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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 사태로 불거진 투자자 보호조치… ‘업비트 vs 빗썸’ 공방 격화

  • Editor. 여지훈 기자
  • 입력 2022.05.1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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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여지훈 기자] 최근 루나 폭락 사태를 놓고 암호화폐 전반에 대한 회의론이 부상하는 가운데, 폭락 과정에서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간 대응이 엇갈림에 따라 그에 대한 여론의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최근 암호화폐 테라(UST)의 자매 코인인 루나가 단 며칠 사이 99.9%의 폭락을 겪자,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바이낸스를 시작으로 국내 암호화폐거래소들이 잇따라 루나의 상장폐지를 발표했다.

국내 최대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는 오는 20일 오후 12시부터 루나의 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며, 빗썸은 27일, 고팍스는 16일부터 거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다만 각 거래소 거래지원 종료 정책에 따라 거래지원 종료일로부터 30일 동안은 출금이 가능하다.

기존 루나 보유자들로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투자금이 단 며칠 사이 0으로 수렴한 데다 각 거래소의 상장폐지 결정으로 가격 회복에 대한 희망이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이 겪는 이런 암담함과는 별개로 한편에서는 거래소 간 대응을 두고 갑론을박이 격화돼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루나 폭락 사태를 놓고 암호화폐 전반에 대한 회의론이 부상하는 가운데, 폭락 과정에서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간 대응이 엇갈림에 따라 그에 대한 여론의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최근 루나 폭락 사태를 놓고 암호화폐 전반에 대한 회의론이 부상하는 가운데, 폭락 과정에서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간 대응이 엇갈림에 따라 그에 대한 여론의 공방도 가열되고 있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우선 빗썸의 경우, 지난 11일 루나를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뒤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루나의 입금을 중단했다. 루나의 자매 코인인 테라와의 가치 연동 불안정으로 인한 유통량 급증과 급격한 시세 변동으로 투자자 피해가 커진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네트워크 불안정이 지속되자 빗썸은 13일 루나의 출금도 중단하며 이달 27일 15시부터 거래지원을 종료한다고 공시했다.

업비트의 대응방식은 달랐다. 11일 루나를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것까지는 같았으나, 입금을 중단한 빗썸과 달리 루나의 입출금 거래는 정상적으로 지원했다. 이후 루나의 테라와의 연동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유통량 급증과 가격 변동이 지속되자 13일 유의 촉구를 재차 공지했고, 결국 같은 날 루나의 입출금 서비스를 중단하고 오는 20일 12시부터 거래지원을 종료한다고 공표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된 건 업비트의 일별 거래량 추이다. 업비트의 루나 거래량은 이달 9일까지만 하더라도 14만8000개에 불과했다. 그런데 지난 10일 이 수치는 384만개로 급격히 불었고, 다시 11일 3억970만개, 12일 120억개, 13일 1630억개로 폭증했다. 12일과 13일에만 무려 1750억개가 넘는 루나가 업비트에서 거래된 것이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걸까?

빗썸과 업비트의 루나 입금 중단 날짜가 서로 다름에 주목하자. 11일 투자유의 종목 지정과 함께 입금을 중단하고 13일 출금을 중단한 빗썸과 달리, 업비트는 13일이 돼서야 입출금 중단을 발표했다. 두 거래소의 입금 중단 발표가 있던 11일과 13일 사이의 공백은 바로 업비트의 루나 거래량이 폭증한 기간과 동일하다.

본래 루나 거래량이 가장 많았던 국내 암호화폐거래소는 빗썸이었다. 그런데 지난 11일 빗썸이 루나에 대한 입금을 중단하자 많은 이들이 루나 거래를 위해 업비트로 몰리기 시작했고, 이는 당연한 수순처럼 업비트의 루나 거래량 폭증을 야기했다.

이때 진행된 거래에는 공포에 질린 기존 루나 보유자의 ‘패닉셀’ 물량뿐 아니라, 매우 낮아진 루나 가격에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짧게 수익을 보고 빠지려는 투기 물량도 대거 포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루나 거래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며칠 사이 업비트가 벌어들인 수수료가 적어도 수십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비트의 일별 루나 거래량 [사진=업비트 제공]
업비트의 일별 루나 거래량 [사진=업비트 제공]

이번 사태와 관련해 빗썸과 업비트 간 입장 차는 극명하다.

