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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격상...'바이든의 세계화'와 동행이라면?

  • Editor. 강성도 기자
  • 입력 2022.05.23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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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강성도 기자]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주의의 필수불가결한 가치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에 대한 우리의 약속을 재확인하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역대 최단 시기인 취임 11일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첫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헤어진 지 하루 만인 23일 공식 트위터 영문 계정에서 "대통령님과 두터운 우정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방한 하루 전인 지난 19일 공식 개설한 트위터 첫 영문 트윗으로 “산은 찾는 자에게 정상(서밋)으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수호하는 한미동맹은 앞으로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환영의 글을 올렸던 윤 대통령이 이번 서밋의 핵심적인 성과를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격상에서 찾은 것이다.

2009년 6월 한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포괄적 전략동맹’에서 외연을 글로벌로 더욱 확장한 개념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워싱턴 서밋을 통해 ‘한미동맹 공동비전’으로 안보동맹을 뛰어넘는 21세기 전략동맹을 구축, 미래·첨단 과학기술 분야로까지 협력을 확대하고 범세계적 문제 대응에도 협력하는 내용까지 포괄하기로 했다. 당시 부통령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이 업그레이드하면서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으로 다져진 군사·안보의 혈맹 관계는 미래지향적 경제·가치 동맹으로 발전하는 새로운 분기점을 맞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정상 공동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서울 용산 청사에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후 가진 '한미 정상 공동성명' 발표 기자회견에서 “한미 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켜 나간다는 목표를 공유하고 그 이행 방안을 긴밀히 논의했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핵심축’, ‘전략적 경제·기술 파트너십’,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한반도를 넘어서’ 등 3개 부문으로 구성됐다.

꼭 1년 전 워싱턴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지난해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이 첫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내용보다 이번에 동맹 확장의 실천적인 어젠다가 많이 반영된 게 특징이다.

대통령실은 정상회담 성과 설명자료를 통해 "민주주의,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 반부패, 인권 등 가치에 뿌리를 둔 한미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 강화에 대한 양 정상의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평가했다.

외교적 레토릭과 선언으로 단순히 동맹의 의지를 재확인하는 차원이 아니라 ‘행동하는 동맹’으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확장하는 동맹의 현안을 정밀하게 다루고 협력 실천방안을 구체적으로 모색할 다양한 채널의 가동 계획을 성명서에 명시했기 때문이다.

북한이 올해 들어 16차례의 미사일 도발에 나서고 7차 핵실험까지 준비하는 것으로 관측되는 와중에 미군 전략자산 전개를 재확인하는 한편 2018년 이후 중단된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재가동하기로 한 것은 대화를 통한 비핵화 추진이라는 대북 공동기조의 현실감을 불어넣은 선택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취임식 때부터 강조해온 자유민주주의·인권 등 공동의 '가치'에 강력한 방점을 찍고 이번 서밋에서도 공감한 만큼 한미의 ‘가치동맹’ 결속력과 실행력은 경제안보 분야에서 가장 또렷이 부각된다. '경제안보'라는 키워드는 지난해 성명에는 들어가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두 차례 언급됐다.

실질적인 대북 억지력 강화와 함께 양대 축을 형성하는 합의는 경제안보 협력으로 볼 수 있다. ‘기술동맹’, ‘공급망동맹’으로 격상됐다는 말이 회자될 만큼 경제안보 분야의 액션 플랜은 실무협의를 통해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비전을 향해 양국이 동행해나갈 동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양 정상은 성명에서 “우리의 번영과 공동 안보, 집단 이익 수호에 핵심적인 경제·에너지 안보 협력 심화가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구상을 지원하기 위해 양국의 국가안보실에 정부 간 행정적·정책적 접근방식을 조율하기 위한 ‘경제안보대화’ 출범을 지시할 계획이다. 양 정상이 합의한 경제안보동맹 강화의 액션플랜을 구체적으로 짜기 위한 '조직'부터 구축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경제가 안보, 안보가 곧 경제인 시대에 살고 있다"며 "국제안보 질서 변화에 따른 공급망 교란은 우리 국민의 생활과 직결돼 있는 만큼 새로운 현실에 맞게 한미동맹도 한층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 등 주요 품목의 회복력 있는 공급망 촉진을 논의하기 위해 정례적인 장관급 ‘공급망·산업대화(SCCD)’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에서 한국이 출범 멤버로 참여해 경제안보기술 동맹의 첫 행보를 시작하게 된다. ‘대중 연대’로 비판하는 중국의 딴죽걸기가 예상되지만 한국이 역내 경제질서와 새 규범을 창출하는데 주도적으로 역할을 맡아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 재편, 통상, 디지털 부분에서 국익에 유리한 ‘룰 세팅’을 이룰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 통상당국은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로 기존의 한미 국장급 산업협력대화를 장관급 SCCD로 격상한 것과 IPEF 참여를 공식화한 것 등을 꼽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3일 설명자료를 통해 신설된 장관급 SCCD에 대해 "디지털, 공급망, 헬스케어, 수출통제 등 공급망·첨단기술 협력을 논의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 협의체는 양국 NSC(국가안보회의) 간 핫라인과는 별도로 공급망을 논의하는 공식적인 협의 채널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산업부는 차세대 원전인 소형모듈원전(SMR)을 한미가 함께 개발하고, 해외 원전 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하기로 한 원전 협력도 앞으로 경제적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한미 정상 공동성명 주요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한미 정상 공동성명 주요 내용 [그래픽=연합뉴스]

