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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집중] 한은 ‘올해의 중앙은행’ 선정된 날, ‘43년 한은맨’은 떠났다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4.0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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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한국은행(한은)이 전 세계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운용 상황을 평가하는 영국 금융전문지 센트럴뱅킹으로부터 '올해의 중앙은행'으로 지난달 31일 선정됐다.

센트럴뱅킹은 2014년 이후 전 세계 중앙은행을 대상으로 '올해의 중앙은행'을 매해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이번에 한은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다루기 위해 정책을 강화한 '최초의 선진경제 중앙은행'이라는 평을 받으며 이 같은 영예를 얻었다.

센트럴뱅킹 발표에 따르면, 한은은 조용하고 능숙한 업무 수행, 탄탄한 정책 결정을 하는 중앙은행으로 이미 명성이 자자하다. 

한국은행이 '올해의 중앙은행'으로 선정됐다. [사진=한국은행 유튜브에서 캡쳐]
한국은행이 '올해의 중앙은행'으로 선정됐다. [사진=한국은행 유튜브에서 캡쳐]

그러나 한은은 지난해 8월, 기존 0.5%였던 기준금리를 0.75%로 인상하며 그간의 조용한 이미지에서 벗어난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금리를 인상한 최초의 선진경제 중앙은행이자, 아시아 최초 은행으로 통화정책의 선구자적 면모를 과시했다는 평이다.

지난해 8월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결정은 강력한 경기 회복세와 인플레이션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7월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6% 상승했는데, 이는 한은의 물가 중기 목표치인 2%보다 높은 수치로,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4월 2.5%를 기록한 이래 현재까지 꾸준히 고공행진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은이 지난해 첫 금리 인상을 단행할 때만 하더라도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은 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문제로 치부하며, 통화 긴축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역시 자산매입축소(테이퍼링) 시기를 수개월 뒤로 예측했고, 기준금리 인상까지는 훨씬 요원하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한은이 높이 평가받는 부분은 그러한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은 채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했다는 점이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2018년 11월 이후 13개월 만이었다.

당시 금리 인상 결정을 내리면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서울 내 주택가격을 포함한 여러 자산가격이 급등하고, 가계부채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 금융 불균형이 확대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를 안정화하기 위해서라도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이 총재가 지적한 주택가격 급등과 가계부채 증가는 코로나19 이후 한은과 정부에 의해 시행된 완화적인 통화·재정정책에서 주로 기인했다. 이로 인해 서울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주택가격 급등 현상이 지속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측면도 작용했다. 코로나19 확산세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우리나라 수출도 활성화됐고, 코로나19 방역 제한이 완화되면서 소비도 반등세를 보였다.

이후 한은은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각 0.25%포인트씩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했고, 4월 현재 기준금리는 1.25%를 유지하고 있다. 통화정책 방향을 결정하는 다음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달 14일 개최된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한은의 긴축 행보를 ‘매파적’이라고 평하기도 했으나, 이주열 총재는 신년사에서 이는 코로나19로 촉발된 이례적인 통화 완화정책을 정상화하는 과정일 뿐이며,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외부 환경이 악화됐을 때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과도한 부채의 위험성에 선제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주열 총재가 지난달 31일 이임식을 마치고 퇴근길에 직원들의 배웅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주열 총재가 지난달 31일 이임식을 마치고 퇴근길에 직원들의 배웅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교롭게도 한은이 ‘올해의 중앙은행’으로 선정된 31일, 이 총재는 8년간의 재임 기간을 마치고 한은 총재직에서 퇴임했다. 1977년 한은에 입행한 이후 43년이라는 오랜 시간을 함께한 이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만 17년간 참석했으며,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만 76회 주재했다.

이 총재는 31일 이임사에서 "가계부채 누중 등 금융불균형이 심화되고 금융위기 이후 사라져 버린 줄로 알았던 인플레이션이 다시 나타나면서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바람직한 정책체계가 무엇인지 또다시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서 "성장을 지키면서도 금융안정과 함께 물가를 잡을 수 있는 묘책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물가와 금융안정에 방점을 찍었다.

이어 "경제라는 것은 어떤 공식에 의해 정교하게 맞물려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시스템이라기보다는 사회의 구조 변화와 기술발전에 따라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일종의 생태환경이라 생각한다"면서 "시대적 변화에 걸맞은 유연한 사고만이 앞에 놓인 여러 난제를 슬기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 해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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