우선 업비트 측 말을 들어보자. 업비트 관계자는 “외국 시장에서 루나 가격이 폭락하는 중에 우리나라에서만 입출금을 제한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그것이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실제 외국 시장과 우리나라 시장 간 가격 차이가 벌어지게 되면 재정거래를 통해 그 갭을 메우는 투자자들이 있다. 그런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암호화폐 가격이 움직이도록 해야지, 거래소가 인위적인 입출금 제한을 통해 이를 바꾸려 드는 건 오히려 투자자 보호에 역행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빗썸 측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빗썸 관계자는 “거래소 간 ‘투자자 보호조치’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큰 것 같다”면서 “입출금을 열어놓은 과정에서 루나 가격이 폭락했다. 기존 루나를 보유한 투자자들은 그 폭락분을 고스란히 맞을 수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루나가 비트코인으로 거래되는 업비트의 BTC마켓에서 루나 가격은 17일 오전 5시 8분 기준 0.00000002BTC로, 원화로 환산할 경우 0.4~0.8원 수준이다. 극도로 낮은 가격이므로 현시점에서 단타를 노린 신규 투자자가 들어올 경우 아주 조금만 가격이 오르더라도 수십 배에서 수백 배까지 수익을 볼 가능성이 있다. 지난 며칠간 발생한 거래량 중 상당수가 단타 위주의 투기 수요로 짐작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일찌감치 입금 중단을 한 빗썸에서의 루나 가격은 같은 시각 882원이었다. 전일 가격은 1093원으로, 업비트와는 달리 서서히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빗썸 관계자는 “현재 빗썸에서의 루나 가격이 너무 높게 형성돼 있다고 지적하는 분들이 있는데, 오히려 우리의 신속한 입금 중단조치야말로 투자자 보호를 위한 것이었다”면서 “일찌감치 입금을 막은 덕분에 시세 차액을 노린 투기성 신규 자금이 유입되지 못했고, 덕분에 루나 가격이 천천히 떨어질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폭락분을 고스란히 떠안은 업비트 투자자들과 달리 빗썸 투자자들은 천천히 하락을 맞은 덕분에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비트 측 반박도 만만치 않다. 업비트 관계자는 “그렇게 억지로 가격을 고정해 놓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그건 ‘가두리 거래’에 불과하다. 가두리 논란은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는데, 아직도 개선되지 않은 게 놀랍다”고 비판했다.

여기서 말한 가두리 거래란, 거래소 이용자들이 구매한 암호화폐를 각자의 디지털 지갑으로 출금할 수 없는 상황에서 거래소 서버 내에서만 거래가 이뤄질 때 발생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번 루나 사태에서처럼 암호화폐가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돼 입출금이 제한될 경우, 자유로운 유출입 과정에서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공정가격이 형성되지 못하다 보니, 종종 암호화폐 가격이 높게 펌핑하며 등락을 반복하는 현상이다. 현재 빗썸에서의 루나 가격이 원화로 환산한 업비트 루나 가격에 비해 수천 배 큰 상황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시장의 인위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야말로 거래소의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입출금을 제한하지 않은 덕분에 루나 폭락 시 오히려 많은 투자자가 매도 출구로서 업비트를 활용할 수 있었다”면서 “업비트는 블록체인이 멈췄을(블록 생성이 중단될) 경우에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입출금을 중단한다. 이를 제외한 상황에서의 인위적인 입출금 제한은 가격 왜곡 현상을 촉발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빗썸 측은 "평소보다 거래량이 120만배 폭증하는 것이야말로 가격 왜곡 현상"이라면서 "한때 10만원이 넘던 암호화폐 가격이 몇 천원, 몇 백원 수준으로 떨어졌는데 과연 누가 쉽게 팔 수 있겠는가. 폭증한 거래량의 대부분은 투기 수요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이와 유사한 상황이 벌어질 경우에도 그저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후 투기 수요를 막기 위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무책임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투자자 보호조치에 대한 암호화폐거래소 간 해석의 차이, 또 그로 인해 엇갈린 거래소별 대응은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이용자들의 혼란을 가중할 수밖에 없다.

암호화폐 거래의 경우, 현재 주식시장과는 달리 통합된 거래소가 없는 데다 금융당국에 의해 제시된 가이드라인과 법규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투자유의 종목 지정, 입출금 및 거래 중단, 상장폐지 등 대부분의 거래 관련 사항은 각 거래소 자체 규정에 맡기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도 비슷한 사태가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 유사한 문제가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물론 업계와 이해관계자들 간 합의를 통한 대응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행히 디지털 자산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투자자 보호에 대한 요구가 커짐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입법과 세부 시행령 제정까지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의 조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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