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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돌이] 한국형 파이어족으로 살아남는 법(下)

  • Editor. 박다온 객원기자
  • 입력 2022.05.02 11: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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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형 파이어족이란?

20대 후반 직장인 박재민(가명)씨는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미래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고 있다. 처음에는 노후 빈곤과 직장에 귀속되는 삶에 대한 불안 때문에 조기 은퇴에 관심을 가졌지만, 실천 단계를 거치면서 시간을 마음대로 쓰고 싶다는 욕망이 커졌다. 우선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투자를 위한 목돈을 모았고, 주식과 코인 투자를 통해 돈을 불리고 있다. 그의 예상 은퇴 나이는 35살이다.

박재민 씨는 “일을 아예 안 하면서 살 수는 없겠지만 그게 생계 때문에 억지로 하는 일은 아니었으면 한다”며 “우선 은퇴 이후에는 제주도 가서 1년 살아보기를 해보고 싶고, 그 뒤는 전업 투자자나 개발자로 살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처럼 파이어족 중에서도 더 빠른 은퇴를 목표로 부수입을 창출하고 투자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목표금액을 10억원 이상으로 높게 설정하고 월급의 70~80%를 저축, 목표금액을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미국 파이어족과 다른 양상이다. 한국 청년은 미국 청년보다 취업시기가 늦기 때문에 자산을 모을 수 있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다. 따라서 미국과 비슷한 은퇴목표액과 투자수익률을 설정한다면 이미 ‘조기은퇴’가 아니게 된다.

신현정, 신영주 저 ‘파이어족의 재테크’에서는 이런 부류를 묶어 ‘한국형 파이어족’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형 파이어족은 미국형 파이어족이 추구하는 목표금액(약 11억원)의 절반 정도로 목돈을 마련하고, 투자 공부를 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짠다. 또 월세나 배당금 외에 수익을 창출하는 통로, 파이프라인 만들기를 병행한다. 즉 현금흐름과 투자수익을 동시에 늘려나가는 방식이다. 부채를 끌어다가 자산 매입에 나서는 레버리지 전략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미지 = NH투자증권 'K-파이어(FIRE)족, 조기은퇴 가능할까?' 리포트 캡처
[이미지 = NH투자증권 'K-파이어(FIRE)족, 조기은퇴 가능할까?' 리포트 캡처

앞서 언급한 NH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예비 파이어족은 지출과 소득에 집중하는 비중에 따라 4가지로 분류되기도 한다. ‘검소한 파이어’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소비를 제한한다. ‘풍족한 파이어’는 생활 수준을 유지하면서 은퇴를 준비한다. 부수입으로 은퇴를 준비하는 ‘사이드 파이어’와 은퇴 후에도 아르바이트를 염두에 둔 ‘바리스타 파이어’도 있다.

조사 결과 국내 파이어족은 풍족한 파이어가 43%, 사이드 파이어가 42%를 차지했다. 국내 파이어족의 평균 소득 대비 저축 및 투자 비중은 52%로 미국 파이어족의 70%에 비해 낮은 수치다. 소비를 줄이기는 싫어한다는 의미다.

‘소비의 비가역성’이란 경제학 용어가 있다. 경제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높아진 소비수준이 소득이 감소할 때는 낮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소주 마시다가 소득이 증가하면서 양주 마시게 된 사람이 다시 소주를 마시기는 어렵다. 그럴 경우 돈을 최대한 불려야 한다.

■ 돈을 불리기 위한 방법

경제가 안 좋을 때마다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투잡’, ‘쓰리잡’ 등이다. 요즘에는 이렇게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사람을 ‘N잡러’라고 부른다. 2개 이상의 복수를 뜻하는 ‘N’, 직업의 ‘잡(Job)’, 사람을 의미하는 ‘러(~er)’로 이뤄진 신조어다. 투잡족과는 자아실현을 통해 자기만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법인보험대리점 리치앤코는 모바일 리서치 기관 오픈서베이에 수도권 거주 20·30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이에 따르면 MZ세대 직장인 응답자의 23%, 즉 5명 중 1명은 여러 직업을 가진 ‘N잡러’로 밝혀졌다.

가장 많이 하는 부업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에서 활동하는 ‘소셜 크리에이터(20%)로 나타났다. 탈잉, 크몽 등 재능마켓 플랫폼(17%), 배민커넥트, 쿠팡플렉스 같은 배달업(17%)이 그 뒤를 이었다. 본업을 제외한 부업의 월수입은 10만~40만원이 29%, 40만~70만원이 21%를 차지했다.

‘N잡러’는 아니지만, 응답자의 85%는 N잡에 적극적인 관심이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향후 하고 싶은 N잡(복수응답)으로 △소셜 크리에이터(46%) △스마트스토어(41%) △무인점포(41%) △재능마켓 등을 꼽았다.

