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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신구권력 대치 속 이창용 새 한은 총재 지명의 안팎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3.2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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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간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23일 대립 쟁점의 하나인 한국은행 차기 총재에 대한 인사카드를 꺼내들었다.

표면적으로는 임기 내 인사권 행사였지만 청와대 측은 “윤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밝힌 것을 보면 일종의 ‘화해 제스처’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은 “인사와 관련해 협의나 추천이 없었다“고 반박해 신구권력의 갈등 국면에서 해법찾기는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미국발 긴축 기조가 속도를 내고 동유럽 전쟁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경제가 깊은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드는 상황에서 통화정책 컨트롤타워의 공백을 최소화할 ‘경제 인사카드’ 자체가 갖는 의미와 지명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된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 [사진=연합뉴스]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된 이창용 IMF 아시아태평양담당 국장.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뒤를 이을 후보로 이창용(62)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국장을 지명했다고 청와대가 밝혔다. 한국은행법 33조에 따라 이 후보자는 국무회의 심의와 국회 인사청문회 등 절차를 거쳐 임명시 4년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히며 "국내·국제 경제 및 금융·통화 분야에 대한 이론과 정책 실무를 겸비하고 있으며, 주변으로부터 신망이 두텁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경제, 재정 및 금융 전반에 대한 풍부한 식견과 경험, 글로벌 네트워크와 감각을 바탕으로 국내외 경제, 금융 상황에 대응하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통화·신용 정책을 통해 물가와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경제학 석·박사를 마쳤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준비위원회 기획조정단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니스트 등을 거쳐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담당국장으로 재직 중이다. 학계와 정부, 국제경제기구 등에서 커리어를 넓힌 대표적 경제금융스페셜리스트로 꼽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춘추관에서 당선인 측과 인사와 관련해 협의가 있었냐는 질문에 "한국은행 총재 직위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윤석열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서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행 총재는 당연직 금융통화위원회 위원으로서, 정치적 중립성이 보장돼있는 만큼 어떤 정국이냐와 관계없다"고 설명했다. 오는 31일 이주열 총재의 임기가 끝나는 만큼 임명절차를 고려해 ”사전에 후임 총재 인선 작업이 필요했다는 말씀드린다"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윤 당선인 측은 이 후보자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한국은행 총재 인사 관련,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반박했다.

청와대와 윤석열 당선인 측은 한은 총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감사원 감사위원 인선 문제를 두고 갈등을 겪어왔던 터라 신구권력 대치는 ‘진실공방’으로 증폭되는 양상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한은 차기 총재 인선카드를 꺼내든 배경은 무엇일까.

대통령과 당선인 간 첫 회동이 무산되면서 갈등이 표명화된 것부터가 이같은 주요 인선 문제가 연관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시급성과 명분을 내세워 한은 총재 내정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관위, 감사원 관련 인선은 아무래도 정치적인 시각에서 중립성을 보장받으려는 당선인 측의 예각적인 반대가 나올 수도 있기에 국가경제 차원에서 접근하면 당선인 측과 교감 명분도 있고 그에 따라 갈등 국면에서 돌파구를 찾는데도 용이할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대선 이후 이 후보자가 한은 차기 총재 하마평에서 오르내릴 때도 당선인 측에서 특별한 지적이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이같은 추론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윤 당선인은 대선 캠페인 때부터 “진영을 떠나 능력만을 보고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겠다”는 취지로 인물론에 방점을 찍었던 터라 한국인 최초로 IMF 아태국장이라는 고위직에 진출한 이 후보자의 자질은 모자람이 없어 보인다. 특히 해박한 경제학 이론과 예리한 관점에다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금융 관련 주요 포스트를 거치면서 쌓은 현장 경험은 코로나19 쇼크가 가시지 않은 현재와 같은 경제 난국을 헤쳐나갈 통화정책 수장으로서도 적임자로 평가받고 있다.

윤 당선인 공약의 큰 틀인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에 대한 청와대의 반대가 제반 인선 이슈와 중첩돼 복잡한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이젠 진실공방의 신경전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윤 당선인으로서는 재정·금융정책과 다른 길에서 국가경제의 다른 한 축으로 성장과 물가를 아우르는 통화정책 리더십을 직접 찾고 임명해 임기 대부분을 함께 하고 싶었을 터다. 하지만 현 정부로서는 당선인 측과의 조율이 교착상태에서 사상 초유의 한은 총재 공백 상태를 최소화해야 경제 위기 대응에서 실기하지 않을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청와대는 신임 한은 총재 임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발 긴축 행보가 가속화하면서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선이 1.9%로 잡혔으나 최근 연준 인사들 사이에서는 3%대까지 급격한 인상론이 대두될 정도로 상황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에 맞은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주열 총재가 지난해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세 차례 기준금리를 선제적으로 인상해 월가에서도 호평받은 대응효과가 자칫하면 차기 총재의 장기 공백 속에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새 총재가 다음달 14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부터 주재해야 하는데, 공백이 길어질 경우 금리인상에서 실기할 소지가 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과 긴축 스텝에 맞춰 국내의 금리도 신속하고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국내 외환, 금융시장의 안정도 꾀할 수 있고, 그만큼 위기에 강한 경제 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

정권 이양기에 불거진 신구권력의 대치에서 정치적인 논리가 아니라 경제 위기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절제와 타협이 시급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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