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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러시아 석탄 금수로 에너지 첫 제재...금기 깬 '양날의 칼'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4.08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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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우크라이나가 홀로 러시아에 맞서 싸우는 동안 우리는 그들에게 10억유로를 주며 도왔다. 이 전쟁기간 중 우리가 푸틴(러시아 대통령)에게 준 에너지 수입금의 하루치에 불과하다.”

유럽연합(EU)의 외교 수장인 호세프 보렐 외교안보정책 고위 대표가 러시아의 우크라나 침공 42일째인 지난 6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서 EU 27개국이 "이번 전쟁 중 러시아 연료를 사기 위해 갖다바친 돈이 350억유로(46조원)에 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EU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이 러시아 석탄 수입을 중지하는 안을 제안한 지 하루 만에 EU도 러시아 에너지 제재에 동참해야 한다는 취지의 촉구 발언이었다.

연합뉴스와 AP,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과 G7(주요 7개국)이 추가 제재를 내놓는 사이 EU는 첫 회원국 대사 회의에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지만 하루 뒤인  7일 러시아 석탄 금수를 골자로 하는 대(對)러시아 5번째 제재안에 전격 합의했다.

독일 시민활동가들이 지난 4일 러시아산 에너지 금지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은 '살인자들을 위한 돈은 없다. 석유와 가스 거래를 중단하라(NO MONEY FOR MURDERERS, STOP THE OIL AND GAS TRADE)'는 구호를 프랑크푸르트의 러시아 영사관 건물 벽면에 붉은색 조명으로 비추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독일 시민활동가들이 지난 4일 러시아산 에너지 금지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담은 '살인자들을 위한 돈은 없다. 석유와 가스 거래를 중단하라(NO MONEY FOR MURDERERS, STOP THE OIL AND GAS TRADE)'는 구호를 프랑크푸르트의 러시아 영사관 건물 벽면에 붉은색 조명으로 비추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마침내 러시아 에너지를 겨냥한 EU의 첫 제재가 현실화된 것이다. EU가 주저하던 '양날의 칼'을 꺼내들면서 이미 원유, 가스 등 러시아 에너지 수입에 빗장을 건 미국과 쌍끌이로 러시아를 실질적으로 압박하는 길을 열었다.

미국과 달리 러시아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EU가 그간 네 차례 내놓은 제재는 대부분 금융 부문에 집중됐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인 학살 의혹이 국제적으로 확산되면서 공분을 부르자 러시아에 타격이 큰 에너지를 직접 겨냥해야 한다는 명분에 더 이상 미온적으로 버틸 수 없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원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대금이 러시아 정부 재정의 36%가량을 차지하는 자금원인 만큼 유럽도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동유럽 전쟁 사태를 조기에 종식하기 위한 에너지 제재의 첫 카드를 꺼낸 것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0년 기준 호주,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3위 석탄 수출국이다.

에너지 소비의 60%를 천연가스, 석유, 석탄 등의 화석에너지에 의존하고 있는 EU는 세 분야 모두 러시아산 의존도가 가장 높다. 지난해 기준으로 EU는 석유의 97%를 수입에 의존했는데, 그중 러시아산이 27%를 차지했다. 90%를 수입하는 천연가스의 러시아 의존도는 45%다. 석탄의 경우 70%를 수입하면서 러시아에선 46%를 들여왔다.

연간 40억유로 규모로 수입하는 러시아 석탄의 금수 조치는 EU 회원국들이 대체 공급처를 찾을 수 있도록 120일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8월 초 발효된다.

다만, 러시아 석유와 천연가스 금수는 회원국 간 이견으로 합의가 불발됐다. EU는 더 광범위한 제재에 대해 계속 논의중이라고 밝힌 만큼 우크라이나 전황과 장기화 전망에 따라 석유, 가스 분야의 제재는 추후 테이블에 올라 논의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러시아 에너지 제재 카드가 부메랑으로 돌아와 유럽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EU의 적극적인 행동을 머뭇거리게 한 측면이 크다. EU 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우 가스의 55%, 석유와 석탄의 40%를 러시아산에 의존하는 만큼 에너지 제재에서만큼은 ‘신중론’을 주도해왔다.

하지만 독일은 G7 의장국으로서 역할이 커지면서 EU 차원의 에너지 제재 전환에도 힘을 보탠 것으로 보인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기자회견을 통해 러시아 석탄 금수 시행까지 남은 넉 달 기간의 유용한 활용을 강조한 것으로 볼 때 유예기간과 최종합의를 바꾼 것으로 분석된다.

G7은 이날 성명을 통해 "에너지 등 러시아 경제 주요 부문에 대한 새로운 투자를 금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또한 러시아를 향한 수출 금지와 은행, 국경기업에 대한 제재도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러시아 석탄은 단계적 폐기를 거쳐 결국 금지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은 EU를 포함한 서방의 공조대응이 굳건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울러 이날 미국이 러시아 전체 자산의 3분의 1을 보유한 두 은행을 차단하고 신규 투자도 금지시키는 5번째 독자 제재안을 발표한 것과 보조를 맞춘 것이다.

EU가 러시아 에너지 제재에서 가장 수입금액 비중이 작은 석탄 분야에 첫 손을 댄 것은 EU의 반사 피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전쟁 조기 종식을 압박하는 명분을 확보할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이다.

화물 기차에 실린 러시아산 석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화물 기차에 실린 러시아산 석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기준 EU의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금액은 총 990억유로로 석탄 비중은 4% 수준으로 그치고, 또 새로 맺은 계약에만 이번 조치가 적용되는 만큼 실효성 면에서 제재 효과가 떨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양날의 칼’이라는 부담에도 에너지 빗장을 처음으로 건 27개 회원국 합의의 상징적인 의미는 적지 않다. AP도 에너지를 둘러싼 유럽과 러시아의 관계 단절로서 일종의 금기를 깼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했다.

‘에너지 딜레마’ 속에 그간 EU의 제재 조치들은 회원국들에는 피해가 가지 않으면서 러시아에 타격을 주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적용됐지만 이제는 에너지 분야로 전환해 제재 카드를 꺼낸 만큼 석유, 가스도 ‘네버 터치’ 영역이 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EU가 미국의 대응에 동참한 만큼 에너지 범위를 확대해 러시아에 치명적인 제재로 이어지려면 더 큰 희생을 감내해야 하는 유럽에 미국이 에너지 수급 안정에 확신을 주는 식의 공조가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는 화려해 보이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한 뒤 러시아가 석유 수출로 많은 돈을 벌고 있어 평화 협상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촉구했다.

"자유 민주주의 진영은 러시아산 석유를 금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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