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인생커리큘럼] 어버이날이 부담스럽다고? 이런 배은망덕한!(上)

  • Editor. 박다온 객원기자
  • 입력 2022.05.25 13: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생은 고행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생 고행자입니다. 살다보면 온갖 역경과 좌절과 함께 고행의 소용돌이로 빠져듭니다. 그러면서 깨닫는 것도 늘어납니다. 인생커리큘럼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이해하고 깨쳐야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픈 만큼 성장한다고 하죠. 그 성장을 위해 우리의 고민과 아픔, 상처를 그대로 마주보고자 합니다. <편집자 주>

[업다운뉴스 박다온 객원기자] 지난 8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버이날 선물 때문에 부친과 절연했다는 아들의 사연이 공개됐다. 일각에서는 너무나도 황당하다며 관심을 끌기 위한 조작으로 의심하기도 했다.

어쨌든 그 사연은 이렇다.

해당 글을 작성한 민성(가명)씨는 부친에게 ‘커피 원두 2종 선물 세트’를 기프티콘으로 보내며 “원래 내일 찾아가려고 했는데, 출근해야 해서 못 갈 것 같다”는 말로 미안함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의 부친은 “어버이날이니 용돈으로 줘. 너는 정말 해도 너무하는 것 같지 않냐. 입금해”라며 서운함을 드러낸 뒤 “내가 너를 잘못 키웠다. 이 개X의 새X야. 내가 널 어떻게 키웠는데. 네게 아빠는 없다”며 막말을 퍼부었다.

민성씨는 부친에게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말하면서 앞으로 집에 가지 않겠다고 보낸 메시지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세상에는 이런 피폐한 가정도 있다.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어서 올렸다”고 덧붙였다.

해당 사연을 다룬 한 기사에서 가장 많은 공감을 받은 댓글은 “원래 없는 부모가 자식에게 더 바라더라. 있는 부모는 어떻게 하면 더 줄까만 생각함”이란 내용이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물질을 요구하는 부모’에 대해 부정적인 감정을 갖는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어버이날인데 선물이 이거야?”라는 식의 부모로부터 타박받았다는 이야기가 주변에서도 들린다. 평소 합리와 상식 속에 사는 이들이라면 실로 믿기지 않는 광경이 아닐 수 없다.

가정의 달 5월, 우리네 가정 여기저기서 불협화음과 파열음이 더 터져 나온다면 믿겠는가. 더 화목하고 돈독하자는 취지의 가정의 달에 씁쓸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본다.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까지 있는 ‘가정의 달’이 이제 막바지에 들어섰다. ‘이번 연도도 잘 지나갔구나’ 하는 사람도 있지만, ‘악몽’으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분명 있다. 특히 일부 자녀에겐 어버이날에 대한 부담은 ‘가정의 달’을 ‘고민의 달’로 만들기도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에 따르면 어버이날은 산업화와 핵가족화에 따라 퇴색되어 가던 어른 봉양과 경로사상을 확산하고자 만든 기념일이다. 1956년 5월 8일을 ‘어머니날’로 지정했다가 이후 ‘아버지의 날’이 거론되면서 1973년에 지금의 ‘어버이날’이 됐다.

부모님을 공경하자는 의미의 기념일은 외국에도 있다. 다만 많은 국가에서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을 따로 챙긴다는 차이가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는 어머니날을 5월 둘째 주 일요일, 아버지날을 6월 셋째 주 일요일로 두고 있다. 미국, 중국, 인도, 영국, 캐나다 등에서도 마찬가지다.

카네이션과 작은 선물을 챙기는 문화는 다 비슷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위’가 수백만 원대 안마의자인 나라는 찾기 어렵다. 최근 안마기기 제조업체가 전국 20세 이상 남녀 735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특별한 날 가장 받고 싶은 선물에 대해 응답자의 56.7%가 안마의자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지만, 실제 상황이 그렇다면 좋자고 만든 날을 모두가 즐길 수 없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어버이날 시즌이 되면 부모들은 ‘자식이 무엇을 해줬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자식이 해준 선물을 대놓고 자랑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자녀 선물을 서로 비교하며 서운함을 토로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사진 = 한국학중앙연구원]
[사진 = 한국학중앙연구원 제공]

■ 심청이의 아비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재미있는 말을 들었다.

60대를 부모에게 효도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에게 버림받는 첫 세대라고 한다. 필자의 부모님 세대가 60대다.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버렸다는 사람은 없는데 누군 버려졌다고 생각한다. 도대체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온 걸까? 대체 효도의 범위는 누가 정하는 걸까?

효도란 부모를 잘 섬기는 도리를 뜻하는 단어다. 효(孝)의 한자 모양은 아들이 노인을 업고 있는 형태다. 효는 많은 문화권에서 중요시하는 가치다. 성경에서도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는 구절을 찾을 수 있고, 불교 경전에서도 효를 언급한다. 특히 동양의 경우에는 유교 사상의 영향을 받아 효를 도덕규범의 기초이자 최우선의 가치로 여겼다. 공자는 효를 봉양하는 일과 공경하는 마음이라고 봤는데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도, 제사도 예로써 모시라고 가르쳤다.

하지만 전통적인 효 사상은 지금에 와서 보면 다소 과하고 심지어 억압적이기까지 하다. 효녀 심청만 봐도 그렇다. 심청은 아버지 심봉사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쌀 삼백 석에 목숨을 바쳤다. 그런 심청이를 보고 아이들이 본받아야 하는 것은 ‘부모를 위해 목숨을 내놓으면 하늘이 감동한다’일까? 그게 심봉사가 정말로 원하는 일인지에 대해 의문이 든다. 필자가 내 부모건 자식이건 누군가가 나를 위해 목숨을 내놓는 일 따위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까닭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 현대사회와 부양의무

백번 양보해 그 시대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가족 제도가, 의식이 급격히 변화하는 현대에도 마치 임금에 충성하듯, 노인을 공경하듯 부모를 정성껏 섬겨야 하는 걸까?

특히 요즘에는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기대수명이 높아지면서 청년들의 짐이 훨씬 무거워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를 반영한 내·외국인 인구전망(2020~2040년)’에 따르면 2025년 65세 이상 내국인 고령인구는 1045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1%를 차지할 예정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을 방치하면 2030년 이후에는 국가 자원을 노인들 병원 입원비나 요양 수발비용에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건강복지정책연구원은 ‘고령사회를 대비한 노인의료비 효율적 관리방안’이란 보고서에서 “고령화 시대에 노인들에 대한 의료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면 노인인구 비율이 20%가 되는 2025년 이후부터는 노인의료비 문제로 국가의 재정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와 같은 '병원중심 의료체계'를 고수할 경우 노인의료비 관리는 불가능해져 2025년 이후에는 노인 계층의 ‘의료난민’, ‘돌봄 난민’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지난 19일 방송된 MBC ‘실화탐사대’에서는 지난해 어버이날 일어났던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며 ‘돌봄 난민’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중병을 앓고 있어서 병간호가 필요했던 아버지를 아들이 방치해 굶겨 죽인 사건이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주변 지인들은 아버지와 아들 사이가 좋았다고 기억했다. 그랬던 아들이 비극적인 사건을 일으킨 이유는 가난 때문이었다. 가장의 역할을 해왔던 아버지가 뇌출혈로 쓰러지면서 아들이 생계와 간병을 동시에 책임져야 했던 것.

앞으로 10년 뒤에 주변에서 흔하게 벌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