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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 집밥의 위기와 가정간편식의 진화(下)

  • Editor. 김민주 기자
  • 입력 2022.04.04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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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민주 기자] 코로나19 펜데믹 전인 2020년 1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정간편식(HMR)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약 3조2000억원, 2022년에는 약 5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재택근무와 개학 연기 등 비대면 시대를 맞아 집콕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가정식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바쁜 현대사회의 생활양식과 1인 가구의 증가로 가정간편식 수요는 많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온라인 주문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가정간편식 종류는 점차 다양해지면서 맛은 기본이요, 영양과 친환경 프리미엄 등으로 부식 개념이 아닌 주식의 역할을 대체한다.

HMR의 개념 정의와 구분

가정간편식은 단순 조리 과정만 거치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식재료를 가공, 제조, 포장해 놓은 완전, 반 조리 형태의 식품을 의미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공전에 나온 간편식 분류는 △구입 후 바로 섭취가 가능한 '즉석 간편식(RTE·Ready To Eat)' △단순 가열 후 섭취가 가능한 '가열 간편식(RTH·Ready To Heat)' △간단한 조리(가열)가 필요한 '간단요리 간편식(RTC·Ready To Cook)' 세 가지다.

최근엔 여기에 하위 개념으로 밀키트를 포함한다. 쿠킹박스 또는 레시피 박스라고도 불리는데,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반 간편식 제품으로 정의한다.

2008년 스웨덴의 스타트업 기업 ‘리나스 맛카세’(Linas Matkasse)가 정기배송 형태로 처음 선보인 후 미국, 일본 등을 비롯해 세계적으로도 시장을 넓히는 추세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간편식의 원조들은 누구

# 3분 요리의 대명사 ‘3분 카레’

업계에서 공인하는 가장 오래된 간편식 제품은 1981년 4월 오뚜기에서 출시한 '오뚜기 3분카레'다. 때는 바야흐로 4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3분 요리’란 즉석식품 브랜드 ‘3분 카레’는 데우기만 하면 간편하게 즐길 수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출시 첫 해에만 400만개가 판매됐다. 이후 오뚜기는 다양한 소비자 취향을 고려해 순한맛, 매운맛, 약간매운맛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해 나갔다. 이후 사촌격인 ‘3분 스파게티 소스’, ‘3분 짜장’, ‘3분 미트볼’ 등 3분 요리를 탄생시켰고 오뚜기를 즉석식품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지난해 기준 오뚜기 3분 요리의 누적 판매량은 약 18억개로 알려졌다. 이는 국민 1인당 약 39개를 소비한 수치다.

# 즉석 밥의 대명사 ‘햇반’

“맨밥을 누가 사먹어?”

1990년대 CJ제일제당 내부에서는 즉석밥 출시를 앞두고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초기 투자비용 100억원은 공기밥을 사서 먹는다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로서는 섣불리 결정하기 쉽지 않은 규모였다. ‘갓 지은 밥맛’이라는 제품의 핵심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경영진은 어렵게 투자를 결정했고, 1996년 출시 이후 CJ의 효자상품이 됐다.

햇반은 5년간 경쟁 상품 없이 독보적인 즉석밥 제품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 경쟁 상품들이 하나둘 등장했다.

2002년 농심의 햅쌀밥, 2004년 오뚜기의 오뚜기 밥, 2007년 동원 F&B의 쎈쿡 등이 뒤를 이었다. 2020년 말 기준 햇반의 즉석 밥 시장 점유율은 67.2%로 2위 오뚜기밥의 점유율 31.7%의 두 배에 달한다. 2021년 말 기준 누적판매량은 40억개를 돌파했다.

# 국내 최초 한식 HMR 동원 ‘양반’

바쁜 현대인의 일상에서 점차 아침을 생략하거나 간단히 해결하는 추세로 변화되고 있지만 꼭 아침에 한식을 먹어야 속이 든든하다 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양반’은 1986년 탄생한 이후 한식 고유의 전통은 지키면서 편리함 가치까지 더한 37년 전통의 국내 최초 한식 가정간편식 브랜드다. ‘양반죽’ ‘양반김’으로 건강 한식 간편식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양반은 최근 ‘양반 수라’에 이어 ‘양반 수라 시그니처’를 출시하면서 고려인삼, 횡성 한우 등 국내산 고급 특산물 식자재를 활용해 한식 가정간편식의 고품격 프리미엄 라인을 구축했다.

■ 간편식을 향한 오해와 진실

간편식을 즐기는 이들은 자주 먹다보면 건강에 해로운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오뚜기 연구소 측에서 전해 온 설명을 들어보자.

“식품과 접촉하는 포장재 내면 재질 중 일반 포장재는 유연성 및 밀봉성이 우수한 폴리에틸렌(PE) 재질을 사용한 반면, 레토르트 포장재는 살균공정의 고온 조건을 견뎌내는 내열성의 폴리프로필렌(PP) 재질을 사용합니다. 또 PE 및 PP 재질은 무미, 무취, 무독 특징이 있어 위생성이 우수하고 제조 과정에서 가소제나 비스페놀A가 사용되지 않아 환경호르몬 용출 위험이 없어 식품 포장재 내면에 대부분 사용됩니다.”

“식약처의 기구 및 용기포장 공전의 잔류용제 및 용출규격을 준수하며, 공인기관의 검사성적서로 연 2회 확인하고 있으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레토르트 포장재의 안전성 연구 과제에서는 이행물질이 규격 내 적합하다는 결론이 있습니다. 표기문안에 작성된 올바른 조리방법으로 사용하면 안전하게 레토르트 제품을 섭취할 수 있습니다.”

