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인생커리큘럼] 가정의 달, 이상적인 가족을 꿈꾸다(下)

  • Editor. 박다온 객원기자
  • 입력 2022.05.25 13: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박다온 객원기자] ■ 법륜스님이 보내는 메시지

부모로서는 “자식 다 키워놨더니 모른 척한다”고 서운함을 표현할 수 있다. 하지만 부모가 자식을 돌보는 일과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일은 같은 선상에 있다고 볼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륜스님은 즉문즉설에서 ‘부모를 안 돌보는 자식을 패주고 싶다’는 한 참석자의 질문에 자식의 도리에 대해 설명했다. 법륜스님은 “사회적 변화기에서 생긴 문제다. 지금 부모 세대는 전 문화를 계승했기 때문에 부모를 모셔야 했지만, 자식들은 부모를 모시지 않는 문화다. 그렇지만 나쁘게만 생각하지 말고 부모를 모시는 문화도 경험했고, 그렇지 않은 문화도 경험했기 때문에 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부모가 어린 자식을 돌보는 건 의무지만 젊은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건 생태계에 없는 일이기 때문에 나쁜 일은 아니다”며 “특히 이런 문제를 지나치게 윤리적으로 묶으면 윤리가 사람을 좋게 하기 위해 생겼는데 윤리나 도덕이 사람을 억압하게 된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나이 드신 분들이 자식을 애틋하게 키워놓으니 코빼기도 안 비친다고 미워하는데 그건 마치 자식이 유산을 안 준다고 부모를 미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물론 법륜 스님은 자식된 도리로서 부모에게 감사해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문화는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윤리도 마찬가지다. 전통적인 가족관계와 효 윤리가 농경사회에서 가족을 결속시키는 데 기여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의 자녀 세대는 그때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 청년 기초생활수급자(20~39세)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는 세대다. 2020년 20대 사망자 가운데 절반 이상인 54.3%가 스스로 생을 마감했고, 10~30대의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일 만큼 청년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자식들이라고 정말 자식 노릇을 안 하고 싶어서 안 하겠는가.

그러므로 부모세대는 자신이 살아왔던 방식으로 자녀를 바라보는 게 아닌 100세 시대에 맞는 눈높이를 가져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자식을 정말 사랑한다면 그들이 ‘불효자’라고 하소연만 할 게 아니라, 그들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더불어 현대 사회의 ‘효’와 노인부양 문제에 대해 전 사회적인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사진출처=픽사베이]

■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

한 네티즌이 ‘나에게 있어 가장 이상적인 가족’이라며 올린 글을 봤다. 배우 봉태규와 사진작가 하시시박의 사진이었다. 2016년 결혼한 그들은 아들 시하, 딸 본비 남매를 슬하에 뒀다. 봉태규는 2019년 가족을 주제로 한 책 ‘우리가족은 꽤나 진지합니다’를 집필하기도 했는데 그 책의 서문은 아래와 같다.

“결혼을 하고 난 후 가장 큰 고민은 이거였다. ‘과연 좋은 아버지가 될 수 있을까?’”

그는 아이를 안기 위해 팔 운동을 했고, 아이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는 낮은 목소리 톤을 연습하기도 했다. 유럽식 육아나 자녀교육법을 다룬 책은 다 훑어볼 정도로 열성적인 ‘부모 준비생’이었다. 프랑스 육아서는 우리나라 현실과는 맞지 않아 실질적인 도움을 얻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아이를 나와 동등한 존재로 인정하고 신뢰하며 아껴준다’는 자세를 배웠다.

필자가 책에서 본 그의 가족은 정말 화목해 보였다. 그는 분홍색을 좋아하는 아들을 여자나 남자가 아닌 ‘시하’답게 키우고 싶다고 말했고, 딸이 폭력적인 신데렐라 속 왕자님을 매몰차게 거절하는 사람으로 크기를 바랐다. 아이들에게 친구같은 아빠 엄마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부부는 서로에게 늘 감사를 주고받았다. 내가 원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과도 가까웠다.

사람들은 이상적인 가정의 모습을 기대하며 결혼과 출산을 한다. 설령 결혼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사람이라도 자라는 환경에서 그려놓은 ‘화목한 가정’에 대한 환상은 있다. 우리가 꿈꾸는 모습은 아래와 같다.

20대 미혼남성 민준(가명)씨는 서로 의지하되 의존하지 않는 관계가 이상적인 가족 관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존과 의지의 차이를 ‘정도’라고 말하며 예를 들었다. “30대인 누나가 갑자기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잠깐 쉬겠다고 해. 그럼 그건 의지일 수 있어. 하지만 평생 일을 안 하겠다고 하면 그건 의존이지.”