단 30만원이라도 온전히 저축할 소득이 추가되면 은퇴시기를 1~2년 정도 앞당길 수 있다. 요즘 부업 관련 콘텐츠도 워낙 늘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쉽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겸업금지 조항이 있는 회사도 많기 때문에 부업을 시작하기 전 확실하게 알아봐야 한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사진출처 = 픽사베이]

​파이어족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투자도 놓쳐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은행의 보통예금에 목돈을 저축하는 일은 돈의 실질 가치를 줄이는 바보 같은 짓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복리효과를 잘 이용하면 은퇴시기를 한껏 앞당길 수 있다.

초보 투자자에게 좋은 방법으로는 인덱스 펀드가 있다. 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이 유언장에 “내가 죽으면 현금의 10%는 단기 국채를 매입하고 나머지 90%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라”고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S&P500 지수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빈번하게 활용되는 대표 지수고, 인덱스 펀드는 우량 기업에 분산 투자를 하기 때문에 대부분 ‘시장 평균’ 수익률을 얻는다. 미국 파이어족들이 주로 하는 투자방법이기도 하다.

또 연금저축도 하나의 좋은 사례다. 최근 청년들도 노후 대비를 미리 해두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연금저축에 가입하는 MZ세대가 증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대의 연금저축 가입은 2020년 36만7000명에서 2021년 62만3000명으로 70% 증가했다. 30대도 같은 기간 102만3000명에서 124만4000명으로 약 22% 증가했다. 10% 안팎의 40~60대 증가분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수치다. 20~30대의 연금저축 가입자가 급증하면서 전체 신규 계약 건수도 1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지난해 연금저축 전체 적립금은 160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조6000억원 늘었다.

연금저축은 세액공제 혜택을 갖고 있는 대표적인 노후대비 금융상품이다. 최대 연 400만원·월 34만원을 넣으면 최고 16.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가입 대상이나 연령에도 제한이 없다. 납입 기간은 5년 이상, 한도는 연 1800만원이다. 만 55세부터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이외에도 투자 방법은 정말 다양하다.

투자자는 예·적금, 보험 등의 상품부터 주식과 펀드, 부동산까지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는 개인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다행스러운 건 몇 년 전부터 투자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콘텐츠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신은 원한다면 언제든지 책과 유튜브를 통해 관련 지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10가지

‘파이어족이 온다’의 저자 스콧 리킨스는 파이어족이 되기 전 아내에게 ‘경제적 자유’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자고 설득해야 했다. 부부 중 하나만 절약할 경우 다툴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여러 고민을 하던 스콧 리킨스는 어느 날 아내에게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10가지’가 무엇인지 매주 적어달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아내는 △내 아이가 웃는 소리 듣기 △남편과 커피 마시기 △아이를 꼭 안아주기 △산책하기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과 대화하기 등을 썼다. 그 목록은 리킨스가 쓴 목록과 비슷할뿐더러 돈이 들지 않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그걸 보고 리킨스는 아내에게 같이 파이어를 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권유를 했다.

그는 저서에서 10가지 목록 쓰기 훈련을 추천하며 말한다.

“주어진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우리는 대부분 돈을 벌려고 애쓰거나 번 돈을 쓰려고 많은 시간을 사용한다. 하지만 당신은 실제로 시간을 어떻게 쓰고 싶은가? 당신을 즐겁게 하는 일은 무엇인가? 시간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 글을 본 필자도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10가지 목록’을 작성해 봤다. 대부분 ‘따뜻한 햇살 아래 산책’, ‘가족과의 식사’ 등 큰돈이 들지 않는 일이었다. 물론 사람마다 행복에 대한 기준은 다르기 때문에 누군가는 ‘포르쉐를 타고 다니는 순간’이라고 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건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은 당신은 퇴사하고 싶은 사회초년생일 수도 있고, 이미 은퇴를 한 노년층일 수도 있다. 정보가 크게 필요하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다는 걸 안다. 하지만 그게 누구든 아래 질문은 모두에게 해당하는 문제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상황에 대해 알아야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이제 당신이 직접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10가지 목록’을 작성해 볼 차례다.

[사진출처 = 픽사베이]
[사진출처 = 픽사베이]

■ 글쓴이는? - 대학교를 졸업한 후 1주일 이상 일을 쉬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일까? 오랜 기간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럽다. 일도 일이지만 앞으로 20년간은 아침에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파이어족이 되고 싶은 결정적 이유 중 하나다.

■ 취재 후기 - 돈을 많이 벌면 파이어족이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글을 쓰면서 소비 습관과 투자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동안 등한시 여겼던 가계부 어플을 켜본다. 이번 달도 역시나 빠듯하다. 파이어족이 되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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