결론은, ‘안전하다’이다. 즉, 기존 파우치나 용기에서 따로 덜어내 유리 등 기존 식기로 옮겨 담아 가열하는 수고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 간편식 4세대에서 5세대로의 진화

가정간편식 시장이 확대되고 다양화되면서 한국농촌경제연구원(2020)은 가정간편식 1세대를 1980년대 편의성을 강조한 즉석밥 시대로 지정했고, 1990년대 냉장 냉동 신선도를 중시하는 시대를 2세대, 컵밥, 국, 탕 찌개, 반찬류 등으로 외식의 내식화가 이루어진 시대를 3세대로 구분했다.

그리고 유통업계 PB와 유명 맛집과의 협업 제품(RMR) 및 밀키트 등을 앞세운 프리미엄 일상식 시대를 4세대로 규정하고 있다. 견해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5세대는 건강을 생각한 웰빙 프리미엄, 케어푸드로의 확장을 전망한다.

가정간편식의 발전과 진화는 우리 일상도 바꿔 놓았다.

가정간편식의 기폭제가 됐던 햇반이 처음 출시됐을 당시 국내 전자레인지 보급률은 60%에 불과했다고 전해진다. 현재 가정마다 전자레인지는 필수 가전제품에 해당된다.

삼성전자가 간편식 조리기 '비스포크 큐커' 대중화를 위해 CJ제일제당과 손잡았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간편식 조리기 '비스포크 큐커' 대중화를 위해 CJ제일제당과 손잡았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CJ제일제당은 삼성전자와 함께 ‘전자레인지 교체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간편식 구독 서비스를 가입하는 고객에게 전자레인지·그릴·에어프라이어·토스터 기능을 모두 갖춘, 가정간편식 만능 조리기를 표방하는 삼성전자의 조리기기를 단돈 몇 만원에 교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인데, 실로 시대의 변화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가정간편식 시장의 다양화가 가속화되는 움직임은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더 뚜렷하다.

홈플러스는 간편식 특화존 ‘다이닝 스트리트’를 조성해 본격적인 간편식 시장 공략에 나섰다. 식사부터 디저트까지 가정간편식 ‘원스톱 쇼핑’을 구현해 최근 리뉴얼 오픈한 인천 간석점에는 업계 최다 수준인 8.2m 규모로 펼쳐놓았다.

이마트는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브랜드 피코크(PEACOCK) 상품을 만드는 개발 전문가를 호텔 출신 유명 셰프 등으로 구성해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며 매출 외형 성장과 함께 브랜드 인지도와 만족도에 심혈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이커머스 중에선 마켓컬리의 브랜드 파워와 국내 밀키트 1위 업체 프레시지의 스타트업 기업간 M&A 등 적극 행보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빠서 ‘건강에는 좋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한끼를 때우는’ 요량으로 취급되던 가정간편식이 이제 레스토랑 간편식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수준으로 향상됐다. ‘사먹는 집밥’, 이 모순 형용의 일상이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하게 자리하고 있다.

나아가 ‘외식의 집밥화’가 된 형국이다.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2 외식 트렌드’ 보고서를 보면 소비자 10명 중 4명은 간편식이 외식을 대체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한편 지난해 한 식품기업에서 진행한 푸드 에세이 공모전에는 5533편의 사연들이 접수돼 저마다 소중하고 특별했던 과거의 경험들을 글에 담아냈다. 수상작 중 한 대목이다. 

“햇살이 따스하게 내려 앉는 봄날이면 볕 아래 웅크린 엄마의 뒷모습이 떠오르곤 합니다. 타닥타닥 큼지막한 믹싱볼에 계란 거품을 내는 소리가 나른한 집안에 울려 퍼져요. 그 빛바랜 믹싱볼은 매일 저녁 아버지가 좋아하는 부추전 반죽을 만드는 그릇이기도 하죠”

점차 다양화되는 가정간편식 시장의 성장은 가정 내 요리하는 시간을 절약하고, 노동력을 확보하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가져다준 편리로 인해 막 조리한 음식을 입안에 넣어주고 맛을 봐주며 서로 교감하면서 쌓아가는 추억의 시간마저 빼앗아 가는 것은 아닌지 하는 아쉬움이 한편에선 모락모락 밀려오기도 한다.

 

글쓴이는- 부모님 곁에서 ‘엄마밥’ 20년,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10년 ‘자취밥’, 이후 간편식, 배달음식, 외식 그 경계를 오가는 식문화 생활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다. 어쨌거나 그래도 집밥 좀 할 줄 안다는 30대 여성이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사랑하는 사람(들)과 ‘달그락’ 밥그릇 부딪치며 도란도란 함께 먹는 밥‘이란 것을 깨닫는 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취재후기- 음식의 주된 기능은 “맛있는 밥이 보약이다”로 대변되는 생리적 기능이다. 그러나 ‘가정간편식’ 흐름과 사례를 살펴보며 더욱 느낀 것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매개체 ‘소울푸드’의 심리적 기능, 그리고 “언제, 우리 밥 같이 먹어요”로 대변하는 사회적 기능의 중요성이다. 간편은 효율과 나란히 한다. 누군가 “편한 게 최고야”라고 말하면 “편한 것과 좋은 마음(행복)은 다르지 않냐”고 반문했다. 한 외식업계 전문가는 “기업이 가정간편식 시장에서 경쟁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식품외식의 산업화 과정과 더불어 나타나는 산업화 사회 소비자들의 ‘가심비’, ‘가치소비’(Meaning-Out)와 같은 심리적 행태에 대한 연구와 이해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한 의미에서 공감가는 지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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