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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대통령 취임사 방점은 '자유의 확대'...반지성주의 언급 배경은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5.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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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위대한 국민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만들어 나가겠다.”

4만여 청중들로부터 37번째 박수를 받은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사 대미에는 집권 5년 동안 지향할 국정철학의 4가지 가치가 이같이 축약돼 제시됐다.

문재인 전임 대통령 내외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0일 국회 앞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국민에게 전달된 취임사 메시지는 검찰총장직을 던진 뒤 14개월 만에 국회 선서 포디엄까지 ‘직진’한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공식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진보정권과는 취임 연설문의 구도가 확연히 달랐고, 전임 보수정권 대통령 취임 일성과도 차별화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 대통령이 16분 동안 읽어내려간 3440자의 비교적 짧은 취임사를 관통하는 최대가치는 35차례나 언급된 ‘자유’였다. 총 816개의 낱말 중에서 자유시민(8회)과 자유민주주의(3회)를 모두 합쳐 가장 많이 등장한 키워드였다. 별도의 제목을 달지 않은 취임사에서 자유시민과 세계시민(7회)에서 중복된 시민(15회), 세계(13회), 평화(12회), 국제(9회) 등의 국제정치학적인 단어가 많이 사용된 게 이채롭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선진화의 길, 다 함께 열어갑시다'란 취임사에서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를 열어가자며 ‘경제대통령’의 비전을 제시한 만큼 기업(14회), 선진(14회)이란 단어가 가장 많이 등장했다. 보수정권의 바통을 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사 타이틀을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습니다'라고 정하고 3가지 방법론으로 경제부흥과 국민행복, 문화융성을 약속하면서 행복(20회), 경제(19회), 문화(19회) 키워드를 많이 사용했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키운 윤석열, 내일을 바꾸는 대통령'이란 대선 캠페인 캐치프레이즈를 떠받쳤던 ‘공정과 상식’을 크게 강조하지 않았다. 공정만 3번 언급됐을 뿐 대선 승리 직후 강조했던 ‘통합’도 나오지 않았다. 이 전 대통령이 통합을 한차례만 언급했을 뿐 박 전 대통령과 윤 대통령은 통합이란 단어를 취임사에 반영하지 않았다. 중심적인 국정가치를 처음으로 강조하는데 협치 등 정치적 방법론의 하나로 볼 수도 있는 이 키워드를 채택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만큼 윤 대통령은 메인 키워드에 집중했고 보편적인 가치인 ‘자유’의 재발견을 통해 앞으로 5년 동안 국민과 함께 그려낼 국가상을 제시했다.

“저는 이 나라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하고,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을 갖고 오늘 이 자리에 섰다.”

이같은 취임사 본론 말머리에서부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등 전임 보수정권 때와 닮은 듯 다른 점이 드러났다. 시장경제를 중심으로 한 성장을 강조한 것은 비슷했지만 자유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한 성장론은 차별화되는 대목이다.

민주주의 위기의 원인을 ‘반지성주의’라고 진단하는 것으로 ‘빠른 성장’의 논리가 전개됐다. 윤 대통령은 “국가 간,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을 해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사회에서도 이같은 반지성주의가 만연해 진실의 왜곡을 불렀고 집단적 갈등으로 확산돼 결국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이다.

반지성주의는 이성과 합리적 사고가 무시되고 지성과 지식인이 배척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1964년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의 역사학자 리처드 호프스태터가 ‘미국의 반지성주의’에서 매카시즘 광풍이 휘몰아친 1950년대 미국 사회를 해부하며 포퓰리즘과 결합한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붕괴시키는지를 분석한 것으로 크게 주목받았다. 역사적으로는 히틀러의 광기를 비롯해 최근엔 로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신봉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때 방역과 백신 접종을 부정하는 ‘프럼피즘’ 사례에서 드러난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지목한 반지성주의는 지난 집권세력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간 이전 정권에서 ‘내로남불’이 비판받을 때 학자들 사이에서 한국사회의 대표적인 반지성주의 사례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다수의 힘’을 거론한 것은 여소야대로 바뀐 정치 지형에서 의석지배력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의 ‘의정 독주’를 경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특히 인재의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일 잘하는 정부’를 표방하는 윤 대통령으로서는 호프스태터가 갈파했듯이 중요한 결정 과정과 권한 행사에서 전문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반지성주의의 폐해를 우려했던 것으로도 읽힌다.

윤 대통령은 "견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한다"며 "그것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합리주의와 지성주의"라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뒷줄 왼쪽)과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뒷줄 오른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뒷줄 왼쪽)과 문재인 전 대통령 내외(뒷줄 오른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이같은 문제의 해법으로 보편적 가치인 ‘자유’의 가치를 공유하고 재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 피었다”며 “번영과 풍요, 경제적 성장은 바로 자유의 확대”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자유는 윤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관통하는 키워드로 부각됐다. 대선 후보 시절 출판문화협회의 '인생 책' 추천 요청에 그는 미국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를 꼽은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자유는 보편의 가치로 모든 구성원이 자유시민이 돼야 한다"라며 "자유는 결코 승자 독식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자유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며 “모두가 자유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공정한 규칙을 지켜야 하고, 연대와 박애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유와 인권이 보장돼 자유시민이 된다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로 재건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그러면서 사회적 갈등과 경제·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돌파구로 '빠른 성장'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나친 양극화와 사회 갈등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사회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다”며 그 해법으로 도약과 빠른 성장을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도약과 빠른 성장은 오로지 과학과 기술, 그리고 혁신에 의해서만 이뤄낼 수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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