공동성명을 통해 부각된 경제안보 동맹에 대한 기대감은 경제계의 환영 논평을 통해서도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1일 논평에서 “한미 동맹이 한반도에만 국한되지 않고 안보, 경제, 공급망을 망라한 글로벌 동맹인 '포괄적인 전략동맹'으로 격상된 것에 대해 적극 환영을 표한다"면서 ”특히 전경련은 대표적인 한미 민간경제협력 채널인 한미재계회의를 통해 미국상공회의소 등 미국 경제계와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3일에는 경제안보 동맹 구축에 맞춰 글로벌 공급망 확보와 자원·부품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방안, 산업기술 유출 방지 대책 등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국무역협회는 ”양국 대통령실 간에 공급망, 첨단기술 등 경제안보 분야의 소통과 협력을 위한 대화채널을 신설하고, 외환시장 안정, SMR 개발, 국방상호조달협정 추진 등에 대해서도 협의가 이루어진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한다"면서 "특히 반도체, 배터리, 원자력, 우주개발, 사이버 등 새로운 산업분야에서 실질적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양국의 경제협력 관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전략적 경제·기술 파트너십이 큰 비중을 차지한 만큼 일명 ‘세일즈 외교’의 시작과 끝을 한국 기업과 함께 한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와 향후 기대효과가 주목을 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입국 직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환대 속에 윤 대통령과 함께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시설인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시찰하면서 한미 기술동맹을 선도할 '반도체 동맹'의 유대를 다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삼성처럼 책임 있는 기술 개발과 혁신으로 성장하는 기업이 양국의 미래와 나아갈 길을 만드는 데 대단히 중요하다"며 공급망 회복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한국처럼 가치를 공유하는 밀접한 파트너와의 협력 중요성을 역설했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시스템 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또한 이번 방한에 맞춰 미국 조지아주에 7조원을 들여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 등 전기차 생산 거점의 신설 계획을 발표했던 현대차그룹의 정의선 회장과는 출국 당일인 23일 단독 면담까지 했다. 정 회장은 동반 회견에서 2025년까지 미국에 로보틱스,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등 분야에도 6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고, 바이든 대통령은 “쌩큐”를 연발했다.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미래 첨단산업의 핵심이자 글로벌 공급망에서 전략적 중요성을 지니는 부문의 세계통상 질서의 재편을 위해 양국간 핵심적인 파트너십을 강화하겠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에서 새롭게 주시해야 할 대목이 있다.

KB증권은 23일 보고서를 통해 이번 서울 정상회담으로 미국이 얻은 것은 한국 반도체·전기차 기업들의 미국 내 설비투자(Capex)이고, 내준 것은 한국 방위산업 기업들의 미국 진출 편의성이라고 분석했다.

'새로운 세계화'를 준비하는 바이든 대통령 관련 분석. [자료=KB증권 보고서 캡처]
'새로운 세계화'를 준비하는 바이든 대통령 관련 분석. [자료=KB증권 보고서 캡처]

중·단기적인 득실 외에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세계화’를 준비하는 바이든 대통령에 관심을 가질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탈세계화’가 본격화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화의 변천을 짚었다.

이어 독일, 일본이 최대 수혜국이었던 1950~1960년대의 1차 세계화와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가 최대 수혜를 입었던 1990~2000년대의 2차 세계화가 대표적이라고 꼽았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IPEF 등)는 ‘새로운 세계화’ 흐름을 만들 준비를 하는 듯하다”라며 “새로운 세계화에서 최대 수혜국가가 될 조건은 ‘핵심 기술(비메모리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등)’을 ‘생산할 능력을 갖췄는지 여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관점에서 비메모리 반도체 관련주, 그리고 비메모리 반도체 장비 관련주, 전기차 배터리 관련주 등이 4차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 시대에 대표적인 수혜 업종이 될 가능성에 주목한다”고 밝혔다.

30년 넘게 특히 공급망 사슬에서 효율성의 가치를 담보해오다 위기에 빠진 세계화가 미국 주도의 동맹블록 공급망 회복력을 앞세운 새 교역질서로 대체될 수 있는 변곡점을 맞고 있다. 한미 가치동맹의 기치 아래 IPEF를 지렛대로 미국과 동행하고 지향점을 글로벌로 확장하는 통상외교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한국도 이날 도쿄에서 출범하는 IPEF 고위급 화상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룰 메이커'로서 첫발을 내딛는 만큼 기술적 비교우위 확대를 통한 위상 강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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