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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 뉴트로 열풍의 겉과 속(下)

  • Editor. 김준철 기자
  • 입력 2022.04.18 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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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준철 기자] 뉴트로 광풍은 비단 2022년 초 단발적인 유행으로 그칠까. 사실 뉴트로라는 것이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뉴트로도 결국 복고에 기인한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과거의 일은 추억이 되고, 그것을 꺼내 볼 때 새로움이 느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 뉴트로의 과거와 미래

2010년대 패션·미용 유행을 보자. 남자들은 가릴 것 없이 울프컷 혹은 샤기컷을 치고, 거적때기와 같은 야상과 카고팬츠를 걸치는가 하면, 여자들은 불량소녀처럼 브로콜리, 깻잎 머리를 하고 꽉 끼는 스키니 진에 시쳇말로 환장(?)했다.

그러나 이것들 모두 과거에 한 번씩 유행을 탔던 패션과 스타일이다. 1900년대 세계대전으로 전 세계가 전시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때 밀리터리 룩이 시작됐다. 스키니 진 패션 유행은 1960년대 말~70년대 초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나타났던 주목할 만한 사회 현상으로 보기도 한다.

심지어 ‘떡볶이 코트’로 불리는 더플코트부터 숏패딩, 나팔바지 등 1990년대 유행했던 패션 아이템은 2000년대 초를 강타하고, 최근 다시 한 번 인기를 끌게 됐다. 언제 다시 유행을 타도 이상하지 않은 아이템이다.

뉴트로라는 공식에 과거라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존재한다면 다음 세대 뉴트로도 쉽게 예상 가능하다. 현 세대가 즐기는 모든 것이 후보군으로 들어간다. 다음 세대가 어떤 것에 새로움과 흥미를 느낄 진 모르겠으나 현재 힙한 주제에서 뉴트로가 재현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눈 깜짝할 새 기술을 심고 성능이 업그레이드되는 스마트폰이 대표적인 예다. 지금 시장의 최신식 스마트폰이 기술 변화로 먼 미래엔 올드한 제품으로 느껴질지 모른다.

전 세계적으로 청년 세대는 급변하는 디지털 현대 생활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지난 수십 년을 재발견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낭만주의와 전통은 재발견되는 동시에 요즘 세대의 눈을 통해 재구성되는 중이다. 무작정 앞만 보고 달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갖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며 뉴트로를 정착시켜 나갈 것이 자명하다. 이런 기술과 역사의 융합으로 완전히 새로운 문화 현상이 생겨났으며, 그 인기가 쉽게 사그라질 것 같지 않다.

진로 제품 변천사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진로 제품 변천사 [사진=하이트진로 제공]

■ 진부한 뉴트로?

마케팅 측면에서도 뉴트로는 신선한 접근이라는 평가를 내린다. SPC삼립도 이 부분에 주안해 포켓몬 빵을 내놨다. 포켓몬 빵 본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띠부띠부 씰의 랜덤 뽑기 심리를 자극한 캐릭터 마케팅 전략이다.

