등이 포함됐다.

IEA는 권고안이 제대로 이행될 경우, EU의 러시아 가스 의존도가 1년 내 3분의 1 이상 감소하고 청정에너지로의 전환도 가속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EU 역시 IEA가 제시한 10가지 권고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드스트림2 가스관 건설 현장 모습 [사진=타스/연합뉴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노드스트림2 가스관 건설 현장 모습 [사진=타스/연합뉴스]

EU가 해당 권고안의 일부라도 따를 경우, 러시아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외교부가 발표한 ‘2020년 러시아 교역 동향’에 따르면, 2020년 러시아의 주요 수출품은 광물성 연료로 전체 수출품 비중의 49.6%를 차지했다. 관세법령정보포털에서 제공하는 HS코드에 근거, 광물성연료(HS코드 27)에는 석탄, 석유, 가스 등이 포함된다.

광물성 연료가 러시아 수출품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사실은 러시아가 에너지자원 의존형 국가라는 뜻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지난해 8월 발표한 ‘러시아 산업 개관’에서도 석유 및 가스 산업이 2020년 기준 러시아 재정수입의 31.9%, 국내총생산(GDP)의 9.4%를 차지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미국이 대(對)러시아 제재 수단의 하나로 이달 8일부터 러시아산 석유, 석탄, 천연가스의 수입을 금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석유제품 역시 수입 금지 품목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의 지난 22일 발표에 따르면, 2021년 미국 전체 석유 관련 수입 중 러시아로부터의 수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8%에 불과했다. 더구나 이중 원유 수입은 3%였으며, 20%가 석유제품이었다.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러시아산 석유 품목 수입 금지 조치가 미국 경제에 큰 타격을 주지는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게다가 이달 21일 미국 전미실물경제협회 콘퍼런스에서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언급했듯, 현재 러시아의 침공사태로 촉발된 원유 가격 급등은 오히려 원유 시추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미국을 포함한 산유국에 혜택으로 돌아감으로써 미국 경제의 생산성에 주는 부담이 1970년대 오일쇼크 당시보다 훨씬 덜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IEA의 권고안에 따라 EU마저 미국의 대러시아 에너지 수입 금지 정책에 동참할 경우, 가장 어려움을 겪는 건 에너지자원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지닌 러시아가 될 게 분명하다.

그러나 대러시아 제재 중 가장 강력한 조치는 단연 금융제재다.

일찍이 미국과 동맹국들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보유고를 동결하고 국제 금융거래 결제망인 스위프트(SWIFT, 국제은행간통신협의회)에서 러시아를 퇴출했다. 또 러시아 중앙은행과 국부펀드(RDIF), 정부기관, 국영기업, 주요 은행과의 거래를 금지했으며, 개인의 예금·증권 거래도 제한했다.

금융제재의 직격탄을 맞은 러시아 금융시장은 곳곳에서 붕괴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폭락한 후로 좀체 반등하지 못하고 있으며, 시민들은 달러나 유로 등 외화를 인출하기 위해 은행 앞에 줄을 섰다. 다국적 기업들도 속속 러시아로부터 철수 선언을 하며 사업을 중단했다.

24일 푸틴 대통령이 유럽 등 비우호 국가에 천연가스 판매 시 대금을 유로나 달러가 아닌 러시아 루블화로만 받겠다고 밝히고 나서야 루블화 가치가 8% 이상 반등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러시아산 가스 수입 금지 조치를 내린 상황이고, EU도 이 같은 조치를 검토 중이다.

러시아를 상징하는 루블화와 가스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를 상징하는 루블화와 가스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모스크바 증권거래소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증시가 40% 가까이 폭락하자 나흘 뒤 폐장에 들어가 이달 21일에 와서야 부분적으로 재개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모스크바 증권거래소가 출범한 이래 최장기간의 휴장 기록이다.

러시아의 부도 우려도 연일 뉴스 메인을 장식하는 단골 소재가 됐다. 스탠다드앤푸어스, 무디스, 피치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러시아 신용등급을 일제히 투자 부적격등급(투기등급)으로 강등하며 러시아의 채무불이행 위험을 경고한 이래, 실제로 러시아는 외화 표시 채권의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러시아의 달러 표시 국채 중 이자 7억3000만달러(8900억원)가 이달 중 지급일이 도래하며, 다음달에는 원금 20억달러(2조4000억원), 이자 1억3000만달러(1580억원)의 상환일이 도래한다. 알리안츠, 블랙록, 캐피털그룹 등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를 비롯해 글로벌 국부펀드들도 러시아 달러 표시 국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지며 사태의 심각성이 커지는 분위기다.

문제는 러시아가 원리금을 상환할 돈이 없다는 데 있지 않다. 러시아로서는 정작 상환하고 싶어도 상환하기가 어렵다는 데 진짜 문제가 있다. 국제적인 금융제재로 해외로의 송금이 매우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재무부 지침에는 미국인은 오는 5월 25일 0시 1분까지 러시아 중앙은행·국부펀드·재무부의 채권이나 자본에 대한 이자, 배당 또는 만기 도래의 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전방위적인 금융제재가 가해지는 와중에도 러시아 자산에 투자한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예외 조항을 둔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예외 조항은 앞으로 2개월 동안만 유효할 뿐이다. 그 이후에 예외 조항을 적용받기 위해서는 특정 면허가 필요하다. 또 설령 러시아가 국채 이자를 상환하더라도 각종 제재로 투자자의 반출이 불가할 경우, 기술적인 채무불이행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자본시장부장은 업다운뉴스와의 통화에서 "스위프트 퇴출 등 국제적인 금융제재로 현재 러시아는 국제 금융거래가 매우 제한적"이라며, "러시아의 외환보유고 또한 상당액이 서방국가 은행에 예치돼 있는데, 자산동결 조치로 인해 가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 결제를 위해 중국 등으로 우회하는 경로가 있긴 하나, 절차가 번거로울 뿐 아니라 중국 정부 역시 국제사회에 낙인이 찍혀 세컨더리 보이콧의 대상이 될 것을 꺼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연일 경고성 발언을 쏟아내는 미국 정부의 행동도 눈여겨볼 만하다. 미국은 이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되기 이전부터 군사 첩보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해왔다. 이는 이전까지 미국이 취하던 전략과는 사뭇 다른 노선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이러한 일련의 즉각적인 정보 공개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미국이 취한 가장 공격적인 정보 공개에 해당한다. 그리고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방어를 위해 미군을 직접 파견하지 않기로 한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현재로서는 전쟁이 격화되는 걸 막기 위한 최선의 전략일 수 있다.

러시아 정부의 움직임에 앞서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여러 효과를 동시에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다. 러시아를 혼란스럽게 하고, 침략을 지연시키며, 외교를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벌기 위함이거나,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침공으로 인한 정치적·경제적·인적 비용을 재고할 기회를 주는 것일 수도 있다.

나아가 러시아가 거짓 정보와 선전을 통해 침략을 정당화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듦으로써 국제사회에서 그 위상을 깎아내리고, 향후 미국과 동맹국이 러시아에 보다 강경한 대응을 취할 때 국제사회로부터 더 쉽게 지지를 얻기 위함일 수도 있다.

다만 미국의 의도가 무엇이건 간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러한 공격적인 정보 공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되기 몇 주 전 “러시아의 전면 침공 가능성과 관련해 너무 많은 정보가 유포되고 있다”면서 “지나친 정보가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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