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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태풍'이 무역수지 거쳐 경상수지 '악화' 경로로 몰아친다면?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22.06.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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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4월 경상수지가 2년 만에 적자로 돌아섰다. 한국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호조에도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수입이 가파르게 늘어나면서 상품수지 흑자가 크게 줄어든 데다 연말 결산법인의 해외배당까지 겹치면서 우리나라의 ‘영업이익’ 흑자 기조가 깨졌다.

이번 경상수지 적자가 배당에 따른 계절적인 요인이 큰 만큼 일시에 그칠 가능성이 높지만 흑자폭 축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올해 들어 1, 4, 5월 세 차례나 적자를 기록한 무역수지가 국제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불확실성 속에서 크게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를 거쳐 경상수지 경로를 통해서도 경제 위기감이 불거지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4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4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전년 동월 대비 2억6000만달러 줄어들어 8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20년 4월(-40억2000만달러) 이후 24개월 만의 적자 전환이다. 4월까지 올해 누적 경상수지는 153억1000만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경상수지는 재화나 서비스를 외국과 사고 판 결과를 화폐단위로 나타낸 것이다. 우리나라를 기업으로 볼 때 다른 국가와의 모든 경제적 거래에서 얼마나 '영업이익'을 창출했는지를 보여준다. 상품수지를 비롯해 서비스수지, 본원소득수지, 이전소득수지 등으로 구성된다.

경상수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29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보다 흑자폭이 20억달러 쪼그라들었다. 상품수지의 경우 재화 거래를 나타낸다는 점에서는 무역수지와 비슷하지만 가공무역·중계무역이 포함된다는 점이 다르다.

4월 수출은 반도체·석유제품 등의 호조로 1년 전보다 11.2%(59억3000만달러) 늘어난 589억3000만달러를 기록, 1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수입은 4월 통관 기준으로 원자재 수입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37.8% 급증하면서 16.5%(79억3000만달러) 늘어난 559억8000만달러로 집계돼 16개월째 증가세를 보였다.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수출보다 수입 증가폭이 더 컸던 게 경상수지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운수, 여행 등 8개 항목으로 구성되는 서비스수지는 5억7000만달러 흑자를 기록, 지난해 같은 달 1억3000만달러 적자에서 플러스 전환했다. 4월 선박 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1년 전보다 49.9%나 오르는 등 수출화물 운임이 높게 유지된 영향이다.

주식 배당금·임금·이자 등의 유출입을 반영하는 본원소득수지는 32억5000만달러 적자를 냈는데, 1년 전보다 적자폭이 6억7000만달러 줄었다. 특히 배당 지급이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4월 배당소득수지는 38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으며, 1년 전에 비해 적자폭은 13억4000만달러 축소됐다. 4월 국내 결산법인이 외국인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60억7000만달러로 지난해 4월(75억1000만달러)보다는 줄어들었다.

올해도 계절적인 요인의 영향은 이처럼 컸다. 4월은 전통적으로 12월 결산법인의 해외배당 등으로 경상수지 적자 압박을 받는 시즌이다. 삼성전자가 배당을 크게 늘렸던 2019년 4월엔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4월엔 흑자폭이 1억8000만달러에 머물렀다.

경상수지와 더불어 국제수지를 이루는 금융계정은 17억달러 순자산 증가를 기록했다.

직접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57억달러,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8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의 경우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72억달러 늘면서 25개월째 증가세를 이어간 반면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16억9000만달러 줄면서 두 달째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 등으로 외국인의 국내 주식투자는 3개월째 감소한 반면 채권투자는 16개월 연속 증가했다.

경상수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경상수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한은은 배당 시즌이 마무리되고 경상수지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수출입차도 5월 통관기준으로 전월 대비 줄어들었다는 점 등을 들어 5월 경상수지 흑자 전환 가능성을 높게 봤다. ‘반짝’ 적자가 바로 회복될 수 있다는 관측인데 국제 에너지·원자개 가격 급등, 글로벌 공급망 교란 등 대외적 여건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이 어렵다는 점에서 5월 흑자전환 후에도 하반기까지 흑자폭을 다시 키울 수 있을지가 연간 경상수지 전망치 달성에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달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올해 경상수지가 500억달러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이를 달성하려면 남은 8개월 동안 매월 43억4000만달러꼴로 흑자행진을 이어가야 한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충격 최소화를 위한 경기부양책으로 재정수지가 이미 적자인 상황에서 수출 대비 수입 증가세가 계속 가팔라지면 최악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대외 지급 능력과 신인도를 악화시키는 경상·재정수지 ‘쌍둥이 적자’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도 움트기 시작한다. 

4월 경상수지에서 배당소득수지와 이를 포함한 본원소득수지 적자폭이 1년 전보다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경상수지를 적자로 내몬 주요인은 상대적으로 수입폭이 커진 위기 상황을 반영한 상품수지로 볼 수 있다. 무역수지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다.

올해 무역수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비관론으로 본다면 상황은 의외로 심각해질 수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은 지난달 30일 하반기 경제산업전망을 통해 올해 무역수지가 158억달러 적자를 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이는 2008년(-133억달러)보다도 적자폭이 크다. 외환위기 직전인 1996년 기록했던 역대 최대의 무역수지 적자(-206억달러)와 격차도 그리 크지 않는 수준이다. 

무역수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무역수지 추이 [그래픽=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전망에서 지난해 무역수지 흑자폭(293억달러)보다 다소 높은 325억달러 흑자를 내다봤던 산업연구원이 반년 만에 오히려 적자 전망으로 급선회할 정도로 한국을 둘러싼 여건은 비관적이다.

국제 유가·원자재 가격 급등과 환율 불안이 무역수지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2011년에도 국제유가가 급등한 적이 있지만, 올해처럼 유가는 물론 원자재 전반의 가격이 오른 적은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하반기까지도 국제유가의 고공행진 추세는 이어지고, 수입액 부담을 키우는 원화 약세 기조도 지속될 것으로 봤다.

이런 여건에서 수출액은 최초로 7000억달러  고지를 돌파하겠지만 증가율은 지난해(25.7%)보다 크게 떨어진 9.2%에 그치는 반면 수입액은 원·부자재 가격 급등에 따라 17.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경상수지는 무역수지에 좌우되는 경향이 실로 크다. 코로나 파고가 밀려든 2020년에도 무역수지 흑자 규모를 449억달러까지 끌어올렸을 정도로 한국 경제를 나홀로 지탱했던 수출이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의 끝자락에서 글로벌 에너지·원자재 가격 압박을 점점 이겨내지 못하는 수입의 증가세를 다시 추월하지 못할 경우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고물가·고유가·고환율 ‘3고’ 파고가 높아지는 가운데 ‘경제 태풍’은 무역수지를 거쳐 경상수지 경로를 타고서도 휘몰아칠 수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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