하이트진로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뉴트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1970~80년대 유행했던 소주 원조 브랜드 ‘진로’를 2019년 재출시하며 제2의 전성기 문을 열었다. 하이트진로는 진로 패키지에 브랜드 정통성을 반영하는 동시에 현대 감성으로 재해석했다. 깔끔한 맛과 낮은 도수로 주질을 변경하는가 하면, 전방위적 캠페인을 위한 두꺼비 캐릭터를 리뉴얼했다. 이후 캐릭터를 활용한 다양한 굿즈를 출시하고 여러 업체와 콜라보를 진행하며, 젊고 트렌디한 브랜드이자 하이트진로 대표 소주 브랜드 중 하나로 자리 잡는데 성공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2월 23일자로 소주 제품 출고가를 7.9%씩 올렸다. 진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전 진로 한 병의 국내 출고가는 1081원이었는데 현재 출고가는 1166원으로 올랐다. 출고가를 기준으로 유통 단계에서 마진이 붙게 돼 소비자가 구매하는 가격도 인상됐다. 현재 대형마트 등에선 진로 360mL 한 병을 1200~1900원대에 팔고 있어 서민들 부담이 크다면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이트진로는 국내 소주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사업 보고서에 따르면 연결 기준 매출 비중은 소주 58.7%인데, 진로가 이 부분서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뉴트로 마케팅을 계속 보고 있자니 지겹다며 불평을 늘어놓는다. 결국 뉴트로 본질은 과거를 추억하는데서 온다. 미래 지향적이라는 것의 대척점에 자리하고 있는 까닭이다. 과거 인기 끌었던 제품을 단지 뉴트로라는 콘셉트로 재출시하는 것은 진부한 추억 팔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이 때문이다. 톡톡 튀는 신제품 개발 노력 대신 뉴트로 열풍을 타고 과거 히트 제품을 그대로 내놓거나, 포장만 달리해 재출시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숏패딩 열풍 [사진=아이더 제공]
숏패딩 열풍 [사진=아이더 제공]

실제 뉴트로 마케팅이 유통업체들에 쉬운 선택지가 되고 있다. 뉴트로 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업계 안팎에선 신제품 개발과 출시를 지연시킨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신제품을 개발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데, 여기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까지 덮쳐 위험보단 안정을 택한 기업들이 늘고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고도의 상술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밖에 2020년부터는 1990년대 유행하던 짧고 빵빵한 숏패딩이 다시 등장했다. 당시 일부 소비자들은 숏패딩 트렌드에 물음표를 던졌다. 거리는 전부 롱패딩이 점령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롱패딩 하나만 있어도 겨우내 입을 수 있는데 의류·패션업계서 새 옷 판매를 위해 숏패딩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억지로 만들어냈다는 지적이다.

“물건 팔기 위한 수단일 뿐”(반**)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에 지나지 않는다.”(Min****)

“이것도 몇 년뿐입니다. 삼청동 죽었고, 이태원도 죽었고,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다.”(Ki****),

“하지만 모두 레트로를 찾게 되면 그것마저 식상해진다. 예전 세대 사람들이 복고풍을 입었다고 좋아했을까? 그냥 평소 옷차림이었을 뿐.”(채널**)

뉴트로 트렌드 열풍이라는 주제의 유튜브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다. 그만큼 소비자들은 뉴트로에 피로를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업계 안팎으로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참신한 신상품이 없다면 미래엔 복고 제품도 없을 것이다. 제품 가격이 인상되고 있고 콘텐츠 중심의 홍보 강화 전략을 펼치고 있는 만큼 더는 뉴트로 상품이 아닌 히트 상품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소비자들이 적지 않다.

뉴트로의 출발점은 다르다. 본인들이 경험하지 않거나 기억 저편에 있던 것임에도 불구하고 색다름에 끌려 과거를 뒤지고 있다. 뉴트로가 레트로처럼 매번 돌아오는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장르이자 문화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단순한 추억 팔이가 아니라 레트로에 가치 있는 해석과 창조의 결과를 창출해내야 하지 않을까.

■ 글쓴이는? - 20대 후반 직장인이다. 사실 복고, 뉴트로 유행에 그리 민감한 편은 아니다. 최근 핫한 뉴트로 패션이나 식품들을 봐도 흥미를 붙이기 쉽지 않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추억은 항상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결코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추억이 켜켜이 쌓여가고, 친구들과 술자리서 푸는 ‘추억 팔이’는 매번 즐겁다. 어쩌면 삶 자체가 뉴트로를 좇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 취재 후기 – 복고라는 트렌드를 활용하고자 할 때 사실상 중요한 것은 과거보다 현재다. 과거는 축적된 아이템이며, 누구든 언제라도 가져올 수 있다. 문제는 시시각각 변하는 현재를 겨냥하기 위해선 눈동자도 함께 움직여야 한다. 과거에 대한 단순한 향수를 넘어 대중문화가 처한 현실을 성찰하고 발전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건실한 과거 여행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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