가족센터에 근무하며 수많은 가족과 만나는 사라씨는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가족이 바람직하다”며 “프로그램하면서 문제가 되는 가정은 보통 뭐든지 부모가 주도적으로 하는 경우로 아이들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 반면 어린아이라도 계속 의견과 생각을 묻고 대화로 풀어나가는 가족은 대체로 화목하다”고 설명했다.

30대 직장인 근남(가명)씨는 “기능으로 보지 않고 존재로 존중해주고, 서로 상담사가 되어 주는 가족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부모의 자존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 부모가 되는 건 쉽지만, 부모다운 부모가 되는 건 어렵다”고 말했다.

[사진=하시시박 SNS 캡처]
[사진=하시시박 SNS 캡처]

■ 부모다운 부모, 자녀다운 자녀가 되기 위해

그럼 부모다운 부모란 무엇일까? 말로 하면 쉽지만 실제로 자녀교육은 제대로 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자녀를 낳고 키우면서 통제감을 느낀 부모는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심리학자 아들러가 쓴 책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따르면 모성의 추구는 사실 신과 같은 존재가 되고자 하는 우월성 목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머니는 자녀가 자신의 일부라는 감정을 과장해 자신의 개인적인 우월성 목표에 동참하도록 자녀를 압박할 수 있다. 또한 자녀를 자신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게 만들고, 언제나 자신에게 매여 있도록 자녀의 삶을 통제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녀와의 정서적 연대감을 지나치게 강조해서는 안 된다. 어머니는 자녀와, 남편, 그리고 자신의 사회생활 속에서 수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고 있다. 세 관계는 동등한 관심을 받아야 하며, 차분하고 상식적으로 다루어야 한다. 어머니의 임무는 크게 두 가지다. 자녀에게 신뢰할 수 있는 타인으로서의 경험을 선사해야 하며, 아울러 이 신뢰와 우정을 전체 인간 사회로 확장하는 것.

아들러는 “생애 초기에 자녀와 아버지의 관계는 덜 친밀하지만 아버지의 영향력은 나중에 그 중요성이 드러난다”며 아버지의 역할에 대해서도 조언을 한다. △자신의 아내와 자녀에게, 그리고 사회 속에서 훌륭한 동료임을 증명할 것 △가정생활은 공동의 과제임을 기억하기 △자신의 부모, 형제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등이 이에 포함된다.

부부 관계에 있어서 부모의 결혼생활이 협력적이지 않으면 아이는 위험하다. 아이가 이성 간의 협력에 대해 배우는 첫 번째 경험이 부모의 결혼생활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불행한 결혼생활을 보고 배운 아이는 성장하면서 결혼에 대해 비관적인 견해를 유지하고, 사회생활을 준비하는데 결함을 안게 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아들러는 “절대적으로 옳거나 나쁜 삶의 의미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에 서로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누구도 절대적으로 옳은 삶의 의미를 갖지 못하며, 조금이라도 유용한 의미를 가졌다면 전적으로 틀렸다고 말할 수도 없다. 우리는 이 다양한 의미의 유형들 속에서 더 나은 답과 더 나쁜 답을 제시하는 의미만 구별해낼 수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가족을 평가하는 데 있어 완벽한 이상은 없다. 하지만 각자의 상황 안에서 더 나은 관계를 만들기 위한 방법은 있다. 당신이 원하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은 어떠한가? 그런 상황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 글쓴이는? - 예전에 아버지는 “내가 널 애써 키우고 있으니 나중에 커서 1억짜리 배를 사줘”라는 말을 종종 하시곤 했다. 그때 난 1억의 가치도 모른 채 천진난만하게 “그쯤이야 하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는 막상 내 손으로 돈 한 푼 벌기도 전에 세상을 떠나셨다. 이제는 그 말이 진심이었는지 물을 수도 없는 상황이지만, 기꺼이 답하고 싶다. “할 수만 있다면요.”

■ 취재 후기 - 부모로부터 ‘효’를 강요받은 이야기에 이입해 글을 쓰기 시작했으나 쓰면서 부모세대의 고충도 알게 됐다. 다만 자식의 힘든 점을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들의 모습은 여전히 안타깝다. 자식이 잘살아줬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처럼, 부모에게 조금이라도 더 잘하고 싶은 자식들의 마음도 비슷하지 않을까. ‘부모다운 부모, 자식다운 자식’ 참 이것만큼 어려운 